[42호]내가 늘 의지하는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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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들 결혼식을 위해 청첩장 봉투에 주소를 쓰다 보니 고민이 생겼습니다. 알리자니 그렇고 알리지 않자니 그런 애매한 분들이 있는 거예요. 그렇게 머뭇거리던 중 친구로부터 원망 섞인 역정도 들었습니다. 본인은 지금까지 저를 둘도 없는 친구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으로부터 우리 집 혼사 소식을 들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모두 자기 일처럼 기꺼이 축하해주었지만 정작 당사자인 저로서는 청첩장에 고지서처럼 부담을 가지신 분들도 있을까 봐 마음 한구석에 아직도 미안함이 남아 있습니다.

누가복음에서 선한 사마리아 사람 비유를 읽다가 예수님의 질문을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은 예수님께서 율법교사에게 “너희 이웃이 누구냐?”라고 물으신 줄 알고 무심코 읽었던 부분이었는데요, 자세히 보니 “누가 강도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었다고 생각하느냐”(눅 10:36)라고 쓰여 있지 않겠어요? 예수님은 율법교사의 이웃이 누구인지 묻지 않으시고, 강도 만난 사람의 이웃이 누군지를 물으셨던 것이지요.

지금까지 나의 이웃이 강도 만난 사람이라고만 쉽게 생각했었는데, 강도 만난 사람이 나를 이웃이라고 여기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다시금 생각하고 보니, 나의 친구가 누구인지보다 내가 누구의 친구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고민했던 것처럼 혹 내가 그들에게 애매한 친구는 아니었을까 해서요.

우리는 주님을 쉽게 “친구”라고 노래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감히 예수님을 친구라 할 수 있겠습니까. 제자가 감히 선생님께, 하찮은 종이 감히 주인에게, 백성이 감히 임금님께 버릇없이 친구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주님께서는 직접 우리를 “친구”라 하셨습니다.

“너희는 내가 명하는 대로 행하면 곧 나의 친구라
이제부터는 너희를 종이라 하지 아니하리니 (중략)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요 내가 너희를 택하여 세웠나니
이는 너희로 가서 열매를 맺게 하고 또 너희 열매가 항상 있게 하여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무엇을 구하든지 다 받게 하려 함이라”
(요 15:14-16)

 그러기에 예수님은 이 노래 곡명처럼 우리의 THE BEST FRIEND, 즉 “좋은 친구”가 되신 것이지요. 문제는 우리가 “미쁘신 좋은 친구”를 가끔 애매한 친구로 여길 뿐입니다.

1891년에 이 찬송을 작사 작곡한 피터 빌혼(Peter Philip Bilhorn, 1865-1936)은 시카고의 무디 성생 전도 집회에서 회심한 후, 이 집회의 음악 인도자가 되었습니다. 음악 책임자이다 보니 집회를 위해 먼 도시로 이동할 때마다 많은 악기를 운반해야 하는데 그중 덩치가 크고 무거운 오르간이 큰 골칫거리였지요. 마침 전직이 차량제조업이었던 빌혼은 이를 위해 아이디어를 내어 간편한 휴대용 오르간을 발명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빌혼 오르간(Bilhorn Brothers Organ Co.)입니다. 제가 어렸을 적, 접으면 가방이고 펴면 건반이 나오는 사과 궤짝같이 생긴 이 작은 오르간을 본 적이 있습니다. 미군 교회에서 사용하던 것 같은데 요즈음 키보드의 전신인 셈이지요.

영어 찬송 “Oh, the best friend to heve is Jesus”는 우리말로 “미쁘신 나의 좋은 친구”라고 번역되었는데, ‘미쁘다’라는 말은 ‘믿음성이 있다’, ‘미덥다’, ‘진실하다’라는 뜻이지요.

후렴에서의 “예 ~ 수”와 “친 ~ 구”를 보십시오. 2분음표의 긴 박자도 “미쁘신”이라는 시어(詩語)를 음미할 수 있는 좋은 음악적 표현 아닙니까? “예 ~ 수”에서는 내성(內聲)인 알토와 테너가 “나 의지하는”(Jesus every day) 하며 8분음표(♪)로 노래하는가 하면, “친 ~ 구”에서는 여자와 남자 저성(低聲)이 “나 사모하는”(Jesus all the way) 하며 좋아 어쩔 줄 모르죠.

후렴 부분을 원어로 한번 불러 볼까요. 시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The best friend to have is Jesus, The best friend to have is Jesus,
He will help you when you fall, He will hear you when you call;
Oh, the best friend to have is Jesus.

 

김명엽찬송교실3
연세대학교 성악과 및 동 대학원 교육대학원, 오스트리아 빈 음악원에서 수학하였으며 추계예술대학교 성악과, 연세대학교 교회음악과 교수,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한국합창지휘자협회 이사장, 언더우드기념 새문안 음악교육원장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서울시합창단 단장 겸 상임지휘자, 남대문교회 시온찬양대 지휘자, 교회음악아카데미 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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