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호]웬말인가 날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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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과 참회로, 365일 한 해의 십일조로 바치는 사순절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성당 안에 성단 천장에서부터 아래까지 검은 베일로 가려놓은 것을 볼 때가 있습니다. 성전을 보수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무심코 지나는 이들도 있지만, 이것은 사순절 기간에 드리우는 ‘사순절 막’입니다. 중세 때 달력이 없는 일반 교인들에게 사순절 기간임을 알리기 위해 이런 장치를 사용하였다고 하는데, 지금도 재의 수요일부터 성 금요일까지 사순절 기간 내내 드리우지요.

당시만 해도 사순절 내내 금식기간이었기 때문에 이 베일을 ‘굶주림의 막(hunger veil)’이라고도 불렀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베일을 성단 한편에만 걸어놓는 날이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사순절 중 금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주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안식일 후 첫날 부활하셨기 때문에 매 주일이 부활일이고 보니 주일만은 금식하지 않았고, 사순절 기간도 여섯 번의 주일을 뺀 40일이 되는 것입니다.

찬송시 ‘웬 말인가 날 위하여’는 영국의 대표적인 찬송시인 아이작 와츠(Isaac Watts, 1674~1748) 목사가 지었습니다. 원래 성찬식을 위해 지은 ‘그리스도의 고난에서 오는 거룩한 슬픔(Godly sorrow arising from the suffering of Christ)’이란 제목입니다. 작사자 옆의 1707년은 그의 시 210편이 수록된 찬송시집 『찬송과 영가(Hymns and Spiritual Songs)』의 출판연도입니다. 관련 성구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숨지시는 누가복음 23장의 말씀입니다.

 

“예수께서 큰 소리로 불러 이르시되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하고 이 말씀을 하신 후 숨지시니라.”
(눅 23:46)

순교란 뜻의 곡명 <MARTYRDOM>은 윌슨(Hugh Wilson, 1766~1824) 작곡으로 되어 있으나, 4/4박자의 스코틀랜드 민요 <커크코넬의 헬렌>(Helen of Kirkconnel)을 편곡한 것입니다. 작곡자 옆의 ‘c. 1800’도 윌슨이 음악교육을 위해 만든 전단지의 연대라고 하는군요. 1825년은 에든버러에서 스미스(Robert A. Smith)가 화성을 붙여 실은 『성 조지 교회 성가집(Sacred Music Sung in St. George’s Church)』 제2판의 출판연도입니다. 곡 이름도 윌슨이 태어난 고향 이름인 FENWICK와 ALL SAINTS, AVON 등 여럿이 있습니다.

“웬 말인가 날 위하여 주 돌아가셨나”(Alas! and did my Saviour bleed)란 우리말 가사는 베어드(A. A. Baird) 선교사가 번역한 것입니다. 1898년 출간한 『찬셩시』에 실렸는데 탁월한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각장애 찬송시인인 크로스비(Fanny Crosby)는 이 찬송에 크게 감동하여 회심하였다고 합니다.

7세기 이전까진 사순절이 36일간이었다고 합니다. 일 년 365일의 십일조로 생각했던 것이죠. 우리도 사순절을 이 해의 십일조로 생각하며 성찰과 참회로 온전히 바쳐야겠습니다.

“늘 울어도 눈물로써 못 갚을 줄 알아”, “ 몸밖에 드릴 것 없어 이 몸 바칩니다.”

 

김명엽찬송교실3
연세대학교 성악과 및 동대학원 교육대학원, 오스트리아 빈 음악원에서 수학하였으며 추계예술대학교 성악과, 연세대학교 교회음악과 교수,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한국합창지휘자협회 이사장, 언더우드기념 새문안 음악교육원장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서울시합창단 단장, 서울바하합창단, 남대문교회 시온찬양대, 한국장로성가단 지휘자, 교회음악아카데미 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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