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호]헨델! 오라토리오로 그의 음악인생을 통하다! – 오라토리오 《솔로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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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델(George Frideric Handel, 1685-1759)은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와 함께 바로크 음악의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헨델은 어려서부터 음악적 소질이 뛰어났으며 유럽의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활동을 했기 때문에 그의 음악에서는 다양한 나라의 음악적 성격을 함께 느낄 수 있다.

헨델은 젊은 시절 이탈리아에서 코렐리(Arcangelo Corelli, 1653-1713)와 스카를라티(Pietro Alessandro Gaspare Scarlatti, 1660-1736) 음악의 영향을 받았다. 이 당시 이탈리아는 바로크 시대로 많은 음악 형식이 꽃을 피우던 곳이었기 때문에 이탈리아에서의 경험은 그의 음악을 성숙하게 만들고 그의 음악의 밑바탕이 되었다.
1710년에 헨델은 오페라 작곡가로 런던의 극장가에서 데뷔하게 된다. 이후로 그는 영국 시민이 되었고 영국 왕실의 총애를 받으며 음악활동을 하게 된다. 당시 영국은 이탈리아 오페라가 유행하고 있었던 시기였다. 영국의 귀족들은 왕실 음악 아카데미(The Royal Music Academy)를 만들고 런던 시민들에게 오페라를 보여주고자 했을 만큼 오페라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었다. 헨델도 이 아카데미의 일원으로 참여하였고 1729년에는 사장으로 활동하였다. 왕성하게 활동한 헨델은 영국 국민들에게 영국의 자랑거리로 평가되었다.

헨델의 오페라는 영국에서뿐 아니라 독일과 이탈리아에서도 자주 연주되었다. 그러나 점점 영국 국민들은 이탈리아 오페라에 대해 흥미를 잃기 시작했고, 왕실 음악 아카데미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헨델은, 그의 오페라가 실패를 거듭했음에도 오페라라는 극음악 양식을 고집하였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재정적인 어려움에 그는 극장 풍의 외적인 형식을 버리고 오라토리오(Oratorio) 작품을 작곡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음악 양식은 헨델이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작곡해 온 ‘극적인 요소를 내포하는 음악 양식’ 이기도 하면서, 새로운 종류의 악곡으로 많은 비용이 요구되지 않으며 영어로 작곡되어 귀족층이 아닌 잠재력 있는 중산층의 수요를 염두에 둔 형식이라는 두 가지의 특성이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헨델은 오페라에서 오라토리오로 전향하게 된다.

오라토리오란 종교적인 이야기를 극적으로 다루어 독창, 합창, 관현악에 의해 상연되는 성악곡의 형식으로 무대 위의 연기는 포함되지 않는다. 헨델은 자신만의 고유한 오라토리오라는 장르를 이탈리아 오라토리오의 바탕 위에 구축해 내었다. 그 당시 18세기 이탈리아 오라토리오는 무대 대신 음악회에서 연주되는, 종교적 주제를 가진 오페라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헨델은 영국 오라토리오라는 고유의 음악 양식을 창안하였다. 영국 오라토리오의 음악은 이탈리아 오페라와 영국의 종교 합창 음악의 양식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헨델의 오라토리오는 레치타티보(Recitativo), 아리아(Aria), 앙상블(Ensemble), 합창(Choros), 오케스트라(Orchestra) 악장으로 구성된다. 레치타티보는 작품 스토리 전개를 담당하고, 아리아의 경우는 동시대 이탈리아 오페라의 모든 아리아 유형을 포함한다. 분노와 복수, 영웅적이고 호전적이며 사랑의 표현이자 즐거움의 표현을 보여준다,
헨델의 오라토리오에서 합창은 그 어떤 형식보다 중요한 위치에 있다. 각 작품의 전체 곡 수 중에서 합창이 차지하는 비중으로도 알 수 있다. 오페라와 달리 헨델의 합창은 오라토리오 전체 곡 수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합창은 해설자의 역할을 하며 한 사건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기도 하고 음악 양식 면에서는 호모포닉(Homophonic), 모방, 이중 합창 등 다양한 양식을 보인다. 오케스트라는 시간의 흐름을 전달하고 작품의 분위기를 확립하는 의도로 사용되었다.

헨델은 그의 오라토리오 중 걸작으로 뽑히는 《메시아(Messiah)》(1742)를 비롯해 《에스더(Esther)》(1718), 《드보라(Deborah)》(1733), 《이집트의 이스라엘인(Israel in Egypt)》(1739), 《삼손(Samson)》(1743), 《유다스 마카베우스(Judas Maccabaeus)》(1747), 《솔로몬(Solomon)》(1749), 《입다(Jephtha)》(1752) 등 다수의 오라토리오 작품을 남겼다.

 

오라토리오 《솔로몬》 살펴보기

헨델의 여러 오라토리오 작품 가운데 또 하나의 역작인 《솔로몬》은 구약시대의 다윗 왕에 이어 이스라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이스라엘 왕국의 제3대 왕 솔로몬(BC 971-932)에 관한 구약성서 내용으로, 열왕기상과 역대기하를 기반으로 고대 역사가 플라비우스 요세푸스( Flavius Josephus)가 쓴 유대인 고대사에서 추가되었다. 지혜의 왕으로 잘 알려진 솔로몬 왕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헨델은 이 작품에서 종교적이기보다는 솔로몬의 인간적인 면에 중점을 두었고 아름다운 여인에 약했던 부정한 모습들도 담아내고 있다. 헨델은 《솔로몬》을 1748년 63세의 나이에 작곡하였는데, 5월 5일부터 6월 13일까지 불과 한 달여의 짧은 기간에 완성하였고 1749년 3월 17일 코벤트 가든 극장에서 자신의 지휘로 초연을 가졌다.

전체 내용은 3부로 나누어지는데, 제1부는 성전 건축, 그리고 바로의 딸과의 사랑을 다룬 것으로 솔로몬과 왕비, 대제사장 사독 등이 등장하여 야훼를 찬양함과 동시에 솔로몬 왕을 경배하는 장면이 나온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성전 건축의 과업은 본래 솔로몬의 부친인 다윗이 시작하였으나 그가 재임하는 동안 많은 피를 흘리게 한 탓에 아들인 솔로몬 대에 이르러 완성된 것이다. 성전 건축 완성을 경축하는 장면에 이어서 솔로몬이 아내로 맞이한 애굽의 왕, 바로의 딸과 사랑을 나누며 잠자리에 드는 장면이 등장한다. 1부에 나오는 제22곡 <아무도 경솔히 방해치 말라(May No Rash Intruder)> 는 솔로몬 왕과 왕비의 행복한 사랑을 위한 축복의 합창으로 일명 ‘나이팅게일 합창’ 으로 불리며 두 대의 플루트가 나이팅게일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제2부는 솔로몬 왕의 뛰어난 지혜를 보여주는 유명한 ‘솔로몬의 심판 이야기’ 로 두 여인이 산 아기와 죽은 아기를 데려와서 서로 산 아기가 자신의 아기라고 주장하며 심판을 요청한다. 이에 솔로몬 왕은 살아있는 아기를 둘로 갈라서 각자에게 나누어주라고 판결을 내리자, 가짜 어미는 현명한 판결이라고 반기며 기뻐 노래를 부르고 진짜 어미는 자신의 아기가 죽는 것을 차마 볼 수 없다며 차라리 아기를 다른 여인에게 주라고 애원한다. 두 여인의 반응을 통해 누가 진짜 어미인지를 가려내는 판결을 보며 모든 사람이 솔로몬 왕의 지혜를 칭송한다. 진짜 어미가 부르는 2부의 제29곡 아리아 <제가 가진 두려움 말로 표현 못 하네(Words Are Weak To Paint My Fears)> 는 애절한 감정의 표현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제3부는 시바의 여왕이 솔로몬 왕을 방문하는 내용으로 성전 완공 소식과 솔로몬 왕의 지혜에 관한 명성을 들은 시바의 여왕이 4,000km의 먼 여행을 거쳐 솔로몬 왕을 찾아온다. 솔로몬 왕은 영광스런 치적을 노래하며 궁전과 성전을 보여주고 여왕은 이 같은 장관을 본 적이 없다며 경탄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찬양하며 사랑의 연가를 함께 부른다. 3부의 첫 곡은 ‘시바 여왕의 도착’ 으로 여왕의 도착을 환영하는 화려하고 장엄한 전주곡인데, 독립된 곡으로 편곡되어 자주 불리고 있으며 영화 《소셜 네트워크》, 《샤인》, 《포스 오브 네이쳐》 등에 삽입되어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예솔 음악전문 출판사에서는 『교회음악 명곡 시리즈』중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이집트의 이스라엘인》에 이어서 오라토리오 《솔로몬》을 지휘자 차영회의 번역으로 출간하였다. 이 작품을 번역한 차영회 지휘자님과의 간단한 인터뷰를 통해 오라토리오 《솔로몬》의 특징과 연주 시에 필요한 음악적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예배음악. 국내에서 헨델의 오라토리오 《솔로몬》은 《메시아》만큼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작품은 아닙니다. 오라토리오 《솔로몬》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특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차영회 지휘자. 말씀하신 것처럼 많은 오라토리오 작품 가운데 《솔로몬》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거나 많이 연주되고 있는 곡은 아니지만 대본의 스토리는 기독교인 모두에게 잘 알려져 있는 내용으로 솔로몬의 성전 건축과 그의 지혜를 보여주는 심판 이야기, 그리고 시바의 여왕의 방문을 3부로 나누어 다루고 있습니다. 이 작품이 쓰일 당시 헨델은 이탈리아 오페라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었으며 그의 탁월한 멜로디 감각과 화려한 음악 언어로 새로운 형식의 영국 오라토리오를 쓰게 되었고, 《솔로몬》을 통해 자신이 귀화한 나라인 대영제국에 대한 애국심을 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이중 합창곡들이 많이 들어있어서 일반적인 작품들에 비해 규모가 큰 합창단을 염두에 두었다고 볼 수 있으며 합창과 관현악이 이중적 구조를 지닌 교창 형태의 진행구조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합창곡뿐 아니라 서창, 중창, 독창의 다양한 결합을 통해서 극의 전개상황과 분위기를 음악적으로 잘 담아내고 있는 이 작품은 헨델의 오라토리오 가운데 또 하나의 걸작임에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예배음악. 《솔로몬》을 번역하시면서 특별히 어떤 부분을 주의하셨나요?
차영회 지휘자. 영어 가사로 된 곡들을 우리말로 번역할 때마다 어순의 차이와 음악적 강세의 변화로 많은 어려움과 고민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솔로몬》의 경우에도 이러한 문제점들뿐 아니라 고어체와 함축적 시어체가 많아서 저의 한계와 부족함을 많이 실감하게 해 주었습니다. 성경의 내용과 언어적 표현, 그리고 문체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지나친 의역은 가능하면 줄이고자 하였고 찬송가 가사로 우리에게 익숙해져 있는 문어체 표현들을 가급적 따르고자 했습니다. 또한 어순의 차이로부터 부득이하게 수반되는 음악적 강세의 도치나 변화를 피할 수는 없으나 중요한 단어를 표현하기 위해 특정한 기법들이 사용된 곳-예컨대 멜리스마(Melisma)의 사용 등-에는 직접적인 단어와 일치시키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아울러 동일한 음악적 모티브(Motive)나 악구가 사용된 곳에는 되도록 동일한 가사로 노래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음의 도약이나 고음 처리, 급하게 숨을 쉬는 부분 등에서 가급적 무리 없이 노래할 수 있도록 성악적인 면에서 주의를 기울이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예배음악. 《솔로몬》을 연주하려는 지휘자들에게 음악적 조언을 나눠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차영회 지휘자. 먼저, 이 곡이 헨델의 작품인 만큼 헨델의 합창음악 특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으면 좋을 것 같고 올바른 음악해석과 연주를 위해서 바로크 합창음악에 대한 음악양식과 연주관습에 관한 지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레치타티보나 아리아를 노래함에 있어서 바로크 성악기법으로 배역의 성격을 잘 표현해낼 수 있는 독창자들을 선정하는 일 역시 매우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일 것입니다. 솔로몬 역할을 알토(Alto) 독창자가 노래하도록 되어 있는데, 형편에 따라 베이스(Bass)가 맡는 것도 문제는 없을 듯하며 대부분 이중 합창곡이어서 합창단 규모가 어느 정도 되어야 하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네 명의 독창자 또는 소수의 중창 그룹과 합창단이 나누어 연주하는 것도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이 곡이 국내에서는 오래 전에 춘천시립합창단에서 연주되었고 지난해에는 서울시합창단이 연주하여 호평을 받은 바 있습니다. 예술적 가치나 작품성에 있어서 전문합창단들이 연주할 만큼 수준 있는 오라토리오 작품으로, 각 교회에서 연주하기에는 전곡이 길고 어려울 수 있겠으나 오페라적인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일부를 발췌한 뒤 간단한 무대장치와 극을 곁들여 연주한다면 매우 의미 있고 감동적인 음악예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참고자료

최다래. 「헨델의 오페라와 오라토리오에 나타난 음악 특징의 비교 연구」(2007, 연세대학교대학원 음악학과)
이보경. 「헨델의 영국 오라토리오 연구」(2011, 서울대학교 대학원)
홍정표. 「헨델의 오라토리오에 관한 연구” (2003, 서울장신대학교/서울장신논단)
이연선. 《대중적인 지지 받았던 음악의 어머니》([시선뉴스] 2016.03.19.)
위키백과. ‘솔로몬 (헨델)’ (https://ko.wikipedia.org)

 

이병호
서울장신대학교 교회음악과에서 성악전공, 협성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합창지휘를 전공하였다. 현재 서소문교회 4부 갈보리찬양대 지휘자, 화성시소년소녀합창단 부지휘자, 서울챔버싱어즈에서 사역하며 교회음악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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