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호]감정의 변화가 없는 음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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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녹음할 때, 메트로놈(metronome)을 사용하면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녹음한 각각의 소리들을 한 곳에서 함께 연주한 것 같이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반적인 장점 외에도 메트로놈이 현대 음악에 기여한 바는 실로 큽니다. 메트로놈이 이렇게 작용하였다고 말하면 많은 분들이 메트로놈은 클래식 음악가들도 모두 사용한 단순한 연습 보조 장치인데 현대 대중음악에만 그 기여도를 강조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여기서 템포를 연습하는 보조 장치로서의 메트로놈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템포(time code)를 음악 속에 심어 놓을 수 있는 장치로서의 메트로놈의 진화를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메트로놈이 디지털화되면서 미디(MIDI, Music Instrument Digital Interface)와 연결되어 작동하게 되었고, 미디의 연주에 맞춘 어쿠스틱 악기의 연주가 일반화되었으며, 급기야는 기존의 녹음된 트랙을 악기의 음높이를 변화시키지 않으면서도 트랙의 템포를 자유자재로 변화시켜 재생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진화는 메트로놈이 단순히 곡의 템포를 조절하는 보조 장치로서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메트로놈을 통한 악기들의 정교한 리듬적 시도들이 결실을 맺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다시 말하면 드러머들뿐만이 아니라 모든 악기들에 있어서 더욱더 많은 복잡한 폴리리듬(polyrhythm)적 아이디어들의 시도가 가능하게 되었고 이를 통한 더욱 정교한 연주능력들이 개발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러한 메트로놈의 엄청난 진화와 여기에 기인한 놀라운 결실들에도 불구하고 메트로놈의 역기능적인 면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앞서 지난 호에서도 이야기한 험상궂은 음악의 이야기를 더 해보겠습니다. 메트로놈과 멀티트랙 레코딩(multitrack recording) 기술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모든 장르의 음악에 있어서 누구나 템포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인정하였습니다. 이것은 음악에 있어서 감정의 변화를 진지하게 수용하였다는 증거입니다. 우리는 음악을 연주할 때 개인적으로 차이가 있겠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좀 더 느리게 연주하고 싶어지고 어느 부분에서는 좀 더 빠르게 연주하고 싶어집니다. 이러한 요소가 바로 그 곡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와도 결부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현대 댄스음악이 발달하면서는 곡이 아무리 긴 곡이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템포로 진행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제가 여기서 말하는 동일한 템포는 우리가 느끼기에 그냥 변화가 없는 수준이 아니라 메트로놈 수치로 단 1의 변화도 없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이런 경우, 곡의 느낌은 부분부분 살아있는 것이 아니고 처음 느낌이 변화 없이 끝까지 유지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은 마치 무표정한 사람의 일관된 모습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씩씩거리며 화를 내는 사람보다 무표정한 사람은 잠재적으로 더욱 무섭습니다. 왜냐하면 언제 화를 낼지, 얼마나 크게 화를 낼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음악의 템포를 일정하게 만들어 놓는다는 것은 음악을 감정의 변화를 허용하지 않는 험상궂은 모습으로 바꿔놓았습니다. 예전에도 템포가 일정한 음악이 많이 존재했었죠. 그러나 그때는 템포를 정확하게 유지하고 싶어도 노래하거나 연주하는 뮤지션들의 자연스러운 감정의 변화에 의해 지금과 같이 정확히 유지될 수는 없었습니다. 메트로놈의 도움 없이 메트로놈의 수치가 단 1도 변하지 않는 템포의 유지능력을 갖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또한 예전의 뮤지션들은 그러한 능력을 가지려고 애써 노력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녹음기술이 발달하여 녹음한 곡을 언제나 또 얼마든지 다시 재생할 수 있게 되었고, 녹음할 때 템포의 불안정함을 줄이기 위해 사용한 메트로놈으로 인하여 템포는 변하지 않았지만(그리고 템포가 변하지 않게 연주하는 것을 연주자의 미덕으로 여기게 되었지만) 그로 인해 음악의 느낌이 험상궂어지게 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재빠르게 인식할 수 없었습니다. 아마 현재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사실을 믿지 않으실 겁니다.

시끄러운 음악의 주범은 기타보다는 드럼에 그 원천이 있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기타보다는 드럼이 악기 자체의 소리가 더 시끄럽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끄러운 음악이라고 해서 다 험상궂은 음악은 아니며 험상궂은 음악이라고 해서 다 나쁜 음악은 아니라고 얘기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현대의 음악이 단순히 시끄럽기 때문에 험상궂은 음악이 된 것이 아니라 감정의 변화가 없는 시끄러운 음악이기 때문에 더욱 험상궂은 음악이 된 것입니다. 악기들의 템포가 아주 정확한 록음악은 훨씬 강력한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모두들 그렇게 연주하고 싶어 합니다. 록음악은 강한 것을 최우선적으로 표방하는 음악이니까요. 템포의 변화가 없이 같은 리듬으로 끊임없이 음악이 연주되면 우리는 흔히 좋은 그루브(groove)를 갖는다고 말합니다. 좋은 그루브의 음악들은 대개 춤을 추기에 좋은 곡들이 많고 70년대 말의 디스코의 열풍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미 60년대 말부터 이러한 느낌의 로큰롤(rock and roll)  하드록(hard rock) 곡들이 출현하였는데 이러한 곡들은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마치 최면에 걸린 듯한 느낌을 줍니다. 즉 감정의 살아있는 건강한 변화가 사라지고 마술에 걸려있는 듯한 환각적인 느낌에 빠지게 됩니다. 그 같은 느낌을 우리들은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현실의 모든 괴로움들을 잊기에는 참으로 좋은 도피처이기 때문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거기에 알코올과 마약들이 결합되면 더 극적인 효과들이 나타날 것입니다. 현재에도 많은 음악들이 이러한 도구로 사용되기 적합하게 생산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원래 의도하지 않았던 기술적인 부분이 음악의 본질적인 면을 어떻게 바꿔놓았는가를 나름대로 추론하여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추론의 수준이 아니라 근거 있는 합당한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영어의 표현으로 쿨(cool)하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쿨하다는 것은 멋지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쿨한 것이 멋진 것은 왜일까요? 냉철하고 차갑고 서늘한 감정이 훨씬 현대의 감정을 대변하기 때문입니다. 흔히 연애의 감정에 있어서 사소한 감정에 연연하지 않는 것을 쿨하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진짜 연애의 감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변명일 뿐입니다. 진짜 연애의 감정이 쿨할 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진짜 음악의 감정은 쿨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쿨하다면 그것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있는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크리스천들이기 때문에 하나님께 대한 감정은 쿨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이해하실 것입니다. 하나님께 대한 감정으로 벅차지 않는다는 것은 진정한 크리스천이 아니거나 지금 성령 충만의 상태가 아닌 위기의 상황일 경우입니다. 물론 진정한 크리스천이며 성령 충만을 받았다 할지라도 자신의 감정을 절제해야 하는 때도 있을 것입니다. 때와 장소에 따라 겸손하고 신중해야 하겠지요. 하지만 그 벅찬 감정의 변화 자체가 사라져버리면 안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음악에 대한 감정은 메트로놈에 의해 조정되는 것이 아니라 메트로놈 없이도 자연스럽게 변화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것이 우리의 영혼을 따뜻하게 해주는 좋은 음악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드러머 여러분들은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메트로놈 없이 연습해도 된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모든 녹음에 있어서 메트로놈을 사용하지 말자는 얘기는 더더욱 아닙니다. 오히려 연습할 때 메트로놈을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래야 안정된 리듬감으로 메트로놈 없이도 연주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연주할 때는 메트로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KakaoTalk_20160205_114312296김현종                                                                                           서강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Musicians Institute에서 드럼과 레코딩을 전공하였다. 상명대에서 컴퓨터음악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성균관대학교에서 동양철학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귀국 후 96년 서울재즈아카데미를 처음 만드는데 일조하였으며, 영화 정사, 약속, 미술관 옆 동물원 등의 OST 드럼을 연주하였다. 퓨젼밴드 RTZ, 이정선, 한상원&정원영, 이현우 등의 공연 세션을 하였고, 오리엔탈 익스프레스에서 드럼 연주를 하고 있다. 현재 여주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Rock Drums(2003,예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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