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호]나의 영원하신 기업 43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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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는 교회, 공구(工具)는 음표, 일은 찬양, 삶이 예배다

그림독일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의 연속 우승 소식과 함께 신문 광고면 가득히 재미있는 사진이 실렸습니다. 오선 위에 여러 가지 공구(工具)들로 만든 악보인데, 음표머리는 원형 톱니톱날이나 링 너트(ring nut) 같은 부속품이고, 음표기둥은 몽키 스패너(monkey spanner)나 자 같은 마이크로미터(micrometer)입니다. 꼬리 하나인 8분음표(♪)는 태핑기(tapping machine)나 에어건(air gun), 꼬리 둘인 16분음표()는 펜치(nippers) 손잡이, 그리고 오선 위의 Cm, E같은 코드는 구부린 선이거나 뿌리누끼(pulley releaser)였지요.

기름 묻은 공구들이 돌아가며 연주하는 기계들의 노래를 상상해봅니다. 꼭 교회에서 부르는 노래만이 찬양이 아닐 터, 우리의 삶이 예배일진데 공장에서건 사무실에서건 모든 사물이 음표입니다. 동물이건 식물이건 생물이건 무생물이건 모든 만물이 음표입니다. 성 프란체스코(Saint Francis)는 자신이 주님의 도구(instrument)가 되게 해 주십사 기도했습니다. 도구란 뜻의 ‘instrument’는 음악에선 악기란 뜻으로 쓰이니 공장이 악기요, 일이 찬양인 것이죠. 우리의 삶이 예배요 찬양이니, 공장도 교회요, 일도 예배 아니겠습니까.
찬송시 《나의 영원하신 기업》은 미국의 위대한 여류 찬송시인으로 8천여 편의 시를 남긴 패니 크로스비(Fanny Jane Crosby, 1820-1915)가 지었습니다.
패니 크로스비

곡명 <CLOSE TO THEE(당신께 가까이)>의 작곡가는 미국 뉴욕 브룩클린(Brooklyn) 태생의 실라스 베일(Silas Jones Vail, 1818-1884)입니다. 그는 모자 만드는 공장으로 크게 성공한 사업가인데, 음악에 재능이 있어 찬송가 작곡과 편집, 출판의 일도 하였지요. 그는 이 멜로디를 들고 초면인 크로스비를 찾아가 가사를 붙여줄 것을 부탁하였다는데, 앞을 못 보는 크로스비는 멜로디를 듣자마자 후렴의 ‘시도레 / 파시도 / 미파솔 / 솔미레’ 에서 ‘주께로 / 가까이 / 주께로 / 가까이(Close to thee, / close to thee, / Close to thee, / close to thee)’ 라며 시를 붙였다고 합니다. 딱 맞는 옷이 그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죠.

악보

베일은 1874년, <거룩한 주님께(42장)>의 작곡자인 셔윈(W. F. Sherwin)과 공동 편찬한 『주일학교를 위한 은혜와 영광의 노래(Songs of Grace and Glory for Sunday Schools)』에서 그것을 발표하였습니다. 베일의 찬송은 우리 찬송가에 <이 찬송>과 <구주 예수 그리스도(234장)> 등 두 편이 실려 있습니다.
관련 성구는 바울이 디모데에게 그리스도의 군사 된 소명에 대한 용기를 주는 두 번째 편지 내용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택함 받은 자들을 위하여 모든 것을 참음은 그들도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구원을 영원한 영광과 함께 받게 하려 함이라. 미쁘다 이 말이여. 우리가 주와 함께 죽었으면 또한 함께 살 것이요 참으면 또한 함께 왕 노릇 할 것이요.(딤후 2:10-11)”

《나의 영원하신 기업》의 ‘기업(portion)’ 은 사업이나 경제활동의 조직체인 기업(企業)이 아니라, 대대로 전하여 오는 사업과 재산을 뜻한 ‘기업(基業)’입니다. 오히려 ‘나의 영원하신 분깃(portion)’ 이라 번역하면 더 성경적일 것 같은데요…
시인만 앞을 못 보는 것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도 주님의 손을 꼬∼옥 붙들어야겠습니다.

“나의 갈 길 다가도록 나와 동행하소서”
(Saviour, Let me walk with Thee)

김명엽찬송교실3
연세대학교 성악과 및 동대학원 교육대학원, 오스트리아 빈 음악원에서 수학하였으며 추계예술대학교 성악과, 연세대학교 교회음악과 교수,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한국합창지휘자협회 이사장, 언더우드기념 새문안 음악교육원장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서울시합창단 단장, 서울바하합창단, 남대문교회 시온찬양대, 한국장로성가단 지휘자, 교회음악아카데미 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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