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호] 험상궂은 음악의 진짜 주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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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서 우리는 드럼이 험상궂은 음악의 주범이라고 얘기했었습니다. 그리고 험상궂은 음악은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일 수밖에 없다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젊은이들은 그 만큼 열정과 패기가 넘치고 두려움이 없으니까요. 저는 왜 드럼을 선택했는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다들 의아해 하실 지도 모르겠으나 저는 초등학교 때에는 클래식을 들었고, 중학교 때는 팝을 알았으며, 고등학교 때에는 헤비메탈에 심취했었고, 대학교와 그 이후에는 퓨젼 재즈와 스탠다드 재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음악공부를 하러 미국으로 갔고 거기서 드럼을 선택한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한국에서 드럼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전문기관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이유도 있었겠지만, 미국에서 만난 드럼 선생님들과 뮤지션들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라는 것이 더욱 타당한 이유일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드럼의 역할을 마치 가수나 다른 악기의 반주역할을 하는 것에 국한시키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심지어 저희 아버지께서는 어떤 악기를 전공해도 좋으나 제발 드럼만은 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드럼연주하시는 분들은 모두 비슷하게 느끼시는 문제이지만, 미국에서 만난 수많은 드럼연주자들과 드럼선생님들은 뭐라고 한마디로 얘기할 수 없지만 모두 저와 유사한 성격과 특징들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아~ 나도 이들과 같은 부류이구나” 하는 기쁨과 안도감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물론 아주 개인적인 차이가 없을 수는 없으나, 많은 부분에 있어서 드러머들은 드러머들을 서로가 알아보지 않습니까?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예배를 볼 때 저희 교회에서 찬양을 인도하시는 드럼연주자들에게 많은 은혜를 받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는 그 분들처럼 찬양사역을 잘 할 자신이 없습니다. 이것은 괜한 엄살이 아니라 솔직한 저의 심정입니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드럼을 못 칠 이유가 없겠지요. 그러나 찬양사역은 다른 분야입니다. 거기에는 드럼도 없고 나도 없고 오직 예배만 있어야 하기 때문일 겁니다. 저는 그렇게 연주해 본 경험이 부족합니다. 사실 찬양음악은 메트로놈처럼 정확하지 않습니다. 특히 목사님들의 노래에 반주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박자가 느려지기도 하고 빨라지기도 하는 것은 물론 드럼은 조(key)에 구속을 받지 않아서 그렇지 조를 바꿔서 부르시는 목사님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 않습니까? ^^ 목사님들의 찬양이 정확하지 않아도 은혜가 충만케 되는 것처럼 기계적으로 정교한 찬양연주자들도 많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많은 은혜가 됩니다. 적어도 그 시간에 찬양음악을 상업음악적 잣대로 바라보지 않고 예배를 예배로 받아들이는 성도들에게는 그러할 것입니다. 저는 찬양음악이 음악적으로 상업음악에 비해 수준이 떨어진다고 말씀드리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음악에는 그 목적이 있는데, 찬양음악은 예배에 적합해야 하므로 예배자들이 각각의 악기를 개별적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음악 전체를 하나로 받아들이게 만들 때 최고가 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재즈연주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각각의 악기가 개별적으로 느껴져야 좋은 재즈연주입니다. 물론 앙상블을 이루며 전체가 하나로 되는 부분도 당연히 있지만 찬양음악과 비교해서 말하자면 훨씬 더 그렇다는 것입니다. 즉 비밥이후의 현대 재즈는 각각의 솔로연주가 돋보여야 하며 특정 악기가 둘 혹은 셋의 연주도 부분적으로 결합했다 분리했다 합니다. 재즈의 핵심은 즉흥연주이기 때문에 각각의 악기가 그 순간에 무엇을 각각 연주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흑인들의 펑크연주나 힙합, EDM(electric dance music)의 경우에는 전체가 하나의 그루브(groove)를 이루어 춤을 추기에 좋은 리듬을 만들어 주어야 하겠지요. 물론 이것은 너무 단순화시킨 정의입니다만 핵심은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찬양연주의 초점은 하나님을 향한 뜨거운 마음이 드럼 비트에 실려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벅차게 만드는 것이어야 합니다.

대중음악은 기본적으로 춤을 추기 위한 것이 많습니다. 알앤비(rhythm&blues), 로큰롤과 펑크(funk), 디스코, 힙합… 등등 춤을 추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비트가 일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기계와 같이 일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알앤비, 로큰롤 등이 유행하기 전의 댄스음악은 스윙재즈(swing jazz)였습니다. 그 때는 지금과 같은 백비트(backbeat)가 없었습니다. 물론 학문적으로 없었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드럼에서만 보자면 백비트에 스네어(snare) 드럼을 강하게 내려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그래도 스윙시대에 미국 사람들은 뉴욕의 할렘 커튼클럽(Cotton Club)이나 사보이 볼룸(Savoy Ballroom)에서 신나게 춤을 추었지 않았습니까? 아마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시면 지금보다 심하면 심했지 약하지 않고 진짜 격렬하게 추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으실 분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보지 못하신 분들은 한 번 인터넷을 통해 스윙시대 지루박(jitterbug)과 린디 합(lindy hop)을 보시기 바랍니다. Whiteys Lindy Hoppers!!!!!

그렇다면 왜 지금은 기계와 같은 드럼비트를 원하게 되었을 까요? 그것은 한마디로 녹음기술의 발달이 그 주요 원인이라 하겠습니다. 모노녹음에서 스테레오로 바뀌고 멀티트랙(multi-track) 녹음기가 나오며 악기가 각각 따로따로 녹음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악기를 각각 녹음하는 것은 악기 하나하나에 그 만큼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음질과 좋은 연주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좋은 연주가 나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녹음하며 결과물들을 서로 비교하며 더 좋은 것을 선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악기를 각각 녹음하기 위해서는 사람마다 템포에 대한 감각이 서로 다르므로 템포의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시간에 다른 장소에서 녹음을 해도 같이 연주한 것과 같이 음반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주로 댄스음악에 적합한 조건입니다만 녹음의 과도기에는 모든 음악을 다 메트로놈에 의존해서 만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영화음악같이 장면의 길이에 따라 음악을 넣으려면 당연히 메트로놈과 같은 장치가 꼭 필요합니다만 그런 목적의 음악이 아닌 심지어 재즈도 그렇게 녹음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모든 음악을 메트로놈에 의존해서 만들다보니 연주가 빨라지지도 않고 느려지지도 않는 장점이 있었으나 사람의 감정에 따라 동반상승/하강해야 하는 문제는 포기하게 되었지요. 아니 더욱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당시에는 그것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기술에 심취하여 자신들이 무엇을 잃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지요. 요즘 세상 사람들이 첨단 현대기술에 심취해 바쁜 현대생활을 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하나님을 잊고 사는 것과 비슷한 것입니다. 그래서 요즈음은 다시 메트로놈을 보조 장치로만 사용하고 전체적 리듬섹션의 느낌을 중요시하고 있는 추세입니다만, 여전히 메트로놈에 의한 조종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음악의 부분적 역할에 따라 메트로놈을 점차 조금씩(청자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증가시키기도 하고 점차적으로 감소시키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연주자들의 감정에 의한 자율적 변화가 아니고 계획된 변화이므로 연주자들의 결합된 감정의 상승은 사라지게 됩니다. 기계적인 비트는 사람의 기분 좋은 흔들림을 없애고 음악을 더욱 단단하고 강하게 만듭니다. 즉 험상궂은 음악이 만들어 진다는 말입니다.

 

KakaoTalk_20160205_114312296김현종

서강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Musicians Institute에서 드럼과 레코딩을 전공하였다. 상명대에서 컴퓨터음악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성균관대학교에서 동양철학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귀국 후 96년 서울재즈아카데미를 처음 만드는데 일조하였으며, 영화 정사, 약속, 미술관 옆 동물원 등의 OST 드럼을 연주하였다. 퓨젼밴드 RTZ, 이정선, 한상원&정원영, 이현우 등의 공연 세션을 하였고, 오리엔탈 익스프레스에서 드럼 연주를 하고 있다. 현재 여주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Rock Drums(2003,예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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