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호] 깨끗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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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배를 마치고 아이들 몰래 전도사님을 찾아가서 속삭였어.
“우리 찬양대회 이름을 바꿨으면 좋겠어요. 다윗이 그런 사람인 줄 몰랐거든요. 어휴!”
“나중에 하나님께 진심으로 사죄했잖아. 용서도 받았고. 하나님이 다윗을 얼마나 예뻐하셨는데.”
“네? 그런 사람을 왜 예뻐해요?”
“너는 죄 안 짓니?”
“솔직히 저야 뭐 도둑질도 안하지, 누굴 때리지도 않고, 죽인 적은 더더욱 없어요.”
“아니, 네 마음은 깨끗하냐고.”
“마음이요? 뭐, 깨끗하죠……. 더러울 일은 없죠.”
“미안한데 넌 방금 두 가지 죄를 지었어. 정죄, 그리고 교만.”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나는 억울했어.
“네? 제가 언제요? 그리고 그건 다 뭐예요?”
“누구도 다른 사람의 잘못에 대해 손가락질할 수 없어. 누군가의 잘못을 비난하면서 자기는  깨끗하다고 우쭐해하는 것은 엄연히 죄야.”
“그런 것도 죄예요? 그냥 속으로만 생각하면 아무도 모를 거 아니에요?”
문득 로아가 생각났어. 엄마도, 기욱이도…… 아, 차진수도 있구나. 모두 나랑 가장 가까운 친구이고 가족인데 속으로 미워하고 흉봤다니. 나 이제 어쩌지?
“힘찬아, 하나님은 우리 마음을 다 보고 계신단다. 너 진짜 예배를 드리고 싶지?”
나는 기운이 빠졌어.
“네…….”
“자, 한번 상상해 봐. 우리가 다 그릇이라고 하자. 넌 잘생겼으니까 멋진 그릇, 나는 특이한  그릇! 여기 맛있는 떡볶이가 있어. 너 같으면 어떤 그릇에 담을래?”
전도사님의 얼굴처럼 독특하게 생긴 접시를 상상했더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어.
“히히. 멋진 그릇이요.”
“근데 그 멋진 그릇에 먼지랑 고춧가루, 머리카락이 막 들러붙었다면? 그래도 거기에 떡볶이를 담을 거야?”
상상만 해도 토할 것 같았어. 사실 난 되게 깔끔한 아이거든.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휙휙 저었지.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마음 그릇이 깨끗해야 하나님이 쓰실 수 있는 거야. 다윗도 더러웠지만 진심으로 회개했기 때문에 하나님이 마음 그릇을 깨끗하게 닦아 주신 거란다.”
“회개가 뭔데요?”
“먼저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하나님께 죄를 용서해 달라고 기도하는 거지. 하나님은 뒤끝 같은 거 없어. 일단 회개만 하면 네 죄를 저 멀리 던져 버리실 거야. 아, 그리고 중요한 게 있어.”
“회개가 의외로 쉽네요. 중요한 게 뭔데요?”
“그 죄랑 완전히 절교해야 돼. 발로 뻥 차버려야 하지. 다신 네 맘에 찾아오지 못하게.”
“……어렵네요.”
“그런 의미에서 로아에게 사과하는 게 어떻겠니?”
“네? 또 엿들으셨어요?”
“아, 이거 억울하네. 가만히 있어도 너희 목소리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데 난들 어떡하니. 암  튼 이왕이면 최대한 빨리 설거지하는 게 좋아. 네 그릇 말이야.”
“네…….”
“아, 목 아파. 오늘은 설교를 두 번이나 한 것 같네. 그럼 난 간다. 안뇽!”
나는 씁쓸하게 집으로 돌아갔어. 다음 날, 점심을 먹고 연습을 하러 교회에 왔어. 그런데 기욱이 옆에 로아 대신 로민이가 있더라고.
“누, 누나가, 나보고 하래. 헤헤헷. 나 잘해. 춤 잘 출 거야.”
사실 전부터 로민이는 우리를 부러워했어. 기욱이는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어. 이제 로아랑은 끝이구나.
나는 우리가 연습했던 동영상을 로민이에게 보여 주고 동작을 가르쳐 주었어. 그런데 어떻게 됐는 줄 아니? 알고 보니 로민이는 천재였어. 금세 기억해서 곧바로 따라하더라고.
“그래도 다행이다. 로민이가 잘해 줘서. 난 우리가 대회 못 나갈 줄 알았어.”
기욱이가 웃으며 말했어. 나는 좀 머뭇거리다가 한번 용기를 내 보았어.
“로아가 화난 건 내 잘못이야. 미안하다, 이기욱.”
눈이 동그래진 기욱이를 두고 나는 로민이와 먼저 나갔어. 설거지는 이제 시작이야. 난 진짜 예배를 하고 싶으니까. 나는 로아네 집으로 향했어. 그리고 진심으로 사과했어.
“로아야, 내가 말을 너무 심하게 했어. 미안해.”
“그 얘기하려고 온 거야? 그래, 고마워. 나도 미안해.”
이제야 마음속에 있던 얼음이 녹는 것 같아. 나는 웃으면서 말했어.
“같이 대회 나갈 거지?”
하지만 로아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어.
“그게…… 사실은 대회에 나가는 걸 엄마가 심하게 반대하셔. 주일에 잠깐 나오는 건 봐주시지만, 대회 때문에 평일까지 공부 안 하고 시간 낭비한다고 생각하시거든. 저번에도 몰래 나온 거였는데 그만 들통이 났지 뭐야.”
“아, 그랬구나……. 그럼 로민이는 괜찮다고 하셔?”
“너도 알다시피 로민이는 사람들이랑 잘 어울리는 애가 아니잖아. 전부터 나한테 로민이 교회 활동이라도 시키라고 하셔서 여름성경학교에도 데려갔던 거야. 나도 찬양대회 정말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빠지게 돼서 미안해, 힘찬아.”

 

글 : 장보영
양념치킨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장보영 선생님은 중앙대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하다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는 새침데기 아가씨처럼 지내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재롱둥이, 울보, 떼쟁이, 말썽꾸러기 등 30여 가지 모습으로 변신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대학 시절 예수전도단 예배 팀에서 섬겼고, 지금은 어린이 책을 만드는 일을 하며 ‘싱잉앤츠’라는 밴드에서 재미있는 친구들과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그림책 『더 스토리박스 바이블』 시리즈와 『나는야 특별한 오리』 등 다수의 책에 글을 썼고, <예수 내 인생의 횡재> 등의 노래를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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