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호] 다윗의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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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의 죄1

 

여름성경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왔어. 계곡에서 신나게 물놀이도 하고, 수박이랑 옥수수도 실컷 먹었지. 엄마는 까맣게 그을린 내 얼굴을 보고 한참을 웃으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어.
“자, 까마귀사촌이 될 만큼 재미있게 놀았으니 이제는 공부 해야지?”
며칠 동안 밀린 학습지들이 책상 위에 놓여 있었어. 전에는 교회만 나가면 그게 제일 큰 효도라고 하셨으면서, 성경학교까지 다녀온 아들에게 맛있는 반찬은커녕 학습지가 뭐야.

다윗의 죄2

나는 엄마의 뒷모습을 흘겨보았어. 생각해 보니 엄마는 늘 내게 뭔가를 바라기만 할 뿐, 내가 원하는 건 해 주지 않았던 것 같아. 전부터 들었던 섭섭한 마음이 갑자기 한꺼번에 올라오더라. 엄마가 얄미웠어.

다음 날, 여느 때처럼 찬양대회 연습을 하러 교회에 갔어. 교회에서는 늘봄아파트 아이들이 열심히 춤 연습을하고 있더라고. 차진수와 눈이 마주쳤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으면서 아주 정답게 인사했지.
“야, 연습 좀 잘해 봐라. 자식!”
“저리 꺼져. 새끼야. 킬킬.” 그때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로아와 기욱이가 보였어. 성경학교 끝나고 처음 보는 거라 더 반갑게 느껴지더라고.
나는 로아에게 웃으면서 다가갔어. 그런데 로아는 웬일인지 웃지 않았어.
“하나님 믿는 애들은 그런 말 쓰는 거 아니야.”
“그런 말?”
“방금 욕했잖아.”
나는 좀 언짢아졌어. 인사도 없이 보자마자 뭔 소리람. “야, 친구끼리 하는 말이야. 친구는 편하니까.”
“그런 게 어디 있어. 친구일수록 말하는 것도 조심해야지. 성경에도 욕하지 말라고 나와 있대.”
“성경 어디에 나와 있는데? 몇 장 몇 절? 말해 봐. 암튼 김로아 잘난 척은…….”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로아가 발칵 화를 내자 나도 덩달아 화가 났어.
“내가 틀린 말 했어? 네가 만날 이렇게 잘난 척을 하니까 애들이 너 싫어하는 거 몰라?”
로아의 얼굴이 붉게 변했어. 눈에 눈물이 고인 것 같기도 했 는데, 조금 더 밀어붙이면 내가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나는 더 큰 소리로 말했어.
다윗의 죄4
“내가 전부터 참았는데, 이거 연습할 때마다 네 잔소리 때문에 기분 나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 몸이 뻣뻣해서 나도 답답한데 너까지 뭐라고 하면 얼마나 열 받는지 알아?”
로아는 한동안 나를 매섭게 쏘아 보고는 밖으로 나갔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긴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더라. 좀 찜찜했어.
“최힘찬. 무슨 말이 그래?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기욱이가 핀잔을 줬어. 나는 인상을 팍 쓰고 교회를 나섰어.
먼저 쏘아붙인 건 김로아인데 왜 나만 탓하지?
주일이 되었어. 일찌감치 들어가 앉아 있는데 로아가 보이지 않았어. 찬양 시간에도 힐끔힐끔 문 쪽을 쳐다보았어. 전도사님의 설교가 막 시작되었을 때 문이 끼익 열리며 로아가 들어왔어. 나는 혹시라도 눈이 마주칠까 봐 냉큼 고개를 돌렸어.
“성경학교 때 다윗에 대해 배웠던 거 기억나지? 바지가 벗겨 질 정도로 하나님 앞에서 멋진 예배를 드렸던 다윗은 정말 훌륭한 왕이 되었어. 그런데, 다윗 왕도 큰 잘못을 저지른 적이 있었단다.”
하나님을 진심으로 찬양했다는 그 다윗이 잘못을? 나는 귀를 쫑긋 세웠어.
“다윗은 전쟁이 터져도 전처럼 직접 나가 용감히 싸우지 않고 부하들만 내보낸 뒤 혼자 궁에서 쉬고 있었어. 그런데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무척 아름다운 여인을 보게 된 거야. 우리야라는 장군의 부인이었지. 욕심에 사로잡힌 다윗은 우리야의 아내를 빼 앗기로 했어. 게다가…….”
몰래 장난치던 아이들도 나처럼 전도사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어.
“그 여인을 완전히 빼앗기 위해 일부러 우리야 장군을 아주 위험하고 불리한 전투에 내보내 죽게 만들었지.”
세상에! 다윗 실망이야.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다른 아이들도 놀란 눈치였어.
“하나님은 그것이 얼마나 큰 죄인지 다윗에게 알려 주셨어. 다윗은 곧바로 죄를 깨닫고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하나님께 용서를 구했고.”
난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은 적도 없고 누구를 해코지하려고 한 적도 없어. 그런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는걸. 그런데 어떻게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사람이 그럴 수 있지?

 

글 : 장보영
양념치킨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장보영 선생님은 중앙대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하다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는 새침데기 아가씨처럼 지내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재롱둥이, 울보, 떼쟁이, 말썽꾸러기 등 30여 가지 모습으로 변신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대학 시절 예수전도단 예배 팀에서 섬겼고, 지금은 어린이 책을 만드는 일을 하며 ‘싱잉앤츠’라는 밴드에서 재미있는 친구들과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그림책 『더 스토리박스 바이블』 시리즈와 『나는야 특별한 오리』 등 다수의 책에 글을 썼고, <예수 내 인생의 횡재> 등의 노래를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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