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호] 예배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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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1새벽부터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깼어. 글쎄 전도사님이 경운기를 몰고 비닐하우스 앞에 왔더라고. 우리 남자아이들만 눈을 비비면서 경운기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았어. 아침 해가 저 멀리 산 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모습이 무척 예뻐 보였어. 들판은 서서히 밝아오고 햇살은 눈부시게 빛났어.
“이거 다 하나님이 하시는 거야. 저 해가 없으면 캄캄해서 우린 아무것도 못할걸?”
어제부터 전도사님은 저 얘기를 계속 하셨어. 하나님이 만드셨다, 하나님이 하셨다……. 나는 하나님이 이렇게 능력 있고 바쁜 분인 줄은 몰랐지 뭐야.
맛있는 아침을 먹고 신나게 찬양을 했어. 전에는 하나님을 잘 몰라서 가사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됐는데, 이제는 조금알 것 같았어. 나중에 생각해 보니 찬양 시간에 딴 짓을 하나도 안 했더라고. 신기하지?
“오늘은 다윗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줄 거야. 2주 뒤에 열리게 될 대회가 ‘다윗배 댄싱킹 선발대회’잖아. ‘다윗상’을 받으려면 다윗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하지 않겠어?”
전도사님 말씀에 따르면, 다윗은 하나님을 정말로 사랑했대. 그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하나님이 ‘오케이’ 하시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오케이’ 하면서 순종했대. 다윗을 죽이려는 나쁜 사람들이 많았고 억울한 일도 많이 겪었지만, 그래도 언제나 하나님을 찬양했대.
“그렇게 다윗은 힘들게 왕이 되었어. 그런데 만백성이 우러러 보는 왕이, 글쎄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에 기쁘게 춤을 추다가 그만…… 바지가 훌러덩 벗겨졌단다. 사람들이 다 보는 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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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박수까지 치며 깔깔깔 웃었어.
“다윗은 다른 사람의 눈을 신경 쓰지 않았어. 하나님 아버지 앞이라고 생각하니까 왕의 체면을 벗어 던지고 춤을 춘 거지. 예배를 드릴 때는 하나님만 생각하면 되는 거야. 하나님은 그런 사람을 찾고 계셔. 너희도 그렇게 할 수 있겠니?”
“네에!”
“암튼 대답들은 잘해요.”
아이들이 또 까르르 웃었어. 예배 시간이 원래 이렇게 즐거운 건가? 오늘따라 분위기가 무지 좋은데? 예배를 마치자 선생님들이 스케치북을 들고 오셨어.
“오늘은 ‘칭찬 놀이’를 할 거야.”
이야기인즉슨, 옆 친구를 칭찬하는 말을 스케치북에 적으라는 거야. 놀이치곤 정말 재미없어 보였지만 일단 스케치북을 받아 들었어. 그리고 옆을 보는데, 으잉? 이 빠진 새 목소리의 차진수 돼지가 내 옆에 떡 하니 앉아 있네?
반대로 고개를 돌려 보니 로민이가 로아랑 얘기하고 있었어. 나는 한숨이 저절로 나왔어. 딴 사람도 아니고 진수 녀석을 칭찬해야 하다니. 이건 너무하잖아.
자, 어디 보자……. 그때 차진수가 나를 보며 씩 웃었어. 그런데 치아 교정기 사이로 드문드문 초록색의 뭔가가 끼어 있었어. 바로…… 브로콜리 조각이었지.
나는 속이 뒤집어질 것 같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진수 녀석의 장점을 찾아보려고 했어. 그런데 갑자기 그 녀석이 내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거야.
“그래도 나보단 네가 쉽겠다. 난 칭찬할 게 많잖아. 그치? 킬킬킬.”
그 자리에서 차진수에게 한 방 먹이고 싶었지만 꾸욱 참았어. 난 이를 악물고 스케치북에 연필을 꾹꾹 눌러가며 적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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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진수 녀석이 뭔가 열심히 적고 있기에 슬그머니 훔쳐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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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내가 인기가 많다고? 나도 다시 꾹꾹 눌러 적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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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킬킬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니 진수 녀석이 내 스케치북을 훔쳐보면서 좋아하고 있었어. 어느새 우리는 둘 다 킥킥거리고 있었지.
“자, 이번엔 다른 사람을 칭찬해 볼 거야. 누굴까?”
“전도사님이요!”
“맞았어! 과연 나를 어떻게 칭찬해 줄지 궁금한 걸?”
나랑 차진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연필을 집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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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배꼽이 빠져라 웃었지. 또 어디서 이상한 웃음소리가 나는 것 같아 돌아보니 이번엔 전도사님이 우리 스케치북을 보고 낄낄 웃고 계셨어.
“자, 이번엔 마지막으로 하나님을 칭찬해 볼까? 너희가 평소에 생각했던 하나님의 좋은 점을 써 보는 거야!”
뭐? 하나님을 어떻게 칭찬하지? 하나님은 산이랑 나무랑 새들을 만드신 분인데 나 같은 꼬맹이가 감히 칭찬 같은 걸 해도 되나? 나는 머뭇거리다가 일단 적어 보았어.

???? 하나님은 세상을 근사하게 만드신 화가.
??? ? 내가 기도한 걸 이루어 주셨음.
??? ? 매일매일 해가 뜨게 해 주신다.

나는 슬그머니 진수 녀석의 글을 엿봤어.

?? ? 하나님은 고마운 분이다.
?? ?? 내게 멋진 아빠를 주셨으니까.
?? ?? 하나님은 창의적이다.
??? ? 수많은 동물, 식물을 다 만드셨으니까.

녀석에게 이런 면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그때 다시 전도사님이 말씀하셨어.
“모두 <반짝반짝 작은 별> 노래 알지? 우리가 적은 걸 이 노래에 맞춰 볼까? 그러니까 가사를 새로 쓰는 거지.”
아, 정말 별걸 다 시키시네. 나는 골똘히 생각하고 또 고민한 끝에 노래를 만들었어.

?? ?? 멋진 화가 하나님
?? ?? 세상을 만드셨네
?? ?? 동쪽 하늘에서도
?? ?? 서쪽 하늘에서도
?? ?? 반짝반짝 작은 별
?? ?? 하나님이 만드셨네

너무 어려워서 가운데 부분은 그냥 그대로 했는데 그래도 꽤 근사한 노래가 된 것 같았어. 어젯밤 하늘에서 봤던 별들을 하나님이 다 만드셨다고 생각하니까 하나님이 되게 멋있게 느껴지더라고.
“야, 너 표절했지? 네가 쓴 건 별로 없고 가사가 반 이상은 거의 그대로네!”
어느 틈에 차진수 녀석이 끼어들었어.
“그러는 너는 얼마나 잘했는지 보자.”
나는 진수 녀석의 스케치북을 빼앗았어

?? ?? 하나님 고마워요
?? ?? 엄마아빠 주셔서
?? ?? 하나님 고마워요
?? ?? 동물 식물 주셔서
???? 하나님 고마워요
?? ?? 그냥 고맙습니다

“야, 너는 꼭 1학년짜리가 쓴 것 같거든? 근데 동물, 식물을 주신 게 뭐가 고마우냐? 차라리 그냥 ‘고기 반찬 주셔서’라고 바꾸는 게 어때?”
“왜애! 동물, 식물이 얼마나 예쁜데.”
“근데 ‘고마워요’가 세 번씩이나 나오는 건 또 뭐냐.”
“그게 리듬감을 주잖아. 너 국어 시간에 그런 것도 안 배웠어? 나 참!”
진수와 티격태격하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자기가 만든 노래를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어. 그 소리들이 합쳐져서 마치 돌림노래같이 재미있더라고. 게다가 중간 중간 ‘하나님’이란 말이 들어가니까 꼭 찬양처럼 들리지 뭐야?
아이들을 신기하게 둘러보고 있는데 맨 뒤에서 전도사님이 우릴 보며 웃고 계셨어. 지금껏 처음 보는 미소였어.
“얘들아, 우리 이제 예배드리자!”
전도사님의 말에 아이들이 깜짝 놀랐어.
“아까 했잖아요.”
“너희가 지금 쓴 걸 부르면 그게 예배야. 진심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거니까. 다윗 왕도 너희처럼 노래를 써서 하나님을 찬양했단다. 자, 누구부터 해 볼래?”
나는 얼마 전에 전도사님이 말씀하셨던 ‘진짜 예배’가 생각났어. 눈과 귀와 마음으로 하나님께 집중하는 것, 그리고 진심…….나는 이제야 진짜 예배가 뭔지 조금 알 것 같았어. 하나님이 그런 사람을 찾으신다고 했지?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좋아, 두고 봐!

 

글 : 장보영
양념치킨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장보영 선생님은 중앙대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하다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는 새침데기 아가씨처럼 지내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재롱둥이, 울보, 떼쟁이, 말썽꾸러기 등 30여 가지 모습으로 변신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대학 시절 예수전도단 예배 팀에서 섬겼고, 지금은 어린이 책을 만드는 일을 하며 ‘싱잉앤츠’라는 밴드에서 재미있는 친구들과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그림책 『더 스토리박스 바이블』 시리즈와 『나는야 특별한 오리』 등 다수의 책에 글을 썼고, <예수 내 인생의 횡재> 등의 노래를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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