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호] Why Dru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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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이란 악기는 아마 가장 원시적인 악기이며 가장 현대적인 악기일 것입니다. 가장 원시적이라 함은 악기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 볼 때, 타악기의 출현이 그 어떤 악기보다도 가장 먼저이기 때문이며, 가장 현대적이라 함은 세트 드럼이 만들어진 시기를 볼 때 미국에서 재즈가 태동할 당시인 1900년대 초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1900년대 이후에는 새로운 악기들이 많이 출현했지만 지금까지 안정적인 형태로 합주되는 악기는 없습니다.

또한 현대의 전자악기들이 많이 개발되어 있지만 일렉트릭기타, 일렉트릭키보드(Moog Synthesizer를 포함한 일체의 건반악기) 등은 외형은 결국 기타와 건반악기로 별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전자 악기가 외형은 기존 악기의 형태를 유지하며 소리를 변형시킨다는 기본 원리를 생각한다면 전자 드럼 세트는 다른 악기에 비해 그리 많이 진보하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다른 악기들의 엄청난 전자화에 비해 드럼은 아직까지 어쿠스틱이 대세이기 때문입니다.

드럼은 재즈 시대나 록앤롤 시대나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끄러운 악기의 대명사일 겁니다. 그런 시끄런 악기가 이제는 성스러운 교회의 예배시간에 등장하게 된 지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왜 현대의 음악에는 드럼이 그토록 중요한 악기가 되었으며 빠질 수 없는 것일 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차차 얘기하기로 하고 우선 미국에서 유학시절 들은 농담 한 가지를 얘기하고자 합니다. 음악하는 분들은 이제 다들 아시는 농담이겠지만, 미국에서는 드러머들을 놀리는 농담으로 이런 얘기를 자주 합니다. 만약 5명의 밴드 멤버들이 있다면 그들은 “4 musicians & 1 drummer” 라고 말하는 겁니다. 즉 드러머는 뮤지션에 속하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왜 이런 농담이 나왔을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화성학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연주하지 않는다는 점일 겁니다. 모든 악기들은 피치(pitch, 음높이)가 정해진 음들을 연주합니다만 유독 드럼은 각각의 드러머들이 자신이 듣기 좋은 음높이로 드럼을 조율(tuning)합니다. 이 점이 또한 원시적인 면이지요. 그런데도 다른 악기들과 소리가 잘 어울립니다. 이렇게 다른 악기들과 소리 면에서 잘 어울리는 이유가 드럼에는 배음이 많아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럼은 참으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특이한 악기입니다. 생각해 볼까요? 다른 악기들은 한 악기에서 같은 종류의 음들이 높낮이를 달리하며 연주됩니다. 바이올린은 높이가 다른 4개의 줄에서 비슷한 종류의 소리가 나지요. 기타도 마찬가지고 피아노도 마찬가지입니다. 관악기들도 그렇고 비브라폰이나 하프, 가야금, 심지어 하모니카도 그렇지만…

드럼은 북소리와 심벌(cymbal)소리가 함께 어우러져 나오게 되는데 이 둘은 우선 질적으로 다른 소리입니다. 다시 말해 다른 악기소리입니다. 거기에 심벌도 서로 다른 음색의 잡다한 심벌(예를 들면, 라이드 심벌과 클래쉬 심벌, 하이햇 심벌과 차이나 심벌, 스플래쉬, 구멍 뚫린 등등)들을 함께 연주할 수 있습니다. 또한 스네어 드럼과 텀텀(tom tom)은 완전히 다른 톤 칼라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여러 가지 타악기 악세서리(예를 들면, 카우벨, 우드블럭, 윈드차임 등등)들을 함께 세팅해 놓고 연주합니다. 한 마디로 한 가지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악기를 동시에 연주하는 것입니다. 드러머들은 얼마든지 상상력을 발휘하여 자신의 세트를 제작합니다.

이제는 전자적인 패드를 함께 설치하여 새로운 소리들을 불러옵니다. 이러한 새로운 악기들을 함께 세팅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함께 연주할 수 있는 기술의 연마가 그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의 도전을 꿈꾸게 합니다. 지금까지 아무도 해보지 않은 세팅으로 새로운 연주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그 가능성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의미에서 드럼 세트는 가장 현대적인 악기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KakaoTalk_20151230_130254244김현종
서강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Musicians Institute에서 드럼과 레코딩을 전공하였다. 상명대에서 컴퓨터음악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성균관대학교에서 동양철학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귀국 후 96년 서울재즈아카데미를 처음 만드는데 일조하였으며, 영화 정사, 약속, 미술관 옆 동물원 등의 OST 드럼을 연주하였다. 퓨젼밴드 RTZ, 이정선, 한상원&정원영, 이현우 등의 공연 세션을 하였고, 오리엔탈 익스프레스에서 드럼 연주를 하고 있다. 현재 여주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Rock Drums(2003,예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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