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호]브로컬리 선데이스쿨 –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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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손가락으로 만드신 주의 하늘과 주께서 베풀어 두신 달과 별들을 내가 보오니 (8:3)

버스에서 있었던 일은 기억하고 싶지 않아. 기도의 응답으로 딸려 나온 로민이 녀석이 얼마나 들썩들썩 시끌시끌 말썽을 부리는지, 하마터면 하나님께 로민이만 다시 집으로 데려가 달라고 기도할 뻔했잖아.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말이야.

전도사님이 말씀하신 ‘작은 농장’에 도착했어. 어느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는데, 저 뻐드렁니 하며 두툼한 입술까지……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었어.

“자, 나의 부모님을 소개합니다!”

어디서 봤나 했더니 바로 옆에서 본 얼굴이었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바로 전도사님의 부모님이셨던 거야. 아니 그럼 여기가 말로만 듣던 브로콜리 농장? 설마, 하루 세 끼 브로콜리만 먹는 건 아니겠지?

우리는 집채만 한 비닐하우스에 들어갔어. 깨끗한 장판이 깔려 있어서 아늑한 방 같았어. 어린 애들은 모두 그 위에서 뛰놀고, 김로민은 구석에서 장판 밑을 휙 들춰 보고, 암튼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인자 여기서 살 그니께, 그기 츠녀들은 낮엔 여기 있다가, 밤에 슨생님들이랑 집으로 들어가 자쇼잉.”

할머니가 여자아이들에게 말씀하시는 소리를 듣고 모두 웃음을 터뜨렸어. 우리는 전도사님과 브로콜리 농장도 구경하고 뒷 산도 올라가 보았어. 나는 지금까지 새라면 비둘기하고 참새, 닭 같은 것밖에 못 봤는데 여기에는 아주 예쁜 빛깔의 새, 또 신기한 소리를 내는 새도 많았어.

“로민아, 이런 건 함부로 먹으면 안 돼. 더러워.”

로아는 아까부터 로민이를 챙기느라 진땀을 뺐어.

“한번 먹어 보라 그래. 나도 어릴 적에는 많이 따 먹었거든.”

전도사님이 웃으며 로민이에게 빨간 열매를 하나 먹여 주셨어. 그러나 로민이는 한 번 씹자마자 표정이 마구 일그러지더군.

“으엑! 맛없어, 퉤퉤!”

머쓱해진 전도사님은 괜히 우리를 휙 둘러보며 말씀하셨어.

“흠흠. 얘들아, 이 모든 걸 하나님이 지으셨단다. 여기 보이는 노란 꽃도, 저기 노래하는 새들도 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거야.”

“근데 이런 걸 다 왜 만드셨어요? 하나하나 만들려면 힘드셨을 것 같은데.”

“바로 너희가 보면서 기뻐하라고 만드신 거야. 그리고 하나님에게 이 정도 일은 전혀 힘들지 않을걸? 사랑하는 사람한테 선물하는 건데 뭐가 힘들겠어.”

이걸 다 하나님이 만드셨다고? 우리를 위해? 나무 위에 앉은 새는 머리가 노란색이었어. 산딸기는 아주 예쁜 새빨간 색이었지. 나무마다 연둣빛 잎사귀가 흔들거렸어. 하나님은 분명 멋진?화가일 거야. 이 모든 풍경이 다 그림 같더라고.

시간이 좀 지나자 아이들은 배고프다고 난리였어. 붉은 노을을 보고 숙소로 돌아오니 커다란 밥상이 차려져 있었어.

“우와~!”

아이들이 흥분해서 달려갔어. 그런데 밥상에는 계란도, 소시지도, 오징어 진미채도 찾아볼 수 없었어. 게다가 상 한가운데에 산더미처럼 쌓인 ‘브. 로. 콜. 리!’

나는 잠시 멈칫하며 서 있었는데 아이들은 배고픈 돼지들처럼 상에 달려들어서 아무 반찬이나 집어 먹었어.

“우와, 진짜 맛있다. 이건 뭐예요?”

“그기? 시래기 무침. 양념이 잘 비았으니 맛있을 거여.”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우리를 흐뭇하게 바라보셨어. 그런데 아주 놀라운 장면을 보았어. 아이들이 브로콜리를 무지 맛있게 먹는 거야. 빨간 양념장에 찍어서 입 속에 쏙쏙 넣는 거 있지?

나도 군침을 삼키며 밥상에 달려가 앉았어. 그리고 한 마리의 배고픈 돼지가 되었지. 정말 꿀맛이더라. 저쪽에서 전도사님의 목소리가 들렸어.

“이거 맛있지? 어, 그것도 맛있지? 다~ 유기농이야. 나도 유기농이고. 으하하하!”

noname04

글 : 장보영
양념치킨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장보영 선생님은 중앙대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하다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는 새침데기 아가씨처럼 지내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재롱둥이, 울보, 떼쟁이, 말썽꾸러기 등 30여 가지 모습으로 변신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대학 시절 예수전도단 예배 팀에서 섬겼고, 지금은 어린이 책을 만드는 일을 하며 ‘싱잉앤츠’라는 밴드에서 재미있는 친구들과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그림책 『더 스토리박스 바이블』 시리즈와 『나는야 특별한 오리』 등 다수의 책에 글을 썼고, <예수 내 인생의 횡재> 등의 노래를 지었습니다.

그림 : 박연옥
그린이 박연옥 선생님은 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며 느끼는 밝고 행복한 마음들이 이 책을 읽는 모든 어린이에게 전달되기를 진심으로 바라시지요. 대표작으로는 《햄버거가 뚝!》, 《주인공은 나뿐이야》, 《아홉 살 선생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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