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호] 음악적 사건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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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대 지휘자를 위한 10가지 필수 테크닉 (IV)

4.0 음악적 사건을 찾아라.
어떤 작품을 연주 한다는 것은 작곡가가 기록한 악보를 보고 연주자가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하여 악기 또는 노래로 표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주자의 첫 번째 의무는 작곡가의 의도를 세심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작곡가는 음악적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그것이 형식주의자들의 주장처럼 음악의 형식들을 통한 이야기든 내용주의자들처럼 표제의 내용을 음악적으로 풀어가든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만들어질 수 밖에 없다. 마치 소설가가 크고 작은 사건들을 전개해 나가듯이 작곡가도 많은 사건들을 만들어 내게 된다. 그것을 ‘음악적 사건musical events’이라 말하게 된다. 연주자가 악보에서 무엇이 음악적 사건인지 알지 못하고 연주한다면 그 연주는 음표의 나열로 끝나게 될 것이다. 다양한 음악적 사건을 찾아내어 사건답게 만드는 것이 연주일 것이다. ?이번 시간에는 무엇이 음악적 사건인지 알아보고 다음 시간에 이중에서 중요한 몇가지를 선택하여 지휘하는 방법에 대하여 논의 할 것이다..

4.1.1 템포지시어를 통한 음악적 사건들
음악이론적 분석들이 가능하겠지만 연주자의 입장에서 피부로 만져지는 사항들을 먼저 살펴보면, 연주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아마도 ‘템포’일 것이다. 베토벤은 템포를 ‘연주의 몸체’라고 정의하였다. 정말로 연주에 있어서 가장 어렵고 중요한 것이 템포의 설정이다. 메트로놈 없이 ‘알레그로Allegro’가 어느 정도의 빠르기를 말하는지, ‘아다지오Adagio’는 얼마나 느려야 할지를 고민 없이 만들어낼 수 없다. 조금만 느리고 빨라도 곡의 느낌이 확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실 Allegro라는 단어는 이태리어로 명랑하게 라는 뜻이다. 처음 이 용어가 사용될 때에는 템포보다는 음악의 성격을 나타내는 말로 사용되었다. 명랑하다는 말이 보통 빠르다는 것과 관계가 있어서 템포지시어로 사용되게 된 것이다. 템포는 크게는 악장 마다 변화되지만 곡 중간에도 템포의 변화를 통해 사건을 변화시켜 나간다. 템포 설정에 민감해야 한다.

4.1.2 템포관련지시어를 통한 음악적 사건들
템포와 관련된 지시어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첫 번째 중요한 용어가 ’리타르단도ritardando’이다. 이 용어는 점점 느리게 이다. 얼마나 느려져야 하는 건지는 아마도 아무도 모를 것이다. 앞에서 달려오는 템포와 전체적인 음악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리타르단도가 적혀있지 않아도 시대나 곡의 흐름에 따라 리타르단도를 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1825년 무렵 체르니는 자신의 저서 Klavierschule에서 ritardando 또는 rallentando를 사용할 수 있는 11가지 상황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목록을 만들었다.

  1. 주요 주제로 다시 돌아올 때
  2. 프레이즈가 멜로디로부터 분리되어져야 할 때
  3. 긴 음표들이 강하게 악센트가 될 때
  4. 다른 박자로 넘어가는 경과구 부분
  5. 휴지 후
  6. 빠르고, 생생한 페세이지에 diminuendo가 되어 있는 부분
  7. 장식음들이 정확한 템포 (tempo giusto)로 연주할 수 없는 부분
  8. crescendo가 중요한 페세이지를 시작하거나 끝내기 위한 곳에 적혀 있는 부분
  9. 작곡가 또는 연주자가 자신의 감정으로 자유롭게 연주하도록 하는 부분
  10. 작곡가가 espressivo라고 적어 놓은 페세이지
  11. 종지부분 또는 페세이지의 전개가 끝나는 부분

리타르단도와는 반대 표현인 점점 빠르게라는 ‘아체르란도accerlando’ 역시 중요한 음악적 사건이다. 또한 ‘페르마타fermata’ 만큼 해석하기 어려운 음악적 사건도 없을 것이다. 얼마나 길게 머물러야 하는지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음표에 페르마타가 붙어있으면 그 음표의 두 세배 정도라고 말하여지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리타르단도와 페르마타의 지휘 방법에 대하여는 다음 시간에 논의 하도록 하겠다.

4.1.3 다이내믹 관련 지시어를 통한 음악적 사건들
음악은 소리의 크고 작음의 연속체라고 말할 수 있다. 하나의 선율이 만일 열 개의 음표로 되어 있다면, 이 열 개의 음표들이 가지고 있는 다이내믹은 전부 다를 수 있다. 점점 커져가다가 점점 작아져 가는 일반적인 음악적 프래이즈인 아취형태의 다이내믹 형태를 가지거나 아니면 크레센도나 디미누엔도 지시어를 통한 다이내믹이 될 수 있다. 또한 f(포르테)나 p(피아노) 지시어를 통한 다이내믹의 지시어들 역시 매우 중요한 음악적 사건이다. 그러나 f의 크기를 얼만한 크기로 해야 하는지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모차르트의 f와 베토벤의 f가 다르다. 또한 mf와 f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음악은 매우 섬세한 예술이다. 이런 차이를 간과한다면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4.1.4 임시기호(#,b)통한 음악적 사건들
임시기호를 영어로 accidentals(사건들)이라고 말한다. 즉, 임시기호는 직접적인 사건을 지시하는 용어다. #(샆)의 용법은 반음 올리라는 지시어다. 선율이 가다가 조표에 없는 임시기호 #이 나오면 툭 튀어나온 장애물이 있음을 나타내는 사건이다. 만일 b(플랫)이 있으면 반음 내리라는 지시어인데, 이것은 움푹 파인 웅덩이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사건을 나타낸다.

4.1.5 박자, 조표, 화음의 변화들을 통한 음악적 사건들
박자라는 것은 강약의 그룹핑을 말한다. 예를들어 6/8박자는 8분음표를 3개씩 그룹핑하는 것이고 3/4박자는 8분음표 2개씩 3개의 그룹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둘은 한 마디에 8분음표를 동일하게 6개를 가지지만 강세의 그룹이 다르게 만드는 음악적 사건이다. 또한 조성을 변화시킴으로써 작곡가들은 새로운 무드를 만들어낸다. 장조와 단조의 변화라든지 먼 조로 가서 새로운 표현을 만든다. 또한 새로운 화음들을 추가하거나 변화시키는 것도 중요한 음악적 사건이다.

4.1.6 아티큘레이션들을 통한 음악적 사건들
사전적 의미로 articulation 이란 ‘명료한 발음’ 또는 사상, 감정 따위의? ‘명확한 표현’이라고 되어 있다. 음악에 적용해 본다면 아티큘레이션은 음표 하나의 속성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음표가 어떤 표현을 가지고 소리 나야 하는가를 말한다. 보통 음표에는 아무 표시가 되어있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표현 없이 하라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그것의 결정은 많은 음악적 소양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작곡가가 원하는 아티큘레이션의 표시들을 악보에 그려놓곤 한다. >악센트, -테누토, ,스타카토 등의 몇가지 표시를 통하여 아티큘레이션들을 적어 놓는다. 이 표시들도 대단히 중요한 음악적 사건들이 될 것이다. 아래의 도표는 오늘날 기보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아티큘레이션 기호들인데, 사실 이것으로 작곡가가 원하는 세밀한 표현을 나타내기는 매우 어렵다. 단지 어느 정도의 실마리를 제공해 줄뿐이다. 그렇지만 중요한 음악적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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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 프래이징을 통한 음악적 사건들
언어에 있어서 프래이징이란 문장의 최소 단위를 말한다. 흔한 예로,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셨다”와 “아버지, 가방에 들어 가셨다”를 볼 때 프래이징의 다름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되는 것을 보게 된다. 음악의 의미의 구조가 언어의 의미의 구조와 조금 달라서 음악의 프래이징의 다름이 언어의 문장처럼 다르지는 않지만 분명히 다른 표현을 나타낸다. 다음의 예는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의 세 가지 다른 프레이징이다. 어떤 것이 맞는 것일까? 쉽게 결론짓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이 세가지로 만들어지는 소리는 분명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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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아래와 같은 선율을 여러 가지 프래이징으로 나눈다면 분명히 곡의 성격이 매우 달라질 것이다. 1)번은 보통 규칙적인 프래이징을 사용하는 고전주의적 해석일것이고, 2)번은 초기 낭만주의적 관점이 아닐까 생각되고, 3)번은 일반적이지 않는 독특한 프래이징으로 후기 낭만주의 적 관점이 될것이다. 마지막 4)번은 페어링을 사용하는 바로크적 관점이라고 보여진다. 이렇게 같은 선율이라도 프래이징의 방법에 따라 여러 시대의 표현으로 나타날 수 있게 된다.

조익현프로필조익현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작곡과 이론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음악학(M.M)과정을 수학후 미국 북텍사스 주립대학교에서 합창지휘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부천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 비영리사단법인 행복나무플러스의 예술총감독 겸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구촌교회(수지성전) 주향한찬양대의 지휘자로 사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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