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호] 브로콜리 여름성경학교 ? 장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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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도 성령 안에서 하나님이 거하실 처소가 되기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지어져 가느니라 (2:22)

주일이 되어 교회에 갔어.

놀랍지 않니?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교회에 가다니. 바로 지난주에는 꾀병도 부리고 다른 교회 다니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었는데 말이야. 엄마도 놀라시는 눈치였어. 하긴, 엄마는 내가 이번 대회만 마치고 교회를 끊을 계획인 걸 모르시지.

교육관에 들어서자 아이들이 열심히 찬양을 부르고 있었어. 이 녀석들, 아무래도 대회에서 좋은 점수 받으려고 일부러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 그렇지만 전도사님은 전처럼 찡그린 얼굴은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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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에 여름성경학교가 있다는 건 알고 있죠? 충청도에 있는 작은 농장에 갈 거예요. 근처에 계곡도 있으니까 물놀이도 할 수 있어요. 예배 끝나고 뒤에서 가정통신문을 가져가 부모님 동의서를 받아 오세요.”

전도사님 말씀에 몇몇 아이들이 투덜거렸어. 차진수의 이 빠진 새 목소리가 제일 크게 들렸어.

원래 그냥 교회에서 했었는데. 배낭 무겁단 말이에요!”

얘들아, 원래 여름성경학교라는 게 밖으로 놀러 나가는 거야. 물놀이는 수영장보다 계곡이 더 재밌는 거 알지?”

어린이찬양팀_2하지만 막상 다음 주가 되자, 투덜거리던 애들 모두 배낭을 메고 튜브를 하나씩 끼고 나타나더라고. 그중에서도 차진수 녀석의 배낭이 제일 큼직했다니까. 그런데 시간이 되어도 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어. 바로 김로아였지.

로아는 왜 안 오지? 무척 기대했었는데.”

전도사님이 로아하고 통화를 하고 온 뒤 어두운 얼굴로 말씀하셨어.

우리 다 같이 로아를 위해 기도하자. 로아 어머니께서 전에?분명 허락하셨는데 갑자기 못 가게 막으신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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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출발 시간을 조금 미루고 함께 마음을 모아서 기도를 드리기로 했어. 불평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대부분 진지하게 기도하더라고. ‘기도를 하면 정말 들어주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로아랑 함께 가고 싶은 마음에 나는 거의 처음으로 간절하게 기도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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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로아의 어머니가 허락해 주시도록 지금 좀 도와주세요. 전 로아랑 같이 가고 싶어요…….”

한참 열심히 기도하고 있는데 누군가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르면서 귓속말을 했어.

출발 시간 다 됐는데 지금 무슨 기도 하고 있는 거야?”

고개를 들어 보니 로아가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멀뚱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어. 그 옆에 로민이까지. 나는 엄청 기뻐서 두 팔 벌려 로아를 덥석 안을…… 뻔했어. 어느새 전도사님이 로아 뒤에 와 계시더라고.

얘들아! 로아가 왔다! 하나님이 우리 기도를 들으셨어!”

우와!”

이제 열세 명, 아니 로민이까지 열네 명의 아이들이 모두 모였어. 불평하던 아이들도 신기해하더군. 나는 처음으로 기도한 것이 이루어져서 기분이 좋았어. 뭐, 로아가 와서 그런 것도 있지만…….

엄마가 못 가게 하셨다며. 어떻게 나왔어?”

너희가 기도해 줘서 나왔지.”

아니 그러니까 어떻게?”

내가 로민이까지 책임지고 다녀올 테니 엄마는 아빠랑 오붓한 시간 보내시라고 했어.”

정말 그러니까 엄마가 허락하셨어?”

. 요즘 엄마가 로민이를 돌보느라 무지 피곤해하셨거든. 이젠 내가 피곤할 차례지만.”

로민이는 벌써부터 배낭 속 과자를 꺼내고는 다 흘리면서 우물우물 먹고 있었어. 로아가 로민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숨을 쉬었어.

자자, 이제 모두 모였으니 성경학교 기간 동안 함께 지낼 팀을 발표하겠어요!”

전도사님의 말씀에 아이들이 술렁거렸어. 팀? 고작 열네 명을 또 어떻게 나누겠다는 거지?

두 팀은 다섯 명씩 넣고 나머지 한 팀은 네 명을 넣었습니다.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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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침을 꼴깍 삼켰어. 이왕이면 로아랑 같은 팀이 됐으면 좋겠다.

“1조는 최힘찬, 차진수, 김로아, 김로민! 먼저 나가서 차에 타세요.”

으악! 이럴 수가! 나는 차진수 녀석의 이름을 듣고 깜짝 놀라서 로아가 같은 팀이 된지도 몰랐어. 아이들 틈에서 진수가 거만한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어. 아아, 최악의 상황이다. 혹시 저 녀석이랑 싸움이라도 나면 로아가 날 보고 실망하겠지?

나는 차진수를 노려보며 먼저 밖으로 나갔어.

23일 동안 잘 지낼 수 있을까? 에라, 모르겠다. 일단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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