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호] 패턴에서 벗어나야 음악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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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대 지휘자를 위한 10가지 필수 테크닉

3.0 패턴에서 벗어나야 음악이 산다.
지금까지 지휘 패턴에 대해서 2회에 걸쳐 긴 설명을 했는데, 이제는 그 패턴에서 벗어나야 한다니 무슨 말인지 의아해 할수 있을것이다. 우리는 여러 박자와 관련된 지휘 패턴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즉 다양한 박자를 지휘하는 원리에 대한 이야기를 한것이다. 여기에는 실재의 음악이 빠진 단순한 박자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실재의 음악에 들어가면 여러가지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지휘패턴을 보면 주로 상하의 움직임으로 박자의 길이를 나타낸다. 그러나 음악은 매우 선적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때로는 지휘의 상하로 움직이는 패턴으로 인하여 선적인 유려한 음악이 토막이 나곤한다. 지휘자의 원칙적인 지휘가 음악을 방해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음악은 무수한 다양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다양성에 민감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곤란해 질때가 많다.

3.1.0 지휘는 무엇을 나타내는가?
과연 지휘는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필자는 두가지 요소로 축약한다. 즉 ‘지시’와 ‘표현’이다. 지휘는 시작과 맺음을 지시하고, 어떤 박자의 강세로 가야하는지를 지시하고, 여러 음악적 사건들(f, p, cresc., dim…)을 지시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것은 지휘자의 제스쳐를 보고 음악적 표현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된다. 우리는 박자만 짓고 있는 사람들을 Time beater(박자 치는 사람)라고 조소섞인 말로 이야기 한다. 표현없이 그냥 박자만 짓는다는 것이다. 지휘자도 연주자이다. 연주자는 단순한 기계적 반응으로 소리를 산출하는 것이아니라 예술적 표현을 소리로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다. 즉, Expressioner(표현자)인 것이다. 즉 표현을 만들어내어야 한다. 예술작품에 표현이 없다면 아무 쓸모없는 물체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표현이야 말로 예술가가 도달해야 하는 궁극적인 도달점이 분명하다.

3.2.0 표현적 지휘
표현적 지휘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하여 음악에서 표현은 어떻게 나타내는가를 이해해야한다. 음악에서 표현은 크게 두가지로 나타낸다. 즉 ‘스타카토’와 ‘레가토’이다.

3.2.1 스타카토 의미
사전적 정의로 스타카토는 그 음표의 반만 소리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너무 단순한 정의이다. 정확하게 음표의 반을 소리 내는것도 어렵지만, 그것보다 조금 더 길거나 짧은 소리는 어떻게 표시할지 그 방법이 없다. 그래서 스타카토는 그 음악적 상황에 맞추어서 만들어 내야한다. 따라서 스타카토는 한개가 있는것이 아니라 수많은 크고 작은 스타카토들이 존재하게 된다. 아주 짧은 소리를 요구하는 스타카토로부터 액센트를 동반하거나 테누토를 동반한 스타카토 등 다양한 스타카토가 있을 수 있다. 실재로 테누토에 점을 찍거나, 액세트 표시에 점을 찍어서 표현의 정도를 조금더 알수 있게 나타내는 기호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3.2.2 레가토 의미
레가토의 의미는 그 음표의 소리를 약간 누르는듯 하게하여 소리를 조금 부드럽게 하라는 지시 기호이다. 참 애매한 표현이다. 어느정도 눌러야 하는지, 어느정도 부드럽게 해야하는지 해석하기가 무척어렵다. 스타카토보다 더 해석하기가 힘들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하여 한편에서는 음악적 기호들은 불안전하다고 말한다. 이것은 당연하다. 음악은 어떤 정의에 닫혀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음악은 열려져있는 체계이다. 그래서 악보의 기호들은 항상 해석자에게 열려져 있다. 작곡가가 생각하는 흔적을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연주자를 제2의 창작자라고 하지 않던가? 그만큼 악보의 해석은 어려운 문제이다. f(포르테)와 p(피아노)를 얼마만한 크기로 해야하는지 정확히 말할수 없기 때문이다.

3.2.3 음악적 표현 익히기
미국 유학시절 처음 피아노를 시작하는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교본을 구입하기 위하여 음악서점을 방문하였다. 거기서 한 초급 교본을 보고 너무나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었다. 첫장에 ‘도레도레도’ 다섯 음표를 연습하는 예제가 주어졌는데, 첫 장 제목이 레가토였다. 1번 예제 제목이 Cotton Candy(솜사탕)이였다. 다섯음을 솜사탕처럼 달콤하게 쳐보라는 거였다. 2번은 Butter Scotch(버터사탕)였는데, 이 버터의 달콤한? 사탕맛으로 연주해 보라는거였다. 3번은 Chocolate(쵸코렛)의 맛으로 똑 같은 예제를 치라는 것이었다. 제2장은 스타카토였다. 같은 예제를 풍선이 터질때의 소리처럼, 망치로 못을 박을 때의 소리처럼 쳐보라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나 놀라서 할말을 잊었었다. 이제 처음 입문하는 아이한테 레가토와 스타카토의 다양성을 함께 가르치다니! 그렇다. 처음부터 표현의 DNA를 우리의 피속에 넣어야 하는것이었다. 우리가 음악의 표현을 잘 나타내지 못한것이 처음부터 음악적 표현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은것이다.

3.2.4 음악적 소리의 다양성
그 후 음악적 소리의 다양성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가 어떤 음을 소리내는 방법이 한 천개쯤 있다고 생각해 보자. 제일 짧게 내는 소리를 1번이라하고 제일 부드럽게 내는 소리를 1000번이라고 할때 786번째 있는 소리를 내어 보라. 이것이 가능한가? 물론 가능하지 않다. 상상를 해야 한다. 소리의 다양성에 대한여 좀더 세밀하게 생각하고 소리를 만들어야 하는것이다. 어떤음을 내는 방법이 한 10개 쯤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천개쯤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하고는 사는 세계가 다른것이다. 합창리허설을 하거나 음악래슨을 할때 가장 힘든것은 나는 786번째의 소리를 말하는데 그저 7번째의 소리로 반응할때이다. 훌륭한 연주자들의 연주를 보라. 한음을 만들기 위하여 온 힘을 다하여 아주 조심스럽게 피아노나 바이올린 연주한다. 노래도 이렇게 해야한다. 지휘자의 움직임 속에서 이런 세심한 음악적 소리가 느껴지지 않으면 노래하는 사람도 지휘자의 음악적 요구에 단순하게 반응 할수 밖에 없다.

3.2.5 스타카토와 레가토 지휘법
원리는 간단하다. 비팅 포인트를 얼마나 뽀죽하게 하는냐, 얼마나 둥그렇게 하느냐를 통하여 만들어진다. 즉 각 지휘패턴의 비팅포인트를 V자로 할것인지, U자로 할것인지를 세심하게 생각하며 만들면된다.

3.3.5.1 스타카토 지휘
지휘에 있어서 비팅의 포인트가 날카로울수록 짧은 스타카토를 나타내게 할 것이며, 비팅의 바운스되는 각도가 좁을수록 더욱 날렵하고 빠른 스타카토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비팅이 바운스 되는 길이가 음표의 길이를 나타내기 때문에 스타카토는 자신의 음표의 길이보다 짤게 정지하여 바운스 되는 길이를 기존 비팅의 길이보다 짧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 길이가 짧을 수록 짧은 스타카토를 나타내게 될 것이다. 스타카토는 빠른 시간에 비팅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손목의 스냅을 이용하여 강한 스트록을 만들어야 한다.

무제-1 복사

<b가 a보다 더 날카로운 스타카토를 나타내며, d가 c보다 더 짧은 스타카토를 보여 준다. 점선은 바운스를 나타낸다.>???

3.3.5.2 레가토 지휘
레가토는 소리를 부드럽게 연결하라는 표현법을 의미한다. 그래서 스타카토와는 반대되는 표현법이다. 레가토는 템포와 관계없이 만들 수 있지만 보통 느린 부분에서 많이 사용된다. 스타카토와 마찬가지로 표현의 초점은 비팅 포인트에 있다. 스타카토는 날카로운 각도를 만들었지만 레가토는 그 날카로운 각도가 없게 만드는 것이다. 포인트의 끝을 둥글게 만들어야 한다. 보통 포인트를 뭉겐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둥글어진 비팅 포인트가 더 넓은 타원을 만들수록 소리는 더욱 부드럽게 연결되는 레가토 표현을 만들게 될 것이다. 그래서 2박자나 4박자의 지휘 패턴은 옆으로 누운 8자를 그리게 된다.

무제-2 복사

<b가 a보다 레가토의 정도가 더 많음을 보여준다.>

3.3.6 스타카토와 레가토의 패턴에서의 적용
스타카토와 레가토를 포함한 선율을 어떻게 지휘하면 되는지 다음을 보며 이해하기 바란다. 악보에 이런 표시가 없다 하더라도 가사나 음악적 프레이징으로 인한 본인의 해석을 통하여 각 박자의 비팅 포인트를 뾰쪽하게 혹은 둥그렇게 만드는 이런식의 지휘를 해야할 것이다.

패턴에서 벗어나야 음악이 산다-4

3.3.0 지휘패턴에서의 자유로움
흔히 대가들의 지휘를 보면 그 박자 패턴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호소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지휘자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기 때문에 패턴에 갇혀있지 않다. 지휘는 지시와 표현을 나타내면 된다. 그렇다고 대가들이 지휘패턴을 몰라서 그렇지는 않다. 그들은 이미 패턴에서 자유롭다. 지휘패턴이란 도구를 쓰고 싶을 때만 사용하지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이 반복하지 않는다. 우리는 열심히 패턴을 연습해서 지휘에 필요한 근육들을 훈련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섬세한 음악적 표현에 두팔을 반응하게 해야할 것이다.

조익현프로필조익현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작곡과 이론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음악학(M.M)과정을 수학후 미국 북텍사스 주립대학교에서 합창지휘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부천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 비영리사단법인 행복나무플러스의 예술총감독 겸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구촌교회(수지성전) 주향한찬양대의 지휘자로 사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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