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호] “Flexibility(유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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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해되지 않는 장면들이 TV에 등장합니다. 아직도 탄력이 사라지지 않은 몇몇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많은 참가자들이 기타를 들고 심사위원 앞에서 연주를 하며 노래를 부릅니다. 그리고는 그대로 손에 들거나 어깨에 걸친 채로 밖으로 나갑니다. 인터뷰를 할 때도 그렇고 합격의 환호성을 지르면서 밖으로 나가 뛰어다닐 때 보면 여전히 한 손에 기타를 붙들고 마구 흔들어 댑니다. 공중파에서 방송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몇몇 협찬 업체의 기타가 대부분이지만, 케이블에서 방송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다양한 브랜드를 들고 참가자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들이 대충 한 손에 붙들고 위태하게 흔들어 대며 뛰어다니는 그 기타가 몇 백 만원을 호가하는 그런 고가라는 것입니다. ‘와우… 저 악기를 저렇게 케이스도 없이 아무 곳에나 막 들고 다니고 흔들고 있다니. 어디라도 부딪히면 어떻게 하려고?’ 하는 쓸데없는 남의 악기 걱정도 종종 듭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꽤 많은 기타 케이스를 사용했습니다. 한 겹의 천으로 된 아래에서 위로 끼우는, 뭉치면 한 주먹 되는 그런 케이스를 시작으로, 레자 가죽으로 중간에 솜을 끼운 소프트 케이스, 또 종로 낙원상가 케이스 가게에서 몇 만원 더 주고 중간에 솜을 두 배로 넣은 소프트 케이스, 그리고 아주 무겁고 손잡이도 딱딱한 합판 나무 케이스, ‘SKB’라는 회사에서 나온 가벼운 강화 플라스틱 케이스, 같은 SKB지만 더 세련되고 가볍고 잠금장치가 튼튼한 상위 버전, 하드케이스 모양인데 단단한 스티로폼으로 되어 있는 소프트 하드케이스와, 현존하는 최고의 케이스라고 불리는 ‘Mono’라는 회사에서 만든 여행용 소프트 케이스까지… 정말 여러 가지 종류의 기타 케이스를 사용했습니다.

크게 보면 하드 케이스와 소프트 케이스로 나눌 수 있을 텐데, 습도 관리, 충격 보호, 그리고 여유 공간, 무게… 등의 기준에 따라서 선택하지 싶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여유 공간에 꽤 많은 비중을 두었던 것 같습니다. 하드 케이스는 단단하고 멋지지만 다른 것들을 담을 공간이 없습니다. 자기만의 사이즈와 모양이 딱 잡혀 있지만, 대신 다른 것들이 들어갈 공간이 거의 없습니다. 반대로 소프트 케이스는 성경책도 넣고, 이런 저런 부속품들을 넣을 공간이 꽤 많습니다. 거의 작은 손가방 하나를 대신하는 정도입니다.

찬양 인도자들도 그렇습니다. 하드 케이스 같은 사역자보다는 소프트 케이스 같은 그런 사역자가 되어야 합니다. 내 생각, 내 색깔, 내 모양, 내 틀, 내 경험이라는 이미 만들어진 단단한 틀 안으로 다른 동역자들이나 회중들을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여유 공간이 많아서 이런 생각, 저런 의견, 이런 스타일, 저런 방법을 다양하게 수용하는 유동성이 필요합니다. 자기 음악을 하는 솔로 가수나 밴드가 아닌 이상, 지역교회에서 예배사역을 하는 사역자들에게는 이런 소프트 케이스 같은 Flexibility(유연성)를 갖는 것이 좋습니다.

정유성사진변경

정유성
감리교 신학대학과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유다지파’와 ‘부흥한국’에서 사역했으며 〈물가운데 지날때에도〉,〈하나님 눈 길 머무신 곳〉을 비롯하여 여러 곡을 작곡했고, 미국 얼바인 소재의 베델한인교회에서 2004년부터 사역 중이다. 2009년부터 프뉴마 워십(www.pworship.com) 사역을 시작하면서, 찬양과 예배의 현장을 유튜브와 무료 발송사역을 통해 활발하게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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