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호] 브로콜리 선데이스쿨 – 6. 진짜 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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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우린 다 같이 교회에 갔어. 평일에 가는 건 처음인데 교육관에 갔더니 다른 애들도 이미 와 있더라고. 설마 우리처럼 대회를 준비하는 건가? 저 둔한 덩치들이? 나는 놀라우면서도 좀 우스웠어.

“어, 최힘찬도 왔네? 너도 춤 연습하게? 뭐 아는 것 좀 있나?”

어디서 이 빠진 새 목소리가 난다 했더니 차진수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왔어. 그 뒤로 늘봄아파트에 사는 애들이 줄줄이 따라왔고. 그런데 그 무리 속에 웬 낯선 남자아이가 보였어.

“어? 너는 혹시…… 우리 학교 댄스부…….”

기욱이의 말에 다시 보니 우리 학교에서 춤을 제일 잘 춘다는 1반의 준혁이였어. 뭐야, 차진수 녀석이 설마?

“내가 이번 주에 전도할 거야. 그럼 우리 팀에 들어올 거고.”

진수의 말에 로아가 날카롭게 대꾸했어.

“그리고 대회 끝나면 다시 교회 빠질 거지?”

“그거야 준혁이 자유지. 너넨 신경 쓸 거 없어.”

“정말 비겁하다. 그깟 게 뭐라고.”

“그러는 너희는 ‘그깟 거’ 때문에 학원도 안 가고 여길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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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노려보며 으르렁거렸어.

그때 문 앞에서 인기척이 들렸어. 유기농 전도사님이었어.

“어이, 거기! 정다운 대화 중에 미안한데 내가 한마디만 해도 될까?”

전도사님들은 보통 주일에만 출근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유기농 전도사님은 천천히 우리 곁으로 걸어오셨어.

“단지 실력이 좋다고 상을 받는 게 아냐. ‘진. 짜. 예. 배!’ 이걸 해야 돼.”

“진짜 예배가 뭔데요?”

“뭐긴 뭐야. 가짜 말고 진짜로 예배하는 거지. 하여튼 잘해 보라고.”

전도사님은 나와 차진수의 어깨를 툭 치고는 다시 밖으로 나갔어. 우리는 로아가 틀어 준 찬양 댄스 동영상을 보면서 동작을 따라 했어. 뭐 당연히 아주 어설펐지. 그렇지만 아까 전도사님이 춤을 잘 춘다고 상 받는 게 아니라고 하셨으니까 이 정도만 해도 괜찮을 거야.

그런데 ‘진짜 예배’는 대체 뭐지? 그럼 지금까지 한 건 다 가짜였나? 어쨌든 저 얄미운 차진수네 팀만 이기면 좋겠어. 나는 아이들이 집으로 간 후, 혼자 몰래 교회로 갔어. 마침 유기농 전도사님이 밖에서 교회 문을 잠그고 계셨어. 나는 평소답지 않게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다가갔어.

“저, 전도사님…….”

“최힘찬? 네가 날 보고 웃을 때가 다 있구나. 왜 집에 안 갔어?”

“하하하. 제가 그랬나요? 아, 뭐 좀 여쭈어 보려고요.”

“뭔데? 얘기해 봐.”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어.

“진짜 예배라는 게 뭐예요? 어떻게 해야 상을 받아요?”

전도사님은 대답도 안 하고 밖으로 먼저 나가 버리셨어. 나는 냉큼 그 뒤를 쫓아갔어.

“아, 좀 가르쳐 주세요. 저도 상 받고 싶단 말이에요.”

“내가 지금 좀 바쁘니까 가면서 얘기하자.”

전도사님의 걸음을 따라가느라 숨이 찼지만 나는 그동안 하고 싶었던 얘기를 털어놓았어.

“저번에 학교 앞에서 저 만났던 거 기억하시죠? 설마 저 때문에 일부러 늘봄교회로 오신 건 아니죠?”

“……우리가 언제 만났었지?”

전도사님은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말씀하셨어. 뭐야, 기억도 못하시잖아. 나는 왠지 좀 창피했지만 꿋꿋이 말을 이었어.브로콜리4

“아, 그리고 전에 전도사님이 선생님들 앞에서 달란트 없애겠다고 하실 때 사실 밖에서 엿듣고 있었어요. 억지로 찬양하는 건 그냥 노래라고 하셨잖아요. 그렇죠? 근데 그게 ‘진짜 예배’에 대한 힌트 같더라고요.”

“어, 응…….”

나는 헐떡거리며 힘들게 말을 하는데, 글쎄 전도사님은 아까부터 핸드폰만 들여다보면서 건성으로 대답하시는 거 있지? 나는 점점 기분이 나빠져서 걸음을 멈췄어. 전도사님은 날 신경 쓰지도 않고 핸드폰 화면에 손가락을 톡톡 찍으면서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걸어가시더라고. 그러다 내가 더는 따라오지 않는다는 걸 눈치챘는지 뒤늦게 돌아보셨어.

“왜 오다 말아? 그 표정은 또 뭐야?”

“말 안 할래요. 그냥 안녕히 가세요.”

“네가 열심히 말하고 있는데 나는 핸드폰만 봐서 삐쳤구나?”

“전도사님은 엄청 바쁘셔서 저랑 얘기할 생각이 없으신 것 같아요.”

“다 듣고 있었지. 그래서 대답은 다 해 줬잖아.”

“저를 한 번도 똑바로 보지 않으셨잖아요.”

갑자기 전도사님이 걸음을 멈췄어. 그리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면서 말씀하셨어.

“자, 이렇게 널 보고 있어. 다시 말해 봐.”

“됐어요. 전도사님이 아무리 절 쳐다봐도 표정 보면 다 알아요. 제 얘기를 제대로 듣는지 아닌지 말이에요.”

“그럼 눈이랑 귀로 얘기를 들어도 소용이 없네? 마음까지 완전히 너한테 집중하길 원해?”

“뭐, 굳이 말하자면 그렇죠.”

“바로 그거야.”

“네? 뭐가요?”

“진짜 예배가 바로 그런 거라고. 이제 알았지? 그럼 난 간다, 안뇽!”

으잉? 이건 또 무슨 말이지? 나는 전도사님을 더 쫓아가려다가 날이 어두워져서 일단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어. 등 뒤에서 전도사님의 목소리가 또 들렸어.

“그날 학교 앞에서 즐거웠단다!”

11월, 20호에서 계속

장보영
양념치킨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장보영 선생님은 중앙대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하다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는 새침데기 아가씨처럼 지내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재롱둥이, 울보, 떼쟁이, 말썽꾸러기 등 30여 가지 모습으로 변신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대학 시절 예수전도단 예배 팀에서 섬겼고, 지금은 어린이 책을 만드는 일을 하며 ‘싱잉앤츠’라는 밴드에서 재미있는 친구들과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그림책 『더 스토리박스 바이블』 시리즈와 『나는야 특별한 오리』 등 다수의 책에 글을 썼고, <예수 내 인생의 횡재> 등의 노래를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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