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호] 브로콜리 선데이스쿨 – 5. 노래 없는 찬양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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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를 마치고 엄마를 한참 기다리다가 소변이 마려워서 화장실을 가는 길이었어. 교사실 입구를 지나는데 선생님들이 회의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난 볼일이 급해서 얼른 가려고 했는데 그 순간 누군가의 큰 목소리가 귀에 들렸어.

달란트를 없앤다고요?”
그건 안 돼요. 아이들이 달란트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이게 무슨 소리야? 달란트를 뭐 어쩐다고?

그게 없으면 아이들은 아마…… 아무도 말을 듣지 않을 수도 있어요.”

맞아. 나도 율동하기 싫은데 달란트 때문에 하는 거거든. 그거 없으면 난 절대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을 것 같아. 달란트를 꾸준히 모으기 위해서라도 교회에 계속 나오는 건데, 달란트를 없애다니 대체 누구 아이디어인 거야?

억지로 드리는 찬양을 하나님이 기쁘게 받으실까요? 진심이 담기지 않았다면 그건 그냥 노래에 불과하지요. 저는 아이들이 진심으로 예배를 드렸으면 좋겠어요. 저도 다른 방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 그렇지. 유기농 전도사님이었어.

브로콜리1

저런 말투는 또 처음인데? 그나저나 저기 앉아 있는 선생님들 표정이 안 봐도 훤해. 이젠 우리한테 찬양 열심히 하라고, 기도시간에 가만히 있으라고 수만 번 얘기해도 아무도 안 들을 걸? 다른 선생님이 애원하듯 말씀하셨어.

아무리 그래도 그건 무리라고 생각해요.”
이미 목사님의 허락을 받았습니다.”

회의실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들렸어. 지금 선생님들은 아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야. ‘오, 주여! 어찌하여 이런 사람을 우리에게 보내셨습니까!’ 마침 엄마가 내려오셨어. 어휴, 나는 다음 주부터 절대로, 절대로 교회에 가지 않을 거야! 학교에 안 가서 신이 났던 방학 첫 주를 보내고 또 다시 주일이 되었어. 나는 엄마랑 입씨름하기 싫어서 머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늦잠을 잤어. 이번 주는 이렇게 넘어갔지만 다음 주엔 어쩌지? 다른 교회에 나간다면 엄마도 허락하시지 않을까? 이왕이면 달란트 팍팍 주는 교회로 찾아봐야겠다. 저녁을 먹으면서 나는 엄마에게 말씀드렸어.

저 이제 다른 교회에 다닐까 해요. 어쨌든 교회만 다니면 되는 거죠?”
널 어떻게 믿고 혼자 보내니? 그럼 같이 다니는 친구라도 데려오든가.”

아들을 이렇게 못 믿는 엄마가 어디 있을까? 대놓고 못 믿겠다니 너무 심하잖아.

데리고 올게요. 데리고 오면 되잖아요.”?

투덜거리며 밥을 먹고 있는데 기욱이한테 메시지가 왔어.

대화1

나는 곧바로 답장을 했지.

대화2

잠시 후 메시지가 또 왔어.

대화3

대체 무슨 일이지? 저녁식사를 마치고 기욱이를 만났어.

또 무슨 일이 있는데?”
개학하기 전에 찬양대회가 열릴 거래. 무지무지 큰 상을 준대! 애들 다 각오가 대단해.”

뭐야. 억지로 찬양하지 않게 한다더니. 달란트 받으려고 노래하고 율동하는 거랑, 상 받으려고 애쓰는 거랑 뭐가 다르지? 나는 전도사님이 좀 실망스러웠어.

재밌겠네. 잘해 봐. 나는 안 해.”
, 잠깐만. 그게 좀 특이한 대회야. , 뭐라더라…… , 다윗이…….”

기욱이가 머리를 북북 긁었어. 그때였어.

다윗배 댄싱킹 선발대회.”

등 뒤에서 김로아가 갑자기 나타났어. 아이고, 깜짝이야. 얘는 또 웬일이지?

너희 둘이 같이 온 거야? 근데 그건 다 무슨 말이야?”

그러자 김로아가 또박또박 대답했어.

하나님을 찬양하는 대회래. 대회 이름처럼 그냥 춤을 춰도 되고, 노래 부르는 것만 빼면 다른 방법으로 찬양해도 된대. 혼자 하거나 팀을 짜거나 우리 마음대로 하래.”
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노래를 뺀 찬양이라니. 그래서 너희는 나갈 거야?”
전도사님이 팀을 짜라니까 글쎄 늘봄애들이랑 미래애들이 다섯 명씩 딱 나뉘는 거 있지?”
김로아, 너도 늘봄아파트 살잖아. 너도 걔들이랑 같이 해?”

내 말에 로아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어. 사실 저 표정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아. 늘봄파의 우두머리 격인 차진수가 로아를 따돌리거든. 참 비겁한 녀석이지. 잠시 후, 기욱이가 쭈뼛거리며 말했어.

나도 팀이 없어…….”

이 녀석들이 혹시?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어. 아니나 다를까 로아가 말했어.

우리 셋이 같이 하자.”
잠깐만. 너희도 알다시피 나는 율동도 못하고 몸이 엄청 둔하잖아. 그리고 이런 이상한 대회는 나가고 싶지 않아.”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 그러자 김로아는 새침한 표정을 짓더니 내 귓가에 속삭였어. 얘가 왜 이래?

힘찬아. 내가 전에 외삼촌한테 선물을 받았는데…… 난 그게 필요 없거든. 그거 너 줄게. 같이 대회 나가자.”
그게 뭔데?”
유희왕 카드!”

로아가 처음으로 나를 보며 생긋 웃었어. 그런데 그 미소를 본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어. 어, 왜 이러지? 나는 잠시 멍해졌어.

할 거지? 같이 나갈 거지?”
, 으응…….”

얼결에 대답하고 말았어. 어린 애도 아니고 고작 유희왕 카드에 넘어가다니. 아닌가? 다른 것에 넘어간 건가?

, 그럼 우리 오늘부터 연습하자!”

로아가 신 나게 소리쳤어. 기욱이도 주먹을 불끈 쥐고 좋아하더군.
그날 밤 집으로 돌아가며 생각했어. 좋아! 찬양대회까지만 하고 늘봄교회랑 바이바이 해야겠다.

브로콜리

9월, 18호에서 계속

장보영
양념치킨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장보영 선생님은 중앙대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하다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는 새침데기 아가씨처럼 지내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재롱둥이, 울보, 떼쟁이, 말썽꾸러기 등 30여 가지 모습으로 변신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대학 시절 예수전도단 예배 팀에서 섬겼고, 지금은 어린이 책을 만드는 일을 하며 ‘싱잉앤츠’라는 밴드에서 재미있는 친구들과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그림책 『더 스토리박스 바이블』 시리즈와 『나는야 특별한 오리』 등 다수의 책에 글을 썼고, <예수 내 인생의 횡재> 등의 노래를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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