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호] 아리마대 요셉, 나는 누구인가?: 렘브란트의 성화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descent from the cross)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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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 23: 44~56, 요한복음 1938~42, 마태복음 27: 57~61, 마가복음 15:42~47?

주님의 십자가상의 죽음을 전후해서 일어난 수난절의 일은 우리의 죄를 대속하시기 위해 이 땅에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하나님을 우리 손으로 못 박은 비극적이며, 피할 수 없어 운명적이며, 또한 결코 신앙의 눈으로가 아니면 이해될 수 없는 신비한 사건입니다. 하나님의 죽음을 통해 우리를 향한 사랑의 은혜가 완성되는 시간, 가장 고통스럽고도 가장 거룩한 시간입니다. 그 엄청난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 사람의 이야기가 눈길을 끕니다. 아리마대 요셉, 곧 아리마대의 사람 요셉의 이야기입니다.

렘브란트의 유명한 성화 중에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Descent from the cross)’가 있습니다. 그림 속 한 남자의 팔 안엔 이미 운명하신 예수님의 몸이 안겨있습니다. 그는 예수님의 시신을 행여나 놓칠세라, 훼손할세라, 꼭 끌어안은 채 조심조심 십자가에서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눈은 예수의 시신을 조금이라도 잘 감싸려고 미리 땅 위에 펼쳐 놓은 새하얀 세마포를 향하고 있습니다. 그는 실패와 두려움과 공포로 뒤덮인 순간에 빌라도에게 담대히 나아가 예수의 시신을 요구하고, 최고의 연민으로 돌아가신 예수를 십자가에서 내려 세마포에 감싼 후 자신이 묻히고자 준비한 새로운 돌무덤에 예수님의 시신을 안장합니다. 유대인의 동네 아리마대의 사람 요셉입니다.

그에 대한 성경의 기록은 이렇습니다. 70인 산헤드린의 1인이었으나 예수의 죽임에는 동조하지 않고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자, 예수의 제자이나 유대인이 두려워 그것을 숨기고 있던 자, 아리마대 사람 부자 요셉으로 예수의 제자였던 자… 성경은 타인이 생각하는 그에 대한 정체성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의 행동의 결과는 말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감히 예수의 십자가의 죽음 앞에 나서지 못하는 순간에 그는 예수의 시신을 쌀 세마포와 장사지낼 새로운 돌무덤을 준비하고, 담대히 만천하에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그는 예수를 사랑한 아리마대 사람 요셉입니다.

예수의 제자였던 가롯 유다의 배신을 시작으로 모든 제자들은 예수를 부정하며 두려움에 뿔뿔이 흩어져 몸을 숨기고 있습니다. 갈릴리로부터 따라온 여자들조차도 먼발치서 예수님의 죽음을 지켜만 보고 있습니다. 호산나 환호 속에 유대인의 왕으로 맞이했던 예수님이 홀로 십자가에 달려있습니다. 아무도 주님의 곁을 지키지 못하던 순간, 아리마대 사람 요셉은 용감하게도 예수님을 향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합니다. 온갖 정성을 다해 주님의 죽음을 애도하며 주님을 새 돌무덤에 모십니다. 이제 그가 누구인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을 것입니다.

생각해 봅니다. 참 믿음은 결코 직분이나 명칭에 달려있지 않습니다. 누가 누구의 제자라고 인정받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 참 믿음은 끝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입니다. 성난 무리들과 권력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일은 이렇게 남겨진 믿음의 사람들을 통해 흔들림 없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아미마대 사람 요셉을 보며 깨닫습니다. 그럼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비록 어렵고 힘들더라도 끝까지 나의 속한 곳에서 맡겨진 나의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나요?

만약 내가 누구인지를 몰라 아직도 방황하고 있다면, 만약 나의 전공이 무엇인지 아직도 저울로 재고만 있다면, 만약 아직도 소명과 비전이 흔들리고 있다면, 아리마대 요셉의 용기를 한번 돌아보기 원합니다. 그리고 낙심하는 나에게 주님 찾아오셔서 믿음을 회복시켜주시고 주님의 일을 맡겨 주시기를 간절히 간구합시다. 불안과 염려와 자신 없음에서 담대함과 용기와 능력의 길로, 나의 소명의 길에서 내가 누군지를 모두가 알 수 있도록 힘차게 나아갑시다.

이달의메시지 차수정차수정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 후 미국 남침례신학대학원에서 교회음악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보스턴 음악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다양한 논문발표와 14회의 독창회, 200여회의 기획연주회 및 오페라, 관현악협연, 학회연주회 등을 공연하였다. 영미가곡연구회 회장, 우리가곡연구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한국교회음악학회 부회장을 역임하였다.?현재 CTS오페라 자문위원, 서울침례교회 지휘자로 섬기며 침례신학대학교에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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