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호] 브로콜리 선데이스쿨 – 3. 못해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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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삼상 15:22)

며칠 전이었어.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아주 즐거운 날이었지. 학교 수업을 마치고 친구 기욱이와 함께 교문 밖으로 나오는데 저쪽에 아이들이 와글와글 모여 있는 거야. 비쩍 마른 아저씨가 뭔가를 나눠 주는 것 같더라고.

유희왕 카드다!”

나도 얼른 달려가서 카드를 받았어. 자세히 보니까 유희왕 카드 뒷면에 스티커가 붙어 있었는데 거기에는 이런 글이 쓰여 있더라고.

그림1(브로컬리)

에이, 이게 뭐야. 쓰지도 못하겠네.”
헤헤. 그럼 나 줘. 스티커 떼어서 내가 가질래.”
싫어. 그냥 버릴 거야.”

나는 그냥 카드를 집어 던지려고 했어. 그때였어.

왜 버리려고 그래. 레어템보다 더 귀한 건데.”

돌아보니 아까 그 아저씨가 내 팔을 잡고 있었어. 이 종이 조각이 귀하다고?

이런 이야기는 나도 좀 알거든요?”
그래? 교회에 잘 다니나 보구나?”
잘은 아니지만, 그래도 음…… , 난 모태신앙이에요!”

나는 우쭐해하면서 대답했어. 그러자 옆에 있던 기욱이가 눈치 없이 끼어들었어.

? 못해? 뭘 못해?”

아, 진짜 도움 안 되네. 나는 기욱이의 뒤통수를 툭 쳤어.

“‘못해가 아니라 모태라고. 모태신앙 몰라? 엄마 배 속부터 교회에 다니는 걸 이렇게 부른다고. 이 띨띨아.”

그러자 빼빼 아저씨가 말했어.

, 친구가 잘 모를 수도 있지. 띨띨이가 뭐냐, 띨띨이가. 오랫동안 교회에 다녔다는 애가 친구를 이해하지도 못하고, 말도 예쁘게 못하고. 못하는 거 많으니 못해 신앙맞네. 큭큭큭.”
뭐라고요?”
너 예수님께 기도해 본 적 있어?”
전 아기였을 때부터 교회 다녔거든요?”
그러니까 예수님이랑 좀 친하냐고.”

그림2(브로컬리)

제가 찬양 시간에 얼마나 열심히 율동하는데요! 헌금도 안 빼 먹어요!”
너 예수님에 대해서 알긴 하니?”
주일학교에서 개근상도 받았어요. 이젠 아니지만.”
너 예수님 잘 모르지?”
알 만큼은 다 알아요. 안다고요! 하나님도 알고, 예수님도 알고, 십자가도 알고, 성경책도 알고, 헌금도 알아요. 그리고 그 뭐냐…… 아저씨가 지금 하고 있는 게 전도라는 것도 알아요.”

그림3(브로컬리)

너 어디 교회 다니니?”
알면 뭐 어쩌시게요?”
너처럼 아는 것이 많고 똑똑한 아이가 다니는 교회가 어디일지 궁금해서. 참 훌륭한 교회 같구나.”

아저씨가 날 비꼬고 있다는 건 금방 눈치 챘지만 따지기도 귀찮아서 그냥 말하기로 했어.

늘봄교회요.”

그 순간 아저씨의 표정이 잠시 굳더니 이내 괴상한 미소를 지었어. 웃으니까 얼굴에 주름이 져서 더 못생겨 보였어.

그럼 전 갈게요.”

그러고선 나는 더 볼 것도 없이 휙 돌아서 가 버렸지. 그런데 세상에, 그 아저씨가 우리 교회 전도사님이라며 나타날 줄이야! 안 그래도 교회 나오기 싫었는데 더 싫어졌어. 다음 주부터는 나오지 말아야지.

8월, 17호에서 계속

장보영
양념치킨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장보영 선생님은 중앙대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하다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는 새침데기 아가씨처럼 지내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재롱둥이, 울보, 떼쟁이, 말썽꾸러기 등 30여 가지 모습으로 변신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대학 시절 예수전도단 예배 팀에서 섬겼고, 지금은 어린이 책을 만드는 일을 하며 ‘싱잉앤츠’라는 밴드에서 재미있는 친구들과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그림책 『더 스토리박스 바이블』 시리즈와 『나는야 특별한 오리』 등 다수의 책에 글을 썼고, <예수 내 인생의 횡재> 등의 노래를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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