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호] 브로콜리 선데이스쿨 – 2. 교회가기 싫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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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되 마음은 내게서 멀도다…
나를 헛되이 경배하는도다 (마 15:8-9)

엄마랑 또 싸웠어. 교회 가기 싫다고 고집을 부렸거든. 너도 그런 적 있니?

사실 나 정도면 착하고 바른 어린이 같아. 엄마도 아마 그렇게 생각하실 거야. 딱 일요일만 빼면. 우리 엄마는 교회에 엄청 열심히 다니시거든. 그럼 혼자만 가시면 될 텐데 왜 자꾸 날 데려가려 하시는지 모르겠어. 특히 노래에 맞춰서 재미없는 율동하는 거 있지? 껑충껑충 뛰기도 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양으로 양손을 이쪽저쪽으로 움직이는 거 말이야. 게다가 그런 이상한 춤을 추면서 노래까지 큰 소리로 따라하라니까 짜증이 나기도 해.

그럼 엄마랑 같이 어른 예배에 가면 되지 않겠냐고?

그건 더 끔찍해. 엄마가 나를 꼼짝도 못하게 하시거든. 조금만 움직여도 인상을 팍팍 쓰고, 작은 목소리로 말해도 날 째려보면서 이러신다니까?

“쉿!”

“쉬잇!!”

“쉬잇!!!”

내 목소리보다 더 크게 말이야. 그러면서 차라리 잠을 자래. 아니면 주보에 낙서라도 하든가. 아니 그러면 도대체 나를 왜 데려온 거야? 잠자는 거나 낙서는 집에서도 할 수 있잖아!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엄마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시곤 해. 엄마가 나 때문에 속상해하면 나도 기분이 안 좋아지거든. 그래서 내가 엄마에게 져 주기로 마음먹었지.

그런데 오늘따라 어찌나 교회에 가기 귀찮았는지 몰라? 어차피 난 평소에는 말을 잘 들으니까 오늘은 투정을 좀 부렸지. 그러다 결국 잔소리 폭탄만 잔뜩 맞고 엄마 손에 질질 끌려 나왔지만 말이야.

우리 교회는 크지 않아. 아파트 상가 2층에 있거든. 우리 교회 옆에는 무지 높은 ‘늘봄아파트’가 빽빽하게 줄을 서 있어. 우리집은 길 건너편에 있는 ‘미래빌라’지. 우리 학교에는 늘봄아파트에 사는 아이들과 미래빌라에 사는 아이들이 함께 다니고 있어. 우리 교회도 마찬가지야. 열 명이 조금 넘는 아이들이 교회에 나오는데, 이 안에도 별의별 애들이 다 있다니까. 서로 별로 친하지도 않지만.

“안녕하세요, 집사님. 힘찬이도 왔구나!” 교회 입구에서 목사님이 웃으며 반겨 주셨어. 오늘따라 목사님의 대머리가 더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아. 나는 갑자기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어.

그림1

“네, 안녕하…… 풉! 큭큭큭!”

그러자 갑자기 엄마가 손을 잡아끌었어. 목사님은 내가 왜 웃는지 알고 계시나 봐. 엄마 손에 끌려가는 나를 보면서 머리 위로 손을 펴고 반짝반짝거리는 시늉을 하시는 거 있지. 그걸 보고 나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어.

“푸하하하!”

엄마는 내 입을 막고는 교육관 입구로 데려가셨어.

“이따가 올 테니까 여기서 예배 잘 드리고 있어.”

교육관에서는 이미 찬양이 한창이었어. 쿵짝쿵짝 신나는 반주가 흘러나오고 선생님은 앞에서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계셨지. 하지만 박수 치며 따라 부르는 아이는 세 명 정도뿐이고, 나머지는 멍하니 쳐다만 보거나 떠들고 있더라고. 그때였어. “자, 지금부터 찬양을 잘 따라 하는 친구들에게는 달란트를 줄 거예요.”

선생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들이 자세를 고쳐 앉았어. 그러고는 허리를 딱 세우고 노래를 열심히 부르더라고. 나는 어땠냐고? 당연히 총알처럼 달려가서 앉았지! 달란트 모으는재미가 얼마나 쏠쏠한지 알잖아. 이거 우습게 보다가는 나중에 달란트 잔치 때 혼자 ‘쪽박’ 차는 수가 있어. 떡볶이 하나도 못 사 먹는다고! 나는 큰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불렀어. 박수도 열심히 치고 말이야.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 뒤에서 누군가 기분 나쁜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있잖아.

주위를 휙휙 둘러보니 내 옆에 한 남자가 서 있었어. 키가 크고 비쩍 마른 아저씨. 볼품없는 양복에다 촌스런 무지개 무늬 넥타이를 하고 있었는데 표정은 꼭 벌레라도 씹은 것 같더라고.

그 아저씨는 열심히 박수를 치는 우리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어. 그런데 그 모습이 어쩐지 낯설지가 않았어.

‘누구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궁금증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어.

“자, 드디어 우리에게 새로운 전도사님이 오셨어요. 소개하겠습니다! 유기농 전도사님!”

그 빼빼 마른 남자가 앞으로 걸어나갔어. 저 아저씨가 우리 전도사님이라고? 나는 아저씨를 어디에서 봤는지 곰곰이 생각했어.

아, 생각났다!

7월, 16호에서 계속

장보영
양념치킨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장보영 선생님은 중앙대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하다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는 새침데기 아가씨처럼 지내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재롱둥이, 울보, 떼쟁이, 말썽꾸러기 등 30여 가지 모습으로 변신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대학 시절 예수전도단 예배 팀에서 섬겼고, 지금은 어린이 책을 만드는 일을 하며 ‘싱잉앤츠’라는 밴드에서 재미있는 친구들과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그림책 『더 스토리박스 바이블』 시리즈와 『나는야 특별한 오리』 등 다수의 책에 글을 썼고, <예수 내 인생의 횡재> 등의 노래를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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