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평화롭고 은혜롭게 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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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찬송가 338장)을 통한 레가토 주법 익히기

 

A| 자매님 그간 평안하셨나요? 연습에는 많은 진전이 있었습니까?

Q| 예, 선생님도 주안에서 평안하셨지요? 지난 번 레슨에서 가르쳐 주신 대로 353장 <십자가 군병 되어서>를 마르카토 주법으로, 물론 지적하신 대로 왼손이 더 크게 들리지 않도록 양손의 밸런스(힘의 균형)에 신경을 쓰면서 연습했습니다.

A| 아주 잘하셨습니다. 피아노 연주(반주)의 새로운 테크닉을 하나씩 알아 갈 때마다 지속적으로 복습하는 것을 잊지 마세요. 지금 당장 잘 되지 않더라도 그 테크닉이 상호 보완되어 점차 나아질 것입니다. 그럼 오늘은 자매님이 좋아하시는 또 다른 찬송 338장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을 연주해 보시겠습니까?

Q| 연주

A| 잘 치셨습니다. 이 곡은 가사도 은혜롭고 많은 성도님들이 즐겨 부르시는 찬송이지요. 이 곡이야말로 어떤 반주자가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듣는 이의 마음에 큰 울림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무미건조해질 수도 있는 찬송입니다. 이 찬송을 어떤 느낌으로 쳐야 할까요?

Q| 선생님 앞이라 떨리기도 하고 악보 보기에 급급하여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습니다만 간절한 마음으로 쳐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A| 네. 마음을 담아서 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찬송가 반주나 독주를 할 때 그 가사의 내용을 머릿속에 그려봅니다. 그리고 그 장면을 생각하면 제 스스로 마음의 감동이 일어납니다. 그 장면들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고초를 겪으시는 안타까운 것일 때도 있고 승리하신 예수님의 영화로운 모습일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제가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려 기도하는 모습이기도 하지요.

Q| 저도 선생님처럼 찬송 연주의 깊은 경지를 체험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악기로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더군요. 감정은 잡히는데 제 피아노 소리는 제 감정과 전혀 무관한 소리를 내니 말씀입니다.

A| 338장을 묵도용으로 조용하게 다시 한 번 쳐 보세요.

Q| 연주

A| 자매님의 연주를 들어보니 자매님은 이 곡을 연습하면서 레가토(legato)와 프레이징(phrasing)에 대해 깊이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곡이 좀 무미하게 들렸던 이유는 자매님이 프레이징을 무시하고, 제대로 ‘레가토’하여 연주하지 못 했기 때문입니다.

Q| ‘레가토’란 슬러(slur, 이음줄)를 지켜서 음과 음 사이를 이어서 치는 것 아닙니까?

A| 기본적으로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손가락으로 건반과 건반 사이만 이어서 쳤다고 해서 레가토 연주는 아닙니다. 들리는 소리가 부드럽게 이어져야만 합니다. 이제 레가토의 기본을 익히기 위해 마음을 비우시고 오른손으로 소프라노 멜로디만 쳐 보시겠습니까?

41page 그림삽입

Q| 연주

A| 자매님의 연주는 아까도 말했듯이 음과 음 사이를 끊어서 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부드럽게 이어서’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이 곡은 보통 빠르기로 치면 한 단을 하나의 프레이즈로 치는 것이 좋고, 느리게 치는 경우에는 두 마디를 한 프레이즈로 치는 것이 좋습니다. 레가토 연주를 배우는 초보자에게는 프레이즈가 길수록 레가토 연주가 어려울 것입니다. 우선 가사 ‘내 주(시-라)’ 두 음만 레가토로 연주해 보십시오.

Q| 연주

A| 그렇지요. 5번과 4번 손가락입니다. 그러나 좀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시’와 ‘라’의 두 음을 시각화해 보겠습니다. 자매님이 친 소리는 마치 이러한 그림이 됩니다.

시 ? ? ? ? ? ? 라
??????

이와 같이 직선상의 아리아(?)를 만들지 마시고 곡선을 만들어 보세요.

ⓐ (prepare) 준비
ⓑ (drop) 떨어트리고
ⓒ 에너지 이동
ⓓ (up) 들어주며
ⓔ 마무리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팔과 손목을 경직시키지 말고 건반의 약간 위(여린 소리를 내야 할수록 건반 가까이, 센 소리를 내야 할수록 건반에서 더 높이)에서 준비해 줍니다.
ⓑ 5번 손가락을 ‘시’의 건반 위에 떨어뜨립니다. 이때 손가락 끝으로부터 건반에 전달된 에너지(힘)가 멈추어 있으면 소리도 멈추게 되어서 소리가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으므로 그 다음에 들려야 할 음인 ‘라’로 에너지를 이동시켜 줍니다.
ⓒ 는 힘이 이동되는 과정입니다. 팔꿈치로 속도를 잘 조절하여 팔꿈치에 연결되어 있는 4번 손가락으로 옮겨 주는 것입니다. 제가 일부러 팔꿈치를 강조하여 ‘팔꿈치에 연결된 4번 손가락’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팔꿈치가 ‘조정자’가 되고 손가락들은 팔꿈치의 조절에 따른 ‘추종자’가 되어야 좋은 레가토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상상해 보세요. 팔꿈치로부터 손톱까지의 길이가 약 30cm는 되겠지요? 레가토는 4~5cm짜리 손가락 운동만으로는 안됩니다. 팔꿈치로부터 연결된 30cm가량의 ‘상상 속의 긴 손가락’이 필요합니다.
ⓓ 이동된 에너지를 4번 손가락에 전달하였습니까? 그러면 ‘라’ 소리가 들렸을 것입니다. 이제 힘을 뺄 차례입니다. 팔꿈치를 서서히 들어 주세요. 손목, 손가락을 먼저 들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앞팔 전체입니다. 붓글씨를 써 본적이 있습니까? 모음 ‘l’와 같은 기본 획의 마무리를 할 때 힘을 예민하게 서서히 빼 주지요? 같은 원리입니다. 설명은 길게 했지만 아주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연속 동작입니다.

또 다른 예로, 많은 사람들이 일렬로 줄을 쭉 서 있습니다. 누가 한 사람을 치면 옆 사람도 줄줄이 그 힘에 의해 옆으로 몸이 기울어집니다. 힘의 이동, 즉 도미노 현상이라고 하지요. 손가락의 힘의 이동도 이와 같습니다. 한 음 한 음 새롭게 힘을 공급받아 건반을 치는 것이 아니고 ‘시’에 서 ‘라’, 즉 5번 손가락에서 4번 손가락으로 힘을 이동시켜 부드럽게 이어지게 치는 것, 손가락들이 층계를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이 아니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는 것 같은 소리, 그것이 바로 레가토의 원리입니다 (앞의 악보 참고)

①과 같이 두 음으로만 레가토 연습을 시작하였다가 차츰 감이 오면 ② → ③ → ④ → ⑤의 순서로 점차 긴 프레이징을 연습해 보십시오.

Q| 레가토가 이토록 심오한(?) 힘의 이동에 의한 주법이라는 것을 미처 몰랐습니다. 그냥 스타카노의 반대로만 알고 있었는데요. 너무 어렵습니다.

A| ‘손’과 ‘귀’가 서로 협력하여 부드럽게 이어 소리 내 보려고 노력하세요. 놀이 기구 ‘시소의 원리’를 생각해도 좋아요.

제가 레가토를 이토록 강조하는 것은 피아노 반주가 얼마나 은혜롭게 들리느냐 하는 문제의 많은 부분이 ‘레가토를 얼마나 잘 하느냐’, 더 나아가서 ‘프레이징 처리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단선율 멜로디를 이미 외우셨다면 눈을 감고 쳐 보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누구나 눈을 감으면 귀가 더 예민해지니까요. 자신의 소리가 충분히 부드럽게 이어지는지, 다시 말해 힘의 이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지 잘 들어 보십시오. 레가토 주법을 완전히 자기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단지 소프라노 단선율을 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은혜로운 묵도송이 될 것입니다.

Q| 열심히 노력해 보겠습니다.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대로 힘을 이동해서 치니까 확실히 소리가 이어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다르군요! 마치 건반 위를 손가락이 유영(遊泳)하는 것 같습니다.

A| 좋은 표현입니다. ‘걷기’라는 표현도 좋으나 느린 곡에서는 음과 음 사이의 에너지 이동이 서서히 이루어지므로 ‘유영’이라는 표현이 아주 적절합니다.

Q| 이때 페달은 어떻게 쓰는 것이 좋습니까? 음이 자꾸 끊어지는 것 같아 어색한데요.

A|궁극적으로는 페달을 써야 하지만 좀 더 충실한 레가토 연습을 위해 페달의 레가토 효과에 의존하지 마시고 페달 없이 손과 귀만 사용하시어 충분한 레가토 주법의 훈련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페달의 레가토 효과에만 의존하다 보면 손으로 예민하게 표현해야 할 레가토 기술이 더 이상 늘지 않기 때문입니다.

Q| 앞에서 선생님께서 ‘피아노 반주가 얼마나 은혜롭게 들리는가’의 문제가 곧 레가토, 더 나아가 프레이징 처리를 얼마나 잘 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하셨는데 프레이징을 만든다는 것은 무슨 말씀입니까?

A| 우리가 말하거나 노래할 때 혹은 글을 읽을 때 그 문맥을 잘 전달하기 위해 알맞은 곳에서 숨을 쉬어 주지 않습니까? 일례로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셨다.”라는 문장과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셨다.”라는 문장의 뜻은 어디서 숨을 쉬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와 같이 음악도 프레이징 처리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그 노래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어떤 악보는 친절하게 슬러를 이용해서 악구(phrase)를 표시해 주기도 하지만 찬송가 악보는 손 번호도, 프레이즈도 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찬송가의 악구를 나누어 반주해 주는 것은 반주자의 고유 임무입니다. 대개는 ‘가사의 문구’와 ‘음악의 악구’가 일치하므로 가사의 문구에 맞게 피아노도 지혜롭게 음악적으로 숨을 쉬어 주면 됩니다.

다이내믹의 조절

Q| 프레이징이 잘 되어야 같은 찬송가도 더 은혜롭게 들린다는 말씀이 바로 그 말씀이시군요.

A| 그렇습니다. 그뿐 아니라 우리가 말을 할 때에나 노래를 할 때에 늘 똑같은 다이내믹(악상: 톤의 강약, 음의 강약)을 사용하지 않듯이 찬송가를 반주(특주)함에 있어서도 다이내믹의 조절에 따라 찬송을 더 은혜롭게 연주할 수 있습니다.

다음의 찬송가 338장을 악상의 표현 없이 치는 것과 예1) 혹은 2)와 같이 악상을 표현하여 치는 것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다음의 예들은 하나의 보기이며 반주자는 각 절의 가사 혹은 예배의 분위기에 따라 악상을 달리하여 칠 수 있습니다.

반주를 하며 가사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어야 하듯이 음악적으로도 하나의 완성된 음악의 형태를 피아노를 통해 나타낼 수 있어야 합니다. 우선 1절의 다이내믹을 나름대로 표현해 보십시오. 특별한 아이디어가 없으면 다음의 악보대로 쳐 보십시오.

A| 아무런 악상의 표현 없이 쳤을 때보다 악상을 표현하여 치게 되면 훨씬 더 가사를 음미하게 됩니다. 이제는 1절부터 이 찬송가의 마지막 절인 4절까지를 하나의 곡으로 생각하고 그 곡 안에서 클라이맥스를 만들어 보십시오. 예를 들어 4절의 네 번째 단을 곡의 절정으로 표현한다면 (그림 들어감) 형태의 그림이 될 것이고 3절의 세 번째 단을 다이내믹의 절정으로 삼으면 (그림 들어감) 의 음악적 흐름(musical shape)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이때 매 절마다 끝 모양(end shape, 곡의 마지막 부분에 끝나는 느낌을 주기 위하여 약간의 리타르단도를 해주는 것)을 만들지 말고 통절을 하나의 노래로 인식하여 마지막 절에만 끝 모양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 외에도 더 많은 ‘다양한 그림’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악상의 적절한 사용은 찬송가를 부르는 성도들로 하여금 그 찬송가에 더욱 몰입하여 은혜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너무 지나쳐서 유치해지지 않도록, 즉 소리가 지나치게 작아진다거나 혹은 갑자기 너무 커져서 성도들이 산만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특주 솔로의 경우는 좀 더 자유로울 수 있고, 성악 솔로의 반주일 경우는 솔리스트의 다이내믹과 보조를 맞추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단, 크레셴도(부호 넣기!)와 데크레셰도( 부호넣기!)를 할 경우, 크레셴도는 점차적으로 커지는 것이지 갑자기 크게 치는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하며, 데크레셴도 역시 점차적으로 소리가 작아져야 함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338장을 통하여 단선율의 레가토 주법과 프레이징, 그리고 다이내믹의 효과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단선율 레가토 주법’이 아름답게 잘 표현되면 점차적으로 소프라노와 알토의 2성부 레가토, 3성부 레가토, 그리고 4성부의 레가토 주법도 익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앞의 찬송가 악보로 연습을 마친 분은 이어지는 필자의 편곡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으로도 연습해 보시기 바랍니다. 같은 곡이지만 찬송가 4성부 악보 그대로 칠 때와 펼침 화음으로 칠 때의 느낌을 비교해 보십시오.

찬송가 338장은 사라 아담스(sarah Adams)가 ‘야곱의 베델’이라는 주제의 설교에 맞추어 작사했다고 하는데, 가사와 곡이 참으로 마음에 와 닿습니다. 제가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기 전에는 솔직히 찬송가가 그렇게까지 좋은 줄은 몰랐습니다. 찬송가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했지요. ‘저렇게 감동적일까?’하며 말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나니 성경 말씀은 온통 저를 위한 하나님의 은밀한 음성이요, 찬송은 곧 나의 시편, 나의 간증이었습니다.

 

 

예배음악(수정)13-1김준희
예원학교, 서울예고, 서울음대 졸업 후 도미하여 시러큐스 대학원에서 피아노 석사를, 피바디음악원에서 피아노와 오르간, 하프시코드로 석사 후 과정을 수료하였다. 2000년에 귀국하여 서울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울대학교 (교회음악 실기과정) 강사를 역임하였으며 온누리교회와 분당 할렐루야 교회에서 피아니스트와 오르가니스트로 사역하였다. 현재 백석 예술대학교 음악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저서로는 『반주자를 위한 찬송가 즉흥연주곡집 1,2, 3 』, 『생생 피아노 반주법 -대화로 배우는 교회음악반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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