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상일교수의 영국교회 이야기 ? 7. 찬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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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교회 예배에 참석하면서 좋았던 점 중의 하나는 찬양대의 훌륭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몇몇 교회 찬양대는 한국교회의 일반적인 찬양대 수준과 비슷하지만, 많은 교회 찬양대의 수준은 전문합창단에 가까웠다. 아마도 필자가 큰 교회 위주로 방문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성공회 대성당 찬양대의 실력은 모두 뛰어났다. 전임 음악감독이 있고 매일 연습하기 때문에 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대성당의 음향이 훌륭하여서 더 좋게 들리는 것 같다. 성공회 예전에서는 찬양대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그 예전을 고수하는 한 찬양대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소프라노 파트를 맡는 코리스터(chorister)의 소리는 들을 때마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녀보다 소년들의 노랫소리가 더 듣기 좋았다. 고음이 많고 어려운 곡을 10살 내외의 소년 코리스터들이 어쩌면 그렇게 잘 부르는지! 코리스터는 다른 나라, 다른 교단에서는 보기 힘든 영국 성공회의 훌륭한 전통이고 유산이다.

그러나 에든버러에서 본 최고의 교회 찬양대를 꼽으라면 세인트 자일(St. Giles) 장로교 대성당의 찬양대를 꼽겠다. 이 찬양대는 매주 목요일 저녁에 연습한다. 필자가 연습시간에 갔을 때에는 모두 20명의 대원이 참석하였다. 대원들의 연령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였다. 어떤 대원은 50년 이상 이 교회 찬양대원으로 있었다고 한다. 인원이 많지 않은데도 소리가 대성당에 가득하였다. 워낙 건물의 울림이 좋고 노래를 잘하여서 마치 프로합창단의 연주회에 온 것처럼 감상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모든 대원이 무보수 자원봉사자이다. 적어도 몇 명은 프로인 줄 알았다고 하였더니, 영국에는 아마추어 합창단원들의 수준도 높다고 지휘자가 자랑스럽게 말하였다. 이 찬양대의 지휘자는 에든버러에 있는 네이피어(Napier) 대학에서 지휘와 음악사 등을 가르치는 교수이고, 한 주간의 반 정도는 이 교회에서 일한다. 그날 많은 곡을 연습하였는데, 쉬츠의 《마니피카트(Magnificat)》을 제외하고는 다 영국인의 곡인 것 같았다. 저녁 7시 30분부터 9시 20분까지, 중간의 커피타임 외에는 줄곧 서서 연습하였다.

에든버러 구시가지의 그레이프라이어즈(Greyfriars) 장로교회 찬양대는 한 달에 한 번만 평일에 연습한다. 대원수가 15명 정도밖에 되지 않고 대원의 절반 정도는 60세 이상으로 보이는데도 각 파트의 소리가 잘 훈련되어 있었다. 80분 동안 8~9곡이나 연습하였다. 아무리 전에 불러 보았던 곡이더라도 음정 잡기가 어려울 텐데 다들 잘 불렀다. 놀라운 점은, 모든 곡을 무반주로 연습하였다는 것이다. 이 교회에는 반주자가 따로 없고 지휘자가 오르가니스트이기도 하다. 첫 음만 지휘자가 확인해 주고는 지휘자의 지휘에 맞춰 불렀다. 16세기 곡에서부터 20세기 곡까지 다양한 정통 성가합창곡을 불렀다. 지휘자의 직업은 엔지니어이고 주말에만 교회에서 일한다는 데도 음악성이 상당하였다.

에든버러의 세이트 존(St. John’s)의 성공회 교회 찬양대는 영국에서 보기 드물게 매주일 세 번의 예배에서 노래한다: 9시 반의 아침기도회(Choral Matins), 10시 반의 성찬식 예배(Sung Eucharist), 저녁 6시의 저녁기도회(Evensong). 필자가 참석한 어느 주일의 아침기도회에서 찬양대가 《테 데움(Te Deum)》을 비롯하여 합창곡을 세 곡 불렀고, 시편가와 찬송가를 부를 때 화음을 넣어 불렀다. 10시 반 예배와 저녁기도회에서는 다른 곡들을 부른다. 합창곡 한 곡만 부르는 대부분의 한국교회 찬양대와 비교된다. 또 대단한 것은 대원들 모두가 무보수 자원봉사자라는 것이다. 정말 엄청난 헌신이다. 연주곡의 수준도 높고 소리의 울림과 밸런스가 좋다. 매주 목요일 저녁에 연습하는데, 필자가 가보니 7시 40분쯤부터 한 시간 반 동안 쉼 없이 거의 계속 서서 연습하였다. 여자대원은 남자대원이 간 후에 30분 더 연습하였다. 이들의 열심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에든버러 구시가지의 올드 세인트 폴(Old Saint Paul’s)의 성공회 교회도 매주 목요일 7시 반부터 9시까지 연습한다. 연습에 참석해 보니, 기도나 발성연습이나 몸 풀기 과정 없이 바로 연습을 시작하였고 중간에 휴식시간도 없었다. 20명이 모였는데, 특이하게도 4~5명 정도 외에는 모두 20대로 보였다. 이 교회 음악감독이 에든버러대학교의 오르간/하프시코드 전공 교수라서 대원들의 대부분이 이 대학교 학생인 것 갔다. 장학금을 받는 대원이 네 명 있다고 한다. 그들도 다 음악 전공생이 아닌데도 찬양대 음악 실력이 훌륭하였고, 연습곡은 전문합창단 레퍼토리 수준으로 높았다. 여덟 곡을 연습하였는데, 모두 미사곡, 칸티클, 모테트, 앤섬이었다. 대부분의 한국교회 찬양대가 주로 부르는 미국의 쉬운 성가곡과 달리 어려운 전통 성가곡이다.

  1. 스카를라티(Scarlatti)의 “Exsultate Deo”
  2. 브리튼(Britten)의 Missa Brevis
  3. 보일(Boyle)의 Magnificat, Nunc dimittis
  4. 탈리스(Tallis)의 “If Ye Love Me”
  5. 브루크너(Bruckner)의 “Locus Iste”
  6. 브람스(Brahms)의 “Geistliches Lied”
  7. 버드(Byrd)의 Mass
  8. 보이스(Boyce)의 “O Where Shall Wisdom”

매주일 오전미사에서 세 곡, 저녁기도회에서 세 곡쯤 부르기 때문에 연습할 곡이 많았다. 대부분 전에 불러본 곡인 것 같지만, 다들 시창실력이 좋아서 짧은 시간에 많은 곡을 연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성공회 예전에는 찬양대의 비중이 큰 반면에 회중의 역할이 적어 매번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특히 저녁기도회는 사제와 찬양대 중심이어서 찬양대는 시편을 비롯해 많은 노래를 부르는 반면 회중은 많아야 찬송가 한 곡을 부른다. 찬송가 부르는 순서가 없기도 하다. 사도신경과 축도문만 사제랑 같이 읽는다. 20세기 후반에 세계적으로 찬양과 경배 운동이 일어난 데에는, 예배음악이 찬양대와 음악가 중심이고 회중은 수동적이고 소외되는 상황에서 벗어나 회중이 능동적인 찬양의 주체로서 직접 참여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도 크게 작용하였을 것이다. 찬양대 음악은 무척 훌륭하지만 회중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답답함을 필자도 여러 번 성공회 기도회에서 느꼈다.

에든버러에는 훌륭한 교회 찬양대가 여럿 있지만, 찬양대가 없는 교회들도 많다고 한다. 왕립교회음악학교(The Royal School of Church Music, 이하 RSCM)의 스코틀랜드 지역 교육 담당자인 크리솔름(Sheila Chisholm)은 에든버러 전체 교회들 중의 15퍼센트에만 찬양대가 있다는 말을 해 필자를 크게 놀라게 하였다. 매주 연습에 참석하려는 이가 적어서 그렇다고 한다. 그녀는 대원들의 헌신(Commitment)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국교회도 영국교회의 이런 점을 닮아갈까 두렵다.

이상일?이상일
서울대학교에서 종교학을,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교회음악과와 신학대학원을 마친 후 미국 Southwestern 신학교에서 (M.M./Ph.D.)과정을 마친 후 2009년부터 장로회신학대학교 교회음악과에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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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회중 찬송

4. 교회 연합
3. 영국교회의 온 세대 예배(All-Age Worship)
2. 영국교회의 예배
1. 시작하며 ? 영국의 교회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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