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오 예수 그리스도(O Jesu Christe a cappella motet for mixed voices)

0
1437

이번 달부터 예배에 사용하기에 적합한 고전성가를 매월 한 곡씩 소개하고자 한다. 여기서 고전성가(classical sacred choir song)란 음악사적인 고전시대(Classical era)나 오래된 것의 의미가 아니고, 작곡된 시간이 오래되었거나 얼마 되지 않았거나 상관없이 예배에 성가대가 사용하기에 적합하며 세상에 나온 시간이 어느 정도는 흐른 성가곡을 의미한다. 앞으로 음악사적인 시대 하나에 국한하지 않고 시대를 넘나들며 고전성가를 소개하려 한다.

곡을 소개하고 분석하기 전에 예배에 대해 잠시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금 많은 교회에서의 예배가 사람 중심으로 설계되어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예배에 대한 원론적인 면을 재고하고 예배를 회복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예배는 기본적으로 하나님을 창조주로 인정하고, 예수를 그리스도로 받아들인 자들이 예배자가 되어 하나님께 드리는 행위이다. 예배의 요소는 크게 네 가지로 구성된다: 찬송, 기도, 헌물, 말씀. 앞의 세 가지 요소는 예배자가 하나님께 드리는/하나님을 섬기는(service to God) 것이고, 말씀은 하나님께서 그에 대한 응답으로 예배자에게 주시는 것이다. ‘열린 예배’란 것이 성행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시커 서비스(Seeker Service)란 것을 우리말로 의역한 것이다. 이를 직역하면 ‘구도자를 위한 서비스’가 되며, 이를 ‘구도자 예배’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는 하나님과 예수님을 알고자 하는 자들, 즉 아직은 예배자가 될 수 없는 자들을 위한 집회라고 볼 수 있다. 예배자가 아니기에 이들은 예배를 드릴 수 없다. 달리 말하면 관심이 있어서 와서 보고 알고자 하는 자들이다. 이렇듯 전도의 목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전도집회’라고 하는 것이 옳다. 예배는 절대적으로 하나님 중심으로 계획되고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어야 한다. 설교자의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이 설교자를 통해 대언되는 것이지 설교자가 자기의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예배 찬송은, 특히 회중 찬송은, 한 마음 한 음성으로 하나님을 향해 드리는 찬송의 예물이다. 그래서 한 마음이 되고 한 음성이 될 수 있는 음향 환경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적당한 울림이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찬송하는 나의 목소리도 들리고 회중 전체의 찬송 소리도 한 목소리로 들릴 수 있어야 한다. 기계음을 피해야 한다.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는 하나님이 주신 예배자의 순수한 생소리(live voice)의 아름다움과 감동을 파괴한다. 특히 마이크를 들고 찬송을 이끄는 리더를 두려면 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느 나라든지 선교 초기에 회중 찬송을 리더 없이는 부를 수 없던 시절에는 리더가 필요했다. 지금도 새로운 찬송을 예배에서 부를 때는 필요하다.

그러나 회중의 찬송소리와 그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것을 방해하는 지나치게 큰 소리는 안 된다. 리더의 스피커를 통해나는 소리조차도 회중의 소리와 하나가 되어야 한다. 찬송은 기본적으로 음악이 아니다. 찬송은 신앙의 고백이고 하나님을 향한 신령과 진정을 담은 찬양이다. 한 소절 한 소절 그 의미를 이해하며 진정한 영적 고백을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며, 회중 찬송은 회중 전체가 한 목소리와 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찬송의 예물이다. 하나님께 드리는 다른 예배요소들과 함께 이 찬양의 예물을 아벨의 예배로 기쁘게 받으신 하나님께서 그 응답으로, 설교자를 통해 예배자들에게 말씀을 주시는 것이다.

이 곡의 작곡자는 르네상스 시대 사람인 베르켐(Jacobus van Berchem, ca. 1520-1580)이다. 번역된 가사 전문은 이렇다:

오! 예수 그리스도, 나에게 은혜를 주소서.
고통이 나를 덮을 때, 오! 주여, 은혜 주소서.
주님만 나의 희망이신 주. 오! 주여, 오! 나의 주님.
긍휼을 주소서. 긍휼을 주소서. 긍휼을 베푸소서. 내 주여!

가사의 내용은 긍휼을 베푸셔서 고통과 고난에서 구해주실 것을 예수 그리스도께 간구하는 것이다. 예수의 그리스도(구세주)이심과 우리의 소망이심을 고백하고 있다. 이는 통상미사문의 <키리에(Kyrie)>와 유사하다. 예배에 사용하기에 적합한 내용이다. 그리고 예배의 공적인 성격(여럿이 함께 모여 하나의 공동체로서 예배함)을 생각하면, 성가대의 찬양의 내용은 개인이 아닌 공동체로서 표현되어야 한다. ‘나’보다는 ‘저희’가 적합하다. 그래서 ‘나’를 ‘저희’로 바꾸어 찬양하기 바란다. 예배에서 성가대의 찬양은 이 곡의 내용처럼 기본적으로 하나님께 향해야 한다. 성가대원들의 마음이 결코 회중을 향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성가대는 회중을 대표해서 예배의 대상이신 하나님께 찬양의 예물을 드리는 것이며, 회중도 마음으로 성가대와 함께 찬양하며 이 찬양의 예물을 드림에 동참하는 것이다.

현재 출판된 악보들은 현대식 악보로 누군가가 편집한(editing)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악보에는 마디줄이 없고 박자표가 아닌 비율사인을 가지고 있으며 기보법 또한 현대 기보법과는 다르다. 또한 현대판 악보에 있는 모든 악상기호들은 원본에는 없는 것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이 악상기호들은 현대 연주자를 위한 편집자의 제안이다. 지휘자는 가사 내용을 잘 이해해서 어떻게 표현할 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르네상스 시대에 그리했다. 박자표와 세로줄에 의해 부여되는 규칙적인 강약은 없어야 한다. 단어와 문장의 내용을 잘 들릴 수 있게 아티큐레이션과 프레이징을 해야 한다.

당시에는 탁투스를 써서 지휘를 했다. 현대화된 악보에서 4/4박자로 표시된 이 곡은 지휘도형을 4박과 2박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2박 도형을 사용하는 것이 곡의 성격을 표현하는 데 훨씬 더 좋으며, 업 비팅(up-beating)을 사용하면 다운 비팅(down-beating)을 사용하는 것보다 쉽게 성가대를 지휘할 수 있다. 탁투스를 사용해서 지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곡을 어떻게 해석하고 연주할 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이 곡은 장조나 단조의 조성 구조가 아닌 교회선법의 하나인 프리지안 선법 구조로 되어 있다. 템포는 대략 이분음표 = 60 정도에서 가사의 내용에 따라 조금 조정을 하면 되는데, 가사의 내용이 가장 잘 표현되고 이해되는 템포를 설정한다.

마디 1-2에 있는 감탄사인 “오” 뒤는 끊고 그 다음 가사를 노래하라. 이것은 일반적으로 적용할 내용이다. 음악을 먼저 보지 말고 말을 먼저 생각하고 음악은 가사의 메시지 전달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루어야 한다. 특히 예배음악은 그러해야 한다. 긴 음은 크레셴도(crescendo) 하라. 이를 일반적으로 자연 크레셴도(natural crescendo)라고 하는데, 여기서 크레셴도한 후 데크레셴도(decrescendo)를 할 지 아니면 온음표의 연속을 계속 크레셴도할 지는 메시지 전달력을 고려해서 지휘자가 결정하기 바란다. 마디 2-4에서 테너가 다른 세 성부의 가사를 메아리처럼 모방하는 것을 인식하고 표현한다. 페르마타 표시는 늘임표로 해석하지 말고 숨표로 받아야 한다. 프레이즈 간에 약간의 공간을 두고자 한다면 약간의 늘임은 무방하다.

“고통이 나를 덮을 때, 오! 주여, 은혜 주소서” 부분의 쌍을 이룬 모방 기법(paired imitation technique)을 인식함이 중요하다. 마디 10의 소프라노와 마디 11의 베이스 쌍, 마디 12의 테너와 마디 13의 알토 쌍, 그리고 마디 14의 소프라노와 마디 15의 베이스 쌍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디 16의 테너와 마디 17의 소프라노 쌍의 연속적인 모방을 인식하고 전체를 점점 긴장도를 높여가며 연주하면 좋다.

마디 21부터 시작되는 “주님만”에서 완전 5도 음정을 두 번 쌓는 것을 주의하라. 순차적으로 알토와 베이스가 ‘도’를 소프라노, 테너, 알토, 베이스가 ‘솔’을 소프라노, 테너가 ‘레’를 노래하며 두 번의 완전 5도 음정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이는 주 예수님은 완전함을 표현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마디 37부터 3/2 박자표가 있는데, 이것은 본래 비율사인으로 쓰인 것이지 현대적 박자표가 아니었다. 이전의 두 개의 이분음표의 음가와 3/2 사인 이후의 세 개의 이분음표의 음가가 같다는 표시이다. 이것을 현대적 박자표로 해석해서 연주하면 지나치게 느려지게 된다. 마지막 종지는 피카르디 3도를 사용한 피카르디 종지이다. 테너가 베이스 근음인 ‘미’ 위에서 ‘솔#’을 내어서 단조 분위기의 곡을 장3화음으로 끝내는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화음색체를 재현하고자 한다면, 평균율로 조율된 피아노를 사용하지 말고 순정율적인 귀를 가지고 무반주로 연습하며 화음을 만들어야 하는데, 모든 완전 음정들을 배음 관계 안에서 제대로 울리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소리로 접근하지 말고 가사의 메시지를 찬양대원 모두가 이해하고 진정과 신령함으로 찬양함이 중요하다.

악보 다운로드

박장우박장우
총신대학교에서 지휘전공, 침례신학대학교 교회음악 대학원 목회음악 석사(M.Div.in C.M) 지휘전공으로 수학하고 도미 Southwe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 음악석사(M.M.)와 음악사/지휘를 복수전공하고 University of Northern Colorado에서 음악 역사와 문헌 (Primaryt emphasis), 오케스트라 지휘 (Secondary emphasis)으로 박사과정을 수학하고 최근 귀국하였다.
지난호 글보기
[10월]예배음악의 관점에서 본 ‘무반주 종교합창의 밤’ (무반주종교합창의 밤을 다녀와서)

NO COMMENTS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