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교수의 영국교회 방문기 ? 5. 회중 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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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중찬송곡은 교단에 따라 많이 다르다. 성공회 교회에서는 주로 찬트와 시편가 및 찬송가를 부르는 반면에, 침례교회와 오순절 계통의 교회에서는 주로 현대 예배곡을 부른다. 같은 장로교라도 스코틀랜드 장로교(Church of Scotland) 교회에서는 주로 찬송가를 부르지만, 스코틀랜드 자유 장로교(Free Church of Scotland) 교회에서는 주로 시편가를 부른다. 무슨 노래를 부르는가에 따라서 반주하는 악기도 많이 다르다. 시편가와 찬송가를 주로 부르는 교회에서는 오르간으로 반주하거나 무반주로 부르지만, 현대 예배곡을 주로 부르는 교회에서는 밴드가 반주한다. 현대 예배곡을 주로 부르는 교회 외에는 스크린을 사용하는 교회가 거의 없다. 스크린 대신에 예배 때 부를 찬송가가 몇 장인지를 보여주는 판을 기둥에 걸어두는 교회가 많다.

에든버러 도심에 있는 샬롯(Charlotte) 침례교회의 어느 주일 저녁예배에서는 주로 19세기 미국의 복음성가를 불렀는데, 몇 주 후 주일 낮예배에서는 거의 모두 현대 예배곡만 불렀다. 전통적인 찬송가는 한 곡도 부르지 않았다. 찬양대는 없었고 밴드가 반주하였다. 그 교회는 매주 음악 스타일을 달리해서 그 다음 주에는 오르간이 사용될 것이라고 하였다. 또 다른 침례교회인 센트럴(Central) 교회의 어느 주일 낮예배에서는 다섯 곡을 불렀는데 모두 2000년대에 만들어진 곡이었다. 20대의 여성 찬양인도자가 기타를 치면서 밴드와 함께 인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에든버러에는 스코틀랜드 자유 장로교단 교회가 셋 있는데, 그 중 한 교회는 시편가만 부른다. 필자가 그 교회 예배에 참석하였을 때에는 시편 94편을 네 부분으로 나눠서 예배 시작과 성경봉독 후와 기도 후, 그리고 설교 후에 불렀다. 그런데 지루하지 않도록 매번 다른 곡조로 불렀다. 대부분의 시편가가 고전운율로 되어 있어서 몇 개의 곡조를 갖고도 많은 시편가를 부를 수 있다. 설교에 맞게 오늘의 시를 담임목사가 고르면 곡조는 선창자가 고른다. 반주 없이 선창자가 시작하면 다함께 따라 부른다. 이 교단에 속한 다른 교회는 찬송가도 부르고 현대 예배곡도 부른다. 필자가 이 교회 예배에 참석하였을 때에는 시편가 외에 찬송가도 세 곡쯤 불렀고 마지막에는 <하늘에서 오셨네(From Heaven You Came)>(켄드릭(Graham Kendrick) 작사 작곡, 1983)이라는 제목의 현대 예배곡도 불렀다.

시편가는 인도자의 선창으로 반주 없이 불렀고, 찬송가는 키보드와 트럼펫으로, 현대 예배곡은 키보드와 기타로 반주하였다. 그 교회의 음악인도자와 대화를 나눠보니, 그가 4년 전에 이 교회에 오면서부터 다양한 음악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담임목사가 마음을 같이했기에 가능했지만, 안타깝게도 예배음악의 변화로 인해 몇몇 교인들이 떠났다고 한다.

에든버러의 홀리루드 사원(Holyrood Abbey) 장로교회의 주일 저녁예배도 기억에 남는다. 예배당이 크지 않은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주일 저녁에 70명쯤이나 모여서 놀랐다. 예배당 앞쪽 양옆에 스크린이 있었고, 피아노와 함께 4중주단(첼로, 바이올린, 클라리넷, 색소폰)이 반주하였다. 예배 후에 물어보니, 예배당 앞쪽의 오르간은 고장이 나서 사용하지 않지만 건물 안전(?)의 이유로 철거하지 않았다고 한다. 낮예배에는 드럼과 베이스 기타도 함께 반주한다고 한다. 그날 예배에서는 전통적인 찬송가와 함께 최근의 노래들도 불렀다. 어느 여성이 마이크를 잡고 회중찬송을 도왔다. 첼리스트는 노래에 따라 기타로 반주하기도 하였다. 알고 보니 그 첼리스트가 이 교회의 음악책임자였다. 저녁예배까지 섬기느라 힘들지 않느냐고 예배 후에 물었더니 기쁜 마음으로 한다고 웃으며 대답하였다. 교회에서 사례비도 받지 않는데 기쁘게 하나님을 찬양하고 교회를 섬기는 그녀 때문에 그 교회가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회중찬송에 있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교회는 에든버러의 팔머스톤 플레이스(Palmerston Place) 장로교회이다. 예배당에 들어서자 오르간 양옆의 스크린이 눈에 띄었다. 오르간 옆의 기타리스트 두 명도 에든버러의 다른 장로교회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예배당 정면에 있는 오르간은 21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전에 물 때문에 오르간이 망가져서 새로 구입할지, 아니면 앞으로 오르간을 사용하지 않을지에 대해 토론을 벌인 결과 새로 구입하기로 결정되어 설치하였다고 한다. 이 교회에서는 낮예배에서나 저녁예배에서나 대부분의 다른 장로교회와 달리 찬송가에 없는 현대 예배곡을 많이 부른다. 현대예배곡을 부를 때는 오르가니스트가 자리를 옮겨 피아노로 반주하고 기타도 함께 반주하며 여자 두 명이 마이크 앞에서 노래하였다. 가사가 주보에 있지만 스크린에도 비쳐 주었다. 스크린에 가사를 보여주는 것도 교인들의 요구 때문에 몇 년 전부터 시행하였다고 한다. 필자가 모르는 노래가 많았지만 금방 곡조를 익힐 수 있었고 가사가 성경적이고 신학적으로 내용이 풍부하였다. 선곡자가 사려 깊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배 후에 대화를 나눠보니, 담임목사가 직접 회중찬송곡을 선곡한다고 한다. 담임목사가 음악감독에게 선곡표를 보내면 그가 다른 곡으로 바꾸자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최종 결정권은 담임목사에게 있다고 한다. 놀랍게도 2007년 이후 모든 예배에서 부른 곡의 목록과 횟수 등을 담임목사가 엑셀 파일로 기록하고 있었고 필자에게 그 파일을 이메일로 보내주었다. 선곡할 때마다 어느 곡을 과거 언제 불렀는지 확인함으로써 같은 곡을 너무 자주 부르지 않으려 한다고 한다. 그는 전통적인 찬송가와 현대 예배곡을 반반씩 섞어서 사용하고, 현대 예배곡은『미션 프레이즈(Mission Praise)』라는 책에서 고르기로 처음부터 마음먹었다고 한다. 예배 후에 대화를 나눌 때에는 이 교회에는 음악 스타일을 둘러싼 갈등이 전혀 없었다고 말하였지만, 나중에 받은 이메일에는 교인들로부터 너무 보수적이라는 불평을 들을 때도 있고 너무 현대적이라는 불평을 들을 때도 있노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이 교회가 회중찬송곡에서 균형을 이루고 교인들이 새로운 노래를 기꺼이 배우려고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담임목사와 음악감독의 동역관계가 잘 이루어지기 때문인 것 같다. 이 교회의 음악감독은 최근에 에든버러 오르가니스트 협회장을 지낼 정도로 뛰어난 오르가니스트이지만 기꺼이 피아노로 현대 예배곡도 반주하려는 자세가 있기에 오랫동안 동역할 수 있는 것 같다. 회중찬송과 대조적으로 전주와 후주는 음악감독이 오르간으로 클래식 작품을 연주한다.

이상일?이상일
서울대학교에서 종교학을,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교회음악과와 신학대학원을 마친 후 미국 Southwestern 신학교에서 (M.M./Ph.D.)과정을 마친 후 2009년부터 장로회신학대학교 교회음악과에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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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교회 연합
3. 영국교회의 온 세대 예배(All-Age Worship)
2. 영국교회의 예배
1. 시작하며 ? 영국의 교회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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