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합창단 베스퍼스(Vespers Choir)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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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단 베스퍼스가 드려오고 있는 저녁예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베스퍼스(Vespers)는 라틴어로 ‘저녁(vesper)’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전통 교회 예식에서 ‘저녁기도’를 이르는 단어로 사용되었습니다. 이 저녁기도는 하루 여덟 번의 성무일과 중 가장 음악적 요소가 다양하게 어우러졌던 기도모임입니다.

오늘날 존재하는 합창곡과 오르간 음악 가운데 상당수가 예배를 위해 만들어진 작품들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곡들이 예배에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그 연결고리가 많이 희미해져 있는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베스퍼스는 저녁예배 시리즈를 통해 이러한 예배음악들을 본래의 자리인 예배의 틀 안에서 다시금 조명해보고, 예배와 그 안에서 어우러지는 예배음악의 역할에 대해 같이 생각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 첫 번째 프로젝트로 2012년 대림절에 영국 킹스 칼리지 교회(King’s College Chapel)에서 100여 년간 지켜져 오고 있는 ‘아홉 개의 말씀과 캐럴의 축제(A Festival of Nine Lessons & Carols)’를 시작했고, 2013년 대림절에도 같은 형식의 예배로 모였습니다. 또한 2013년 성령강림주간에는 코랄 이븐송(Choral Evensong, 저녁기도)의 형식으로 음악예배를 드렸습니다. 대림절 예배는 인간 태초의 범죄로부터 메시아에 대한 예언, 복음서의 탄생 이야기까지 예수님의 오심을 조명하는 아홉 개의 성경말씀과 함께, 그 내용을 반영하는 캐럴을 부르고 온회중이 기도와 찬송으로 함께 참여하며, 예배의 흐름에 따라 주님의 오심에 대해 깊이 묵상할 수 있는 예배입니다. 영국교회의 전통 음악예배인 코랄 이븐송은 설교보다는 말씀과 찬송, 음악이 주를 이루는 저녁기도모임으로, 두 번의 성경봉독과 함께, 시편가(Psalm), 칸티클(Canticle), 앤섬(Anthem), 회중찬송(Hymn), 기도와 응답송(Preces & Responses), 오르간 음악이 예배의 순서 안에 하나로 어우러져 있습니다. (언젠가 이 예배들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겠지요.)

 

오늘날 찬양대는 주어진 송영과 찬양 순서에 맡은 바를 담당하지만, 예배의 흐름에 있어서 그 이상의 역할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또 찬양대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오르간 역시 전주와 후주, 회중찬송이라는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단순히 보존의 차원에 머물러 있는지, 보다 생동감 있는 예배를 위한 무언가가 필요한지도 함께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찬양대와 오르간이 없이도 가능한 예배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베스퍼스가 물음표를 던지고 싶은 것은 찬양대와 오르간의 존폐여부가 아니라, 우리에게 전해진 예배와 수많은 예배음악들의 본질이 무엇인지, 무엇이 간과되고 있었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오늘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여러 가지 형식의 예배들이 만들어지고, 여러 세대와 문화적 코드를 배려한 다양한 장르의 예배음악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베스퍼스의 저녁예배 시리즈는 이 시대에 존재하는 수많은 예배 중에서, 베스퍼스가 할 수 있는 예배를 준비하여 나누고, 함께 경배하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전통적인 예배음악들은 만들어질 당시 그 예배, 또는 교회력에 따른 특정 주일의 주제, 그날 읽게 되는 성경본문, 예배의 순서와 밀접한 관계를 전제로 만들어 졌습니다. 베스퍼스가 준비하는 저녁예배란 예전(liturgy)에 기초한 형식으로서 이 예배음악들이 의도되고 연주되었던 그 본래의 현장을 재현해보고, 이를 통해 예배와 예배음악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자 하는 소망을 담고 있습니다.

 

2014년 전반기에는 ‘예수님의 승천’이라는 주제에 맞춰 코랄 이븐송을 준비 중입니다. 부활 후 40일간 이 땅에 계셨다는 기록(행 1:3)을 근거로 2014년 교회력에서 승천일은 5월 29일입니다. 공동성서일과에 따른 승천일을 위한 두 개의 말씀을 읽고, 칸티클로 화답합니다. 노래로 드리는 기도인 기도와 응답은 인도자와 찬양대가 교창으로 드리며 회중은 마음으로 참여합니다. 같은 주제 아래 시편가와 입당송, 앤섬이 각자의 자리에서 연주되며, 회중은 찬송과 공동의 기도로 직접 예배에 참여합니다. 오르간 전/후주가 예배의 시작과 끝을 하나의 흐름으로 잡아줍니다. 이븐송에서 설교는 생략되기도 하지만, 이번 예배에서는 설교를 통해 생소한 예전적 흐름과 절기적 이해를 도와줄 것입니다. 예배와 예배음악은 따로 갈 수 없습니다. 음악이 성경말씀과 메시지 안에서 얼마나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기능할 수 있는지, 이를 통해 예배의 흐름이 얼마나 역동적으로 이루어지는지 함께 경험해보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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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진프로필백정진

장로회신학대학교 교회음악학과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신시내티 대학(University of Cincinnati)에서 합창지휘전공으로 석사와 박사과정을 수학하며 신시내티 소재의 바흐 콜레기움 무지쿰(Bach Collegium Musicum)의 음악감독을 역임하였다. 귀국하여 현재는 예배음악 프로젝트 합창단 베스퍼스의 음악감독이자 영락교회 베들레헴찬양대의 지휘자로 사역하며, 이화여자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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