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찬양인도자에게 – “찬밥 더운밥 가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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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지역교회 안에서 찬양사역을 하는 인도자들은 “찬밥 더운밥 가리지 말자”는 말의 의미를 금세 이해하실 것입니다. 성가대(찬양대) 사역자들도 한 주일에 한 곡을 제대로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는데, 대략 1-2시간 안에 적게는 5곡에서 많게는 10곡 이상의 곡을 연습하고 다루어야 하는 찬양 사역자들은 찬밥 더운밥 가릴 시간도 없고 기력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더욱이 찬양인도자는 지역교회 안에서 다양한 상황에서 찬양을 인도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일예배, 금요철야예배, 새벽예배, 부흥회, 수련회, 소그룹 모임… 이런 다양한 예배와 모임들은 세팅과 대상, 방향이 다 다릅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해야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밴드 전체와도 찬양을 인도해야 하고, 기타와 피아노 각 한 대씩만으로도 인도해야 합니다. 은혜를 사모하여 밤에도 달려 나오신 성도님들과도 찬양해야 하지만, 찬양에 관심도 없고 찬양을 그저 하나의 ‘음악’ 정도로 이해하는 회중들을 인도해야 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예배 음반이나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유명한 몇몇 찬양 모임들을 연구하고 공부할 시간이 없습니다. 틀리지 않고 실수하지 않고 찬양인도를 마치는 것만 해도 감사할 때가 많습니다. 찬밥 더운밥 가릴 틈이 없습니다.

가끔은 한국의 몇몇 대형교회에서 소위 ‘이름 있는’ CCM 사역자나 전문 찬양사역자들을 찬양인도자로 세웠다가 서로가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종종 보았는데, 대부분 바로 이 부분에서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시간, 인력, 재정 지원’을 요구하는 인도자와 ‘전문성, 결과물, 만능 엔터테이너’를 기대하는 교회와의 간격을 줄이기가 좀처럼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보면 그런 모델도 일반적이고 균형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는 듯 보입니다.

이런 문제로 저는 힘겹게 이번 글의 제목을 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지역교회의 찬양인도자들이 세련되고 맛있는 인도를 꿈꾸며 거기에만 매달려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상황, 다양한 회중, 다양한 조건, 다양한 상태가 있는 ‘교회 사역’ 안에서 함께 녹아지기 위해서 찬밥 더운밥 가리지 말자는 것입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일지라도 조금만 더 기다려 보고, 자존심이 팍팍 깎여 내려가도 조금만 더 기도해 보고, ‘어떻게 내가 이런 것까지…’하는 마음이 들어도 기쁨으로 감당해 보자는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지역교회 찬양팀의 모델이 ‘화요모임, 마커스 워십, 디사이플스 목요찬양, 다리 놓는 사람들, 예배인도자 컨퍼런스…’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 사역하시는 교회의 회중들을 ‘첫 곡만 불러도 알아서 하나님을 예배하는 열정적인 예배자’로 전부 바꾸지 않는 한, 지역교회 찬양인도자들은 좀 더 현실을 바라보고 현장을 직시하는 ‘감각’을 길러야 합니다.

양로원에서 휠체어에 앉아 계시는 할머님들과 함께 레크레이션 반, 찬양 반으로 인도도 해 보고, 기도원에서 두 시간 동안 한 곡을 반복하면서 인도도 해 보고, 주일 예배에서 짧지만 세련되고 완성도 높은 인도도 해 보고, 부흥회에서 기타 줄이 끊어지고 목이 다 쉬도록 인도도 해봐야 합니다. 지역교회 찬양인도자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번 달에는 무거운 내용을 나누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많습니다. 하지만 솔직하고 현실적인 제 심정입니다.

 

정유성사진변경

정유성

감리교 신학대학과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유다지파’와 ‘부흥한국’에서 사역했으며 〈물가운데 지날때에도〉, 〈하나님 눈 길 머무신 곳〉을 비롯하여 여러 곡을 작곡했고, 미국 얼바인 소재의 베델한인교회에서 9년째 사역 중이다. 2009년부터 프뉴마 워십(www.pworship.com) 사역을 시작하면서, 찬양과 예배의 현장을 유튜브와 무료 발송사역을 통해 활발하게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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