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호]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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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과 6.25 전쟁일이 있는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한국교회에서도 6월은 교회 절기에 따라 호국보훈의 달로 지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예배음악을 담당하는 음악디렉터나 지휘자들은 한국교회의 교회력에 맞춰 애국에 관련된 찬송이나, 성가곡을 준비하고자 하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애국 관련 곡들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서양, 특히 미국의 경우에는 절기별 음악에 ‘애국(patriotic)’이라는 카테고리가 따로 지정되어 있고, 방대한 양의 음악 소스를 구할 수 있다. 그에 비해 한국 교회음악 쪽에서는 우리나라의 기념일을 위해서 예배에 합당한 곡을 찾기가 힘들다. 예배음악에 종사하는 작곡가들이 각 절기에 합당한 곡들을 작곡하고, 예배를 디자인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그런 것에 대한 창작이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에 재능 있는 수많은 작곡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국 카테고리의 작곡을 촉진할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시대의 어떠한 큰 어려움이 있을 때,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기 위해 사회에서는 문화적인 시도가 즉각적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세월호의 아픔이 있었을 때 세월호 관련 문화예술 작품을 모으는 행사가 열렸고, 합창계에서도 세월호를 추모하며 작곡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기독교에서는 이러한 참여가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이것이 이루어지려면, 현실적으로 큰 교회들의 자발적인 행동 조치가 필요하다. 큰 교회들, 또는 의식 있는 교회들이 작곡가들에게 위촉하여, 교회력에 따라 각 절기를 기념할 수 있는 곡들이 창작될 수 있도록 돕고, 그것을 통해 절기별 카테고리에 맞는 문화적인 토양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의식의 문제에 있어서 아직도 어려움이 있다.

(사진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사진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하지만, 이런 시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전 우리나라에서는 몇몇 민족주의 작곡가들이 이런 시도를 했고, 시대의 아픔을 공감했다. 선구자를 작곡하고 찬송가 지도자로 지냈던 조두남 작곡가를 비롯해 민족주의 교회음악의 선구자로 알려진 나운영 작곡가 등 많은 기독교 음악인들이 음악을 통해 우리 민족의 정신과 아픔을 기리고자 했다. 이러한 작곡가들과 함께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찬송가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을 작곡한 남궁억 선생을 조명하고자 한다. 한서 남궁억 선생은 철종 14년 1863년에 서울에서 태어나 영어학교를 졸업하고 고종황제의 통역관으로 일하였다. 1896년 독립협회를 조직한 독립 운동가이기도 했던 남궁억 선생은, ‘무궁화 운동’을 전개하고 ‘무궁화 사건’으로 구속되었었다. 김명엽의 찬송교실3권(예솔출판사)에 의하면 남궁억선생은 몸이 쇠약해져 1918년 모곡에 내려가 요양하였을 때, 그곳에서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을 지었다. 이 곡의 선율은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도니체티(1797-1848)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 나오는 합창 선율을 차용하였다. 상향 아르페지오의 힘찬 음형에 붙인 가사에 우리나라의 자주권을 되찾고자 하는 소망이 드러나 있다.

‘봄 돌아와 밭 갈 때니’

일제강점기를 추운 겨울로 비유하여, 해방을 ‘봄’에 비유한 시는 이상화의 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개벽(開闢)」지(誌) 6월호에 발표된 이상화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서 작가는 ‘봄’을 갈망하고 있다.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이 작곡된 1921년도 같은 시대적 아픔에서 ‘봄 돌아와’라는 표현으로 앞으로 맞이할 해방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되찾을 일꾼을 찾고, 나라를 찾아 가꾸고 지키는 것이 ‘하나님의 명령’임을 작곡가는 선포하고 있다.
암울한 시기의 시대적 요구를 신앙 안에서 문화적 형태로 일구어낸 작곡가들의 노력이 현대의 작곡가들에게도 이어지기 소망한다. 이를 위해 문화적으로 예술인들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교회에서부터 그 토양이 형성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예배음악매거진 편집자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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