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호]꿈꾸는 자의 영성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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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심심했던 어린 시절 찾아오신 손길을 기억한다. 심심함이 길어질수록 새날에 대한 눈이 빛났다. 처절하게 졸고 있는 마을에서도 꿈꾸는 자는 있다. 고달픈 가난에서도 꿈꾸는 자는 있다.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에서도 꿈꾸는 자는 있다. 이렇게 불리한 조건에 속하면서도 집안에서나 집 밖에서도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한 평범한 앞길이 도무지 보이지 않은 한 이름 없는 아이에게도 꿈꾸는 일이 일어난다는 걸 아는가?
만약 이런 일이 이런 자에게도 일어나는 현실에 살고 있다면 그런 자의 마음밭에 알 수 없는 특별한 외적인 영성이 있다고 믿게 된다. 이런 시시한 나라에서 깊은 영성이 일어났다면 하나님이 그자의 심심함에 간섭하고 계셨던 게 아닌가?

이 도저히 새로울 것 같지 않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필 것이라고 본 사람은 없었다. 조선의 보릿고개는 힘에 부치도록 치열한 가난과 고난과 강요된 게으름과 아픔을 숙명처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고 아이들과 여자들은 여전히 심하게 고달픈 세월에 노출되었으며 남정네들은 전쟁과 생계에 상처 난 채 세월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처럼 잔디가 없는 마을에 신작로가 생기면 흙먼지가 오히려 오랫동안 잠자던 꿈의 화신이 영성을 깨웠다. 그래서 신바람이라고 했던가? 새로운 것은 그래서 늘 새 바람을 불러왔고 이 바람은 사람을 신앙으로 일어서게 했다. 찌든 삶에서 일으키는 이 놀라운 가슴 운동. 이제 정신 차리고 뒤를 돌아보면 이 마을 사람들을 움직인 것이 그토록 긴긴 고통의 침묵인 ‘심심함’이었음을 안 사람은 많지 않다. 심심함은 꿈꾸게 한다.
현대인들은 심심함을(boring) 극도로 싫어한다. 그들은 꿈꾸는 세월의 고통에 노출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이상 현실에 없는 즐거움을 찾는 데 익숙하지 않다. 사람을 사람 되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동인인 꿈꾸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고난이 없는 심심함은 죽은 시간이지만 고난이 있는 심심함은 꿈을 꾸도록 주께서 함께하신다.

몇년 전 매우 예쁘고 유명하고 똑똑한, 꿈에 부푼 연예인 젊은이가 성공한 심심한 남자들에게 농락당하다 상처를 받고 삶을 접었다. 현실에 심심할 틈도 없이 잘나가는 자들이 어쩌다 심심해지면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권력과 돈으로 유흥을 산다. 그게 너무 좋으면 아주 덜하여 고통이 된 심심함에 처함보다 오히려 못하게 된다. 더 이상 날갯짓할 수 없게 되면 꿈꾸는 힘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심심함에 고난이 없었으니 이를 일으킬 힘은 없고 장난질이나 했던 것이다. 그 장난에 재능 있는 젊은 연예인은 죽음으로 자신의 아픔을 세상에 알렸다. 그녀는 여전히 이 사회가 꿈꾸기를 바랐던 거다. 그녀는 정말 자신의 고통을 생명을 걸고 알렸다. 하지만 이 시대와 이 민족은 이미 악하여 그의 생명의 값을 우습게 여기고 있다.
잘나가는 이의 사회는 불가불 심심함을 무료하고 악하게 하지만 잘 나가지 않는 이의 사회는 불가불 심심함이 고통이 되고 내성이 된다. 잘 나가지 않는 이의 내성은 꿈을 키우는 동력이 된다.

찬양은 아무것도 진전할 수 없는 졸고 있는 마을에서도 소년을 꿈꾸게 한다. 찬양에는 배고픔과 고난과 아픔과 무의미와 허무를 잊게 한다. 그리고 새록새록 영을 새롭게 한다. 이렇게 조용히 숲속에서 온 주님의 계시와 임재는 꿈을 향한 견딜 수 없는 달음박질을 시작한다. 내적 동요 가 무한히 터져 나온 것이다. 절망의 삶에서 치른 심심함은 끝이 없는 열정과 감사의 삶으로 연장된다. 찬양은 삶 전체에 일어나 결국 드러나고야 마는 강력한 내적 증거다.

주님,
아직 잘나가지 않는 북쪽 사회의 어린이와 여성들을 주께 올립니다.
그들의 고난과 심심함을 축복하옵시고 그들의 꿈을 간섭하옵소서.

이선종 목사
서울대학교 음악대학(BA)
Hope International University. Master Christian Music(MCM)
Korea Presbyterian College of America(MDiv)
Presbyterian Theological Seminary of America(Thm) 수료
Cantor, Music Pastor
카리타스합창단 음악감독
VKCC 지휘자
성서 번역가

_이메일 : Lk4241@gmail.com
_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sunjong.lee.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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