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호]이 세상에 근심된 일이 많고(48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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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은 개신교 교리엔 맞지 않는 ‘죽은 자를 위한 미사’

‘레퀴엠’(Requiem)은 ‘죽은 사람을 위한 미사’입니다. 미사 전례 중 첫 순서인 입당송에서 “주여, 그들에게 안식을 주소서”(Requiem aeternam dona eis Domine)란 말로 시작하여 ‘레퀴엠미사’로 불립니다. 레퀴엠은 라틴어로 ‘안식’을 뜻합니다. 반드시 죽은 사람을 위해 행해지는데, 저명인사의 서거 기념일에는 많은 사람이 참석합니다.

가톨릭교회에는 고해성사(告解聖事)란 것이 있지요. 신자가 사제를 통해 하나님께 자신의 죄를 참회하며 고백하면 죄를 용서받는 의식입니다. 그러나 죄(罪)는 용서해도 벌(罰)까지 면해주진 않습니다. 그래서 사제가 성경이나 기도문을 몇 번 암송하라든지 금식을 하라든지 선행을 하라든지 죗값을 치르게 하지요. 이를 ‘보속(補贖)’이라 합니다. 보속을 정성껏 하지 않거나 모자라게 한다면 죽어서 그 벌이 남게 되는데 그 벌을 잠벌(暫罰)이라고 합니다. 지옥에서 당하는 벌은 영원히 지속되기 때문에 영벌이라고 하고, 현세나 연옥에서 받는 벌은 ‘잠시의 벌’에 지나지 않으므로 잠벌이라고 합니다.

사람이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죽어 영원한 구원을 보장받기는 하였지만, 잠벌을 다 갚지 못하면 천국에 갈 수 없으므로 일정 기간 동안 잠벌을 갚으며 정화되도록 하는 곳이 ‘연옥’(煉獄)이지요. 이렇듯 천국과 지옥 사이에 있다고 믿는 연옥 영혼들을 위해 행하여지는 미사가 ‘위령(慰靈)미사’, 곧 레퀴엠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드리는 위령기도와 미사성제와 함께 자선과 대사와 보속 등을 통하여 연옥 영혼들의 운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 개신교 교리에는 전혀 맞지 않는 의식이지요.

레퀴엠은 미사에서처럼 통상문 중 ‘글로리아’(Gloria)와 ‘크레도’(Credo)는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교회음악 작품으로서의 레퀴엠은 미사통상문인 키리에, 상투스, 아뉴스데이와 미사고유문(固有文, Proprium)의 몇 곡인 것이 보통이지요.

레퀴엠미사에서 사용되는 음악(典禮樂)은
① 입당송(入堂頌, Introit)
② 키리에(Kyrie)
③ 층계송(層階頌, Graduale)
④ 영창(詠唱, Tractus)
⑤ 독송(讀誦, Sequentia)
⑥ 봉헌송(奉獻誦, Offertorium)
⑦ 상투스(Sanctus)
⑧ 아뉴스데이(Agnus Dei)입니다.

레퀴엠 작품으로는 모차르트, 케루비니, 베를리오즈, 베르디, 포레 등의 곡이 유명합니다.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힌데미트의 ‘레퀴엠’, 브리튼의 ‘전쟁 레퀴엠’ 같은 작품은 레퀴엠이란 제목이 붙어 있어도 가톨릭교회의 전례악과는 전혀 별개의 것입니다. 브람스의 작품은 독일어 성경구절을, 힌데미트는 휘트먼의 시를, 브리튼의 것은 라틴어 전례문과 전쟁에 관한 오우웬의 시를 가사로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찬송시 ‘이 세상에 근심된 일이 많고’는 아일랜드 런던데리 태생의 길모어(Henry Lake Gilmour, 1837-1920)가 지었습니다. 선원으로 미국으로 이주하여 페인트공, 전쟁포로 등 온갖 고생을 거쳐 치과의사가 되었고, 결국엔 캠프집회 음악지도자가 되었습니다. 1890년, 스웨니(J. R. Sweney), 커크패트릭(W. J. Kirkpatrick), 길모어가 함께 펴낸 ‘햇볕 쬔 노래’(Sunlit Songs)에 처음 실었습니다.

우리나라엔 스왈런(William L. Swallen, 1859-1975) 선교사가 번역하여 1898년 출판한 『찬셩시』에 실어 소개하였습니다.

곡이름 HEAVEN OF REST는 원래 길모어가 지은 이 찬송시의 제목으로, 19C 미국 뉴저지 지역에서 전도자로 활동하던 무어(George D. Moore, 19C)가 작곡하였습니다. 작곡자에 관하여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관련 성구는 요한복음의 말씀입니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
(요 14:27)

김명엽찬송교실3
연세대학교 성악과 및 동 대학원 교육대학원, 오스트리아 빈 음악원에서 수학하였으며 추계예술대학교 성악과, 연세대학교 교회음악과 교수,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한국합창지휘자협회 이사장, 언더우드기념 새문안 음악교육원장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서울시합창단 단장 겸 상임지휘자, 남대문교회 시온찬양대 지휘자, 교회음악아카데미 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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