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호]예배인도자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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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미국에서 사역을 할 때 풀러신학교에서 목회학 박사 과정 졸업논문을 쓰기 위해서 몇 개월간 풀타임 사역을 내려놓기로 결단하고, 샌디에이고 오션사이드 지역으로 가서 지낸 적이 있었다. 가끔씩 나는 샌디에이고 시포트 빌리지(Seaport Village) 지역에 있던 미드웨이 항공모함(USS Midway Museum)을 방문하였는데, 하루는 평소 방문할 때와는 달리 안내원의 안내를 따라 항공모함 내부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내부 가장 꼭대기에 올라가니 사람이 두세 명 정도 들어가서 일할 수 있을 만한 조종실이 있었다. 순간 나는 이 작은 조종실을 통해 그 거대한 항공모함의 방향을 잡고 움직이는 것을 상상하면서, 이전에 이론으로 알고 있었지만 체험해보지 못했던 그 일에 대해서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성경은 사람의 혀가 배의 ‘키’와 같다고 말한다. 키의 방향이 바르지 못하게 될 때 그 배는 침몰 위기를 피할 수 없다. 예배인도자는 예배팀이라는 배가 하나님께서 정해주신 방향으로 탈 없이 나아가게 하기 위해서 팀 내에서 서로 간에 바른 언어를 사용할 것을 권장할 필요가 있다.

성경은 사람의 혀가 배의 ‘키’와 같다고 말한다.


부드러운 언어는 리더십에 힘을 준다

 예배인도에 대한 준비는 실제 하나님께 예배하는 것의 모형이 된다. 만약 예배인도자의 언어 사용이 예배를 드리고 있는 순간의 멘트와 전혀 다르다면 팀원들은 예배를 이해하는 데 자칫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나는 신학대학 재학 시절, 학교에 중요한 행사가 있던 날에 초대받은 유명한 찬양 선교팀의 예배인도자가 연습하는 장면을 우연히 본 적이 있었다. 당시 나의 학교 친구이자 뮤지션이었던 한 전도사는 일전에 그 예배인도자와 몇 번 마주친 정도의 관계가 있었다고 한다. 연습하기 전 두 사람은 인사를 나누었고 다른 뮤지션들과 싱어들도 그와 함께 예배를 인도할 수 있음에 매우 감격하였다.

 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첫 만남에서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그 예배인도자는 하나님을 예배하는 열정이 대단해 보였다.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하나님께 ‘집착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실제로 내 친구 전도사가 연주 중 실수했을 때 그는 “연주를 그따위밖에 하지 못해?!”라는 말을 쏟아부었고, 그 외에도 감히 흉내 내기 힘들 정도의 말로 화를 내며 다른 연주자들을 계속 다그쳤다.

 그날 집회는 실수 없이 잘 진행되었지만, 학교 기숙사에서 잠을 자려고 침대에 누운 나는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문득 그 예배인도자가 사람들에게 그렇게 화를 내고 거친 말들을 쏟아내며 예배를 준비하는 모습에서 어쩌면 하나님에 대한 집착보다는 자기 명성에 대한 집착이 더 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의 명성을 향한 집착이든 하나님을 향한 집착이든 중요한 것은 당시 함께 연주했던 뮤지션들의 후기였다. 그들 중 대다수는 예배를 지나친 긴장감 속에 드리게 되었고, 모두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그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느 단체이건 사람들은 리더의 말재주를 따르는 경우보다는 그가 말하는 분위기를 따르는 경우가 더 많다. 나는 가끔씩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집 문 앞에 와서 먼저 걸려온 전화 통화를 마무리하고 문으로 들어갈 때가 있다. 하루는 집 문 앞에서 통화를 하고 있는데 안에서 내 목소리를 듣고 반가운 표정으로 뛰쳐나오는 아이들을 보았다. 분명 나는 아이들의 이름을 부른 적도 없는데 아이들은 아빠라고 부르면서 내가 있는 문 쪽으로 뛰어나와 나를 반겨주었던 것이다. 이 장면에 나는 문득 예수님께서 요 10:3에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문지기는 그를 위하여 문을 열고 양은 그의 음성을 듣나니…” 이리가 양의 사정을 다 알고 그 양에 대해 정확하게 말하며 양의 이름 세 자를 부른다고 해도 양은 듣지 않는다. 왜냐하면 양은 목자가 하는 말의 내용을 듣기보다는 목자의 음성 자체를 구분하며 따르기 때문이다. 나는 그 음성을 ‘분위기’와 연결하고 싶다. 만약, 집 문 앞에서 통화하고 있던 사람이 내가 아닌 다른 음성(분위기)을 가진 남자였다면, 그가 아무리 나의 자녀들을 향해 자신이 아빠라고 말해도 아이들은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 아빠의 음성(분위기)을 들을 때 자녀들은 그 말의 내용이 그들을 향해 사랑한다는 메시지와 상관없는 내용이라고 할지라도 아빠의 분위기로 아빠를 따르게 되는 것이다.

 예배팀뿐만 아니라 어떤 종류의 팀 리더라도 착각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그 리더가 팀원들이 자신의 말재주나 내용을 따라온다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예배팀원들은 예배인도자가 말하는 내용이나 말솜씨보다는 그의 부드러운 언어 사용의 분위기를 듣고 따라갈 때가 더 많다. 강한 언어는 리더십을 약하게 만들고, 부드러운 언어는 리더십을 강하게 만들어 준다. 그러므로 예배인도자는 과격한 언어보다 좀 더 부드러운 언어로 팀을 대할 때 팀원들이 온전한 예배자로 준비되는 일을 도울 수 있다.

 

고웅일
고웅일 목사님2
영남신학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기독교교육학과 신학을 전공하고, 미국 풀러신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졸업하였다. 전 풍성한교회 찬양디렉터로 사역했던 그는 한국, 미국, 중남미에서 다년 간 한인교회 사역을 하면서 다양한 교회적 상황에 따른 예배사역의 노하우들을 터득하였으며, 그 외에도 중국, 일본 및 중남미 지역을 다니면서 각 나라 언어로 선교 집회 찬양을 인도해왔다. 『꿈꾸는 예배 인도자』 의 저자이며, 현재 미국 LA 카운티 지역에 소재한 주안에교회에서 예배사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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