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호]미더워라 주의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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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과 최악의 순간에 하나님은 소망의 씨앗을 심어주신다.

어찌 된 일일까요. 얼마 전, 개장(改葬)을 위해 부모님 묘를 파 보니 연필 반 도막만 한 뼈대 한 개만 보일 뿐 유골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 해에도 수차례 성묘를 하고 추모예배를 드리는 긴 세월 동안 유골은 조금씩 흙으로 돌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창 2:7) 말씀처럼 사람은 누구나 흙으로 되돌아감을 실감케 했습니다.

인천상륙작전으로 서울수복을 앞둔 1950년 9월, 밤하늘은 나르는 탄환들로 대낮같이 밝았습니다. 포탄 한 발이 방공호를 덮쳐 세분(조부님과 부모님)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지금 그때 나를 돌아봐도 부모 잃은 여섯 살배기 어린 내가 애처롭습니다. 전날 밤, 집안의 유일한 크리스천인 고모님이 꿈을 꾸었습니다. 올케가 황급히 미닫이문을 열며 재봉틀을 맡기고 돌아갔답니다. 그 밤이 어린 고아가 주님의 품에 맡겨지던 역사적 밤인 줄이야. 장로의 일곱째 사위로 장가간 나. 몇 해 전 맏아들로 믿는 집안과 사돈을 맺더니 내달에도 장로 집안의 규수를 둘째 며느리로 맞게 됐습니다. 온전한 믿음의 가문을 이뤘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아! 모든 이들이 전쟁터에서 절망이라 여겼던 최악의 순간에 하나님께선 소망의 씨앗을 심으셨던 것입니다.

교회 수양관 옆 뜰 ‘성도의 묘’를 돌아 내려오면서 한 줌의 골분이나마 조상을 주님 곁에 모신 것 같아 가슴 뿌듯했습니다.

찬송시 ‘미더워라 주의 가정’은 통일운동가, 사회운동가로 유명한 문익환(文益煥, 1918-1994) 목사가 지었습니다. 아호는 ‘늦 봄’. 만주 북간도 용정 태생으로 평양의 숭실중학교, 북간도의 용정광명학교를 거쳐 조선신학교(한신대 전신)를 나온 장로교(기장) 목사입니다. 미국 프린스턴 신학교와 유니언 신학교에서 공부하였습니다. 한신대 교수를 역임하였고 한빛교회와 갈릴리교회에서 목회도 했습니다. 그는 구약학자로 신·구교 공동번역성서 번역에 개신교 측 번역자로 참여한 바 있습니다. 유신 독재에 맞서 옥고도 치루며 재야 통일 관련 단체에서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에 앞장섰던 그는 시인으로도 등단하여 『새삼스런 하루』, 『꿈을 비는 마음』 등 7권의 시집과 옥중서신인 『꿈이 오는 새벽녘』 등 많은 수필집, 산문집 등을 출판하였습니다.

곡명 주의 가정은 곽상수(郭商洙, 1923-2013) 교수가 작곡하였습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주문 파이프 오르간을 연세대 루스채플에 설치했으며 교회음악인들을 위한 제자양성을 통해 교회음악의 바람직한 역할을 제시하고 발전시키는 데 노력했습니다.

교회음악 발전을 위한 학술적 뒷받침을 비롯해 바람직한 교회음악의 발전을 꿈꾸며 교회 음악가를 양성하는 데 앞장섰던 곽 교수는 생전에 “예배는 사람의 일이 아닌 ‘하나님의 일’(Opus Dei)”이라며 “예배음악을 함에 있어서의 기본 정서는 ‘경건’(敬虔, piety)과 흠숭”(欽崇, adoration)임을 강조하였습니다. 우리 찬송가에는 그가 작곡한 ‘하늘에 가득 찬 영광의 하나님’(9장), ‘고요히 머리 숙여’(62장), ‘네 맘과 정성을 다하여서’(218장), ‘미더워라 주의 가정’(558장) 등 네 편이 실려 있습니다.

1967년은 『개편찬송가』의 출판 연도로 곽상수 교수는 위촉위원(음악)으로, 문익환 목사는 교파대표위원(기장)으로 참여하였습니다.

관련 성구는 잠언 3장의 말씀입니다.

“내 아들아. 나의 법을 잊어버리지 말고 네 마음으로 나의 명령을 지키라.
그리하면 그것이 네가 장수하여 많은 해를 누리게 하며 평강을 더하게 하리라.
인자와 진리가 네게서 떠나지 말게 하고 그것을 네 목에 매며 네 마음 판에 새기라.
그리하면 네가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은총과 귀중히 여김을 받으리라.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
(잠 3:1-6)

김명엽찬송교실3
연세대학교 성악과 및 동 대학원 교육대학원, 오스트리아 빈 음악원에서 수학하였으며 추계예술대학교 성악과, 연세대학교 교회음악과 교수,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한국합창지휘자협회 이사장, 언더우드기념 새문안 음악교육원장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서울시합창단 단장 겸 상임지휘자, 남대문교회 시온찬양대 지휘자, 교회음악아카데미 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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