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호]너희 죄 흉악하나(25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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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 3음(미)이나 5음(솔)이면 감상적 여운 남아

프랑스 낭만파 작곡가 포레(Gabriel Faure, 1845-1924)는 교회조(敎會調) 특유의 전례음악으로 대표작 《레퀴엠(Requiem)》(Op. 48)을 남겼습니다. 그중 부드럽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내는 셋째 곡 거룩하시다(Sanctus)는 분산화음반주의 합창멜로디도 아름답지만 바이올린 멜로디도 꿈을 꾸듯 감미롭게 흐릅니다. 마지막 스랍 천사들의 합창 ‘거룩’의 종지음(終止音)은 피아니시모 3음을 씀으로써 신비로운 여운을 남기죠.

3화음에 있어서 기초가 되는 음은 근음(根音, root tone)이라 하고, 이 근음에서부터 3도 위의 음을 3음, 근음에서부터 5도 위에 있는 음을 5음이라고 부릅니다. 곡의 처음과 마지막에 흔히 쓰는 으뜸화음(I)에서 근음은 ‘도’, 3음은 ‘미’, 5음은 ‘솔’이 됩니다.(버금딸림화음(IV)이라면 근음은 ‘파’, 3음은 ‘라’, 5음은 ‘도’이고, 딸림화음(V)이라면 근음은 ‘솔’, 3음은 ‘시’, 5음은 ‘레’ 아닙니까? 작곡가들은 대부분 곡의 멜로디의 마침 음을 으뜸화음(I)의 근음인‘ 도’로마치지요. 그러나 필요에 따라 감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려 할 때 3음(미)이나 5음(솔)을 씁니다.

찬송가 너희 죄 흉악하나의 찬송시는 패니 크로스비(Fanny Jane Crosby, 1820-1915)가 지었습니다. 크로스비의 찬송을 부를 때면 “뵈오리”, “보리로다”, “나를 인도 하소서” 같은 가사들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가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이죠. 그런가하면 이 찬송에선 “주홍 빛”, “눈”, “희겠네” 같은 색깔까지 등장하지 않습니까? 관련 성구는 하나님께서 선지자 이사야에게 유다와 예루살렘에 관하여 하신 말씀입니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오라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
너희의 죄가 주홍 같을지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
진홍 같이 붉을지라도 양털 같이희게 되리라”
(사 1:18)

곡명 CRIMSON(주홍빛)인 이 찬송은 도온(William Howard Doane, 1832-1915)이 작곡한 것으로, 1876년 『복음가집(Gospel Music)』에 수록되었습니다. 스테빈스(George Coles Stebbins, 1846-1945)가 소프라노와 테너의 이중창이 곁들어진 혼성으로 편곡하여 더 유명해졌지요. 원래 복음가라는 것이 전도 집회에서 부르는 노래로 절(節)이 있는 앞부분은 자원성가대나 독창자가 부르고 후렴은 회중들이 부르니까 이렇게 듀엣으로 부르는 경우 더욱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했으리라 짐작해봅니다.

찬송가 작곡자 옆의 ‘1887년’은 스테빈스 편곡으로 실린 『복음가집(Gospel Hymns』(No. 5)이 출판된 해이므로, 작곡자 도온의 최초 발표년도인 1876년과 함께 편곡자와 그 출판년도도 밝혔으면 더 좋았겠다 싶습니다.

마지막 “눈과 같이 희겠네”를 보면 같은 음을 계속 반복하는 밋밋한 동음진행이지만 더욱 잔잔한 생각을 하게 만들고, 더욱이 근음(도)이 아닌 5음(솔)으로 끝나게 함으로써 신비로움을 더하며 여운을 남깁니다.

김명엽찬송교실3
연세대학교 성악과 및 동 대학원 교육대학원, 오스트리아 빈 음악원에서 수학하였으며 추계예술대학교 성악과, 연세대학교 교회음악과 교수,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한국합창지휘자협회 이사장, 언더우드기념 새문안 음악교육원장, 서울시합창단 단장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남대문교회 시온찬양대 지휘자, 교회음악아카데미 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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