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호]’성가대’ 용어의 바른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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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가대’라는 용어는 일제의 잔재인가

한국교회는 한동안 ‘성가대’라는 통일된 용어를 사용해왔다. 그러다가 어떤 교단의 용어연구위원회가 ‘성가대’라는 용어 대신 ‘찬양대’를 사용하자고 주장하면서 요즘은 교회마다 두 용어가 함께 사용되어 혼선을 빚고 있다 .‘성가대’라는 이름 대신 ‘찬양대’를 사용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논리는 ‘성가대’라는 말이 일본의 ‘세이까다이’의 우리말 번역이라는 것이다. 이런 용어를 연구하면서 우리나라 개신교와 가장 가까운 천주교를 연구하지는 않고 멀리 일본의 용어 사용만을 살핀 것은 유감이다. ‘성가’라는 용어는 일본교회와 관계없이 우리나라에서 서양음악이 시작될 때부터 사용되었다. 천주교는 일찍이 1924년에 『죠션어성가』집을 발행하였다. 또한 1890년부터 1905년까지 천주교 제8대 조선교구장을 지낸 뮈텔 주교의 일기를 보면, 1892년 5월 17일 자에 “성가 피에 예수(Pie Jesu)를 세 번 노래하다. …성가 리베라(Libera)를 노래했다.”라는 기록이 있고, 또 1912년의 「경향잡지」에 있는 “예수 성탄 침례 때 교우들 성가 읊다.”라는 기록으로 보아 성가라는 말의 사용은 이미 우리나라에서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성가’와 ‘찬양’은 격이 다른 뉘앙스를 풍긴다. 우리는 기독교 음악의 전형적인 고전을 ‘그레고리 성가’(Gregorian Chant)라고 부른다. 한번도 ‘그레고리 찬양’이라고 불리지 않았다. ‘찬양’이라는 말은 ‘성가’에 비해 대단히 가벼운 뉘앙스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찬양’은 ‘성가’라는 말을 대치할 수 없는, 목적어를 찾아야 할 불완전한 용어이다. 즉 무엇을 찬양해야 하는가를 다시 규명해야 한다. 속된 말로 김일성 찬양도 ‘찬양’이다. 즉 ‘찬양’한다는 행위의 범위와 목적에는 그 대상이 하나님도 될 수 있고, 독재자도 될 수 있고, 마귀도 될 수 있다. 거기에 비하면 성가(聖歌)는 ‘거룩한 노래’라는 뜻이다. 즉 찬양의 범위가 ‘거룩한 노래’에 묶여 있어서 ‘성가’의 대상과 범위는 이미 ‘거룩하신 분’으로 국한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말씀을 ‘성경’(聖經) 혹은 ‘성서’(聖書)라고 부르고,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를 ‘성가’(聖歌)라고 부르는 것은 전혀 무리가 없다. 그리고 이를 노래하는 ‘성가대’라는 훌륭한 이름은 존귀하신 하나님의 격에 맞는 성스러운 용어로서 ‘찬양대’라는 헤프고 경박한 뉘앙스의 이름과는 비할 수 없는 품격 높은 언어이다.

2. ‘성가대’는 불교 용어인가

성가대라는 품위 있는 이름을 찬양대라는 헤픈 이름으로 바꾼 용어연구위원회의 주장에는 일제의 잔재라는 이유와 더불어 다음과 같은 이유도 있었다. 즉 ‘성가대’라는 용어는 과거 국어사전에도 없었다는 것이요, 그리고 불교를 비롯한 다른 종교에서도 그들의 노래를 ‘성가’로 칭하고 있으므로 차별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언어의 생리를 모르는 소치이다. 우선 옛날 국어사전에 등재되었느냐의 여부가 오늘날 기독교용어 사용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사전적 정의란 항상 언어의 보편적 상용(常用) 뒤에 정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단어가 사전에 있다가도 그 언어의 생명이 다하면 없어지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없던 단어가 생성되어 통용되면 사전에 새롭게 등장하기도 하는 것이다. 또한 그 언어의 의미와 쓰임새가 시대에 따라서 변했을 때 사전은 이런 변화를 수정해서 반영한다. 즉 언어의 상용이 먼저이고, 정리는 나중이다. 아주 먼 과거에 국어사전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늘의 언어상용을 제한하려 한다면 ‘하나님’이라는 용어를 비롯한 많은 기독교 용어도 사용될 수 없다. 그러나 이는 언어문화를 교리적 방법으로 풀어보려는 어리석은 시도이다. 오늘날 국어사전에는 ‘성가대’라는 단어에 대하여 “성가를 부르기 위하여 조직된 합창대”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성가’는 용어연구위원회의 주장과는 달리 불교의 용어가 아니다. 어떤 이는 원불교의 노래집이 『원불교 성가』이니 이것이 불교 용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원불교는 성가라는 용어를 기독교에서 차용하여 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원불교 성가』 작곡을 대부분 그리스도인 작곡가에게 부탁하였다. 그러므로 기독교의 성가라는 용어를 본받아 원불교가 성가라는 말을 사용한다고 해서 오히려 기독교가 그 용어를 회피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기독교의 ‘성가대’에 해당하는 불교의 단체는 ‘합창단’이다. 즉 ‘찬불가 합창단’은 있어도 ‘찬불가 성가대’라는 말은 없다. ‘성가’라는 말은 우리 기독교의 전유물이며, 거룩할 ‘성’(聖)은 다른 종교와 구별되는 기독교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성탄절(聖誕節)은 예수의 탄생 이외에 다른 의미로 쓰이지 않는다. 대한민국 천지에 아무도 ‘성탄절’이라는 말을 석가나 공자의 탄생으로 알아듣는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성경(聖經)은 기독교의 경전일 뿐이다. 즉 불교의 경전은 경(經)이긴 하나 불경(佛經)일 뿐이지 성경은 아니다. 또한 성의(聖衣), 성구(聖具), 성찬(聖餐), 성자(聖者), 성시(聖詩) 등은 타종교와 구별되는 기독교의 용어들이다. 성가대라는 용어는 기독교적인 정체성을 분명히 보여주는 지극히 교회스러운 용어이다. 이를 마다하고 찬양대라는 평범한 용어를 주장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3. 분열된 교회 용어의 마지막 보루 ‘성가대’

현재 우리나라에서 예수를 구세주로 고백하는 기독교 신앙공동체는 여러 부류가 있다. 그리고 현재 하나님을 믿는 개신교, 천주교, 성공회, 정교회가 종파를 초월하여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유일한 용어가 ‘성가’요, ‘성가대’이다. 바로 이것이 ‘성가대’라는 용어가 귀한 이유이다. 한 하나님을 믿는 여러 종파들은 같은 신앙공동체이면서도 다른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하나님과 하느님, 예배와 미사, 목사와 신부, 성경과 성서, 설교와 강론, 세례와 침례와 영세, 대림절과 대강절 등과 같이 다르게 사용함으로써 분열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나마 마지막으로 유일하게 통일되어 남아 있는 용어가 ‘성가대’이다. 따라서 성가대라는 용어는 에큐메니컬적(Ecumenical)인 측면에서도 아주 귀하고 보존할 가치가 있는 용어이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이 소중한 용어를 ‘찬양대’로 바꾸어버린 것은 지금이라도 깊이 재고하고 숙고해야 할 일이다. 성서를 경전으로 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는 우리나라의 종교는 모두 합쳐보아야 아직도 소수 집단에 불과하다. 소수일 때는 뭉쳐야 하고, 마음을 통일해서 하나됨을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거늘 교단을 초월하여 모든 교회가 자생적으로 선택해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성가’(聖歌)와 ‘성가대’(聖歌隊)라는 통일된 용어마저도 정당한 이유 없이 ‘찬양대’로 바꾸어버린 처사는 크게 보지 못하고 멀리 생각하지 못한 엘리트 의식의 발단이 아닐까? 문화의 일치가 없으면 교회연합은 불가능하고, 하나 됨의 노력이 없으면 민족복음화도 어렵다. 이제 모든 교단을 초월하여 우리 한국교회가 스스로 선택한 ‘성가대’라는 통일된 용어를 보존하는 것은 하나님을 신앙하는 공동체의 힘을 결집시키는 일이요, 에큐메니컬 정신을 구현하려는 의지이다. 한국교회는 귀한 기독교 문화유산을 계승하고, 하나님을 믿는 종파들이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있는 용어의 일치를 위하여 더 노력하며, 함께 힘을 모아 민족복음화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일치를 위해서는 양보가 필요하고, 희생도 따라야 하며,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요청된다.

문성모 목사
<학 력>
• 서울예술고등학교 졸업(작곡)
•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졸업(작곡)
• 장로회신학대학 신대원 졸업(M.Div.)
• 장로회신학대학 대학원 졸업(Th.M.)
• 독일 오스나부뤽(Osnabrück)대학교 졸업(음악학, Dr. Phil.)

<현 재>
• 평택대학교 초빙교수
• 기독교한국문화연구원 원장
• 한국교회음악작곡가협회 이사장
• 한국찬송가공회 이사
• 기독대학총장포럼 공동회장
• 한남대학교 이사
• 강남제일교회 담임목사

<교수경력>
• 호남신학대학교 교수
• 한일장신대학교 겸임교수
• 대전신학대학교 겸임교수
• 서울장신대학교 특임교수

<총장경력>
• 대전신학대학교 총장
• 서울장신대학교 총장

<저 서>
• <민족음악과 예배>(한들)
• 우리가락찬송가 제1집 <나의 힘이 되신 주>(국악선교회)
• 한국악기를 위한 교회음악 제1집 <부활>(국악선교회)
• 문성모 성가합창곡집 <위로하소서>(호산나출판사)
• 문성모 찬송가 330곡집 <우리가락찬송가와 시편교독송>(가문비)
• <작곡가 박재훈 목사 이야기>(홍성사)
• <칼 바르트가 쓴 모짜르트 이야기> 번역(예솔)
• <곽선희 목사에게 배우는 설교>(두란노)
• <하용조 목사 이야기>(두란노)
• <한국교회 설교자 33인에게 배우는 설교>(두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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